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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L7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 아르떼와 인터뷰 중인 피아니스트 에릭 루. ⓒ문덕관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쇼팽 콩쿠르 우승자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마우리치오 폴리니,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마르타 아르헤리치, 조성진까지. 거장 피아니스트의 면면을 보면 쇼팽 콩쿠르 출신이 굵직한 계보를 써왔다. 특히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조성진이 우승한 뒤 국내서 쇼팽 콩쿠르는 더 각별해졌다. 재능 많던 청년 피아니스트가 하루아침에 세계의 중심이 된 ‘드라마’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열린 제19회 쇼팽 게임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도 인생 역전을 노린 참가자들이 바르샤바에 모였다. 3주간 80여 명의 본선 진출자가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경쟁했다. 그중 에릭 루(27)가 있었다. 2018년 리즈 콩쿠르 우승자였던 ‘경력직’이 계급장을 떼고 뛰어들었다. 10년 전 쇼팽 콩쿠르 4위 입상자기도 했다. 187cm의 껑충한 키에 유난히 마른 몸, 본선 중엔 손가락 사이다쿨 부상과 독한 감기까지 걸렸다. '콩쿠르 재수생' 꼬리표를 달고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는 듯했다. 그는 버텼고 끝내 1위를 차지했다. 우승 후엔 "꿈을 이뤘다"고 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에릭 루를 만났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 자격으론 첫 한국 방문이었다. 지난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한 그는 곧바로 울산, 통영 릴게임갓 , 서울 리사이틀로 이어지는 강행군 중이었다. 24일 서울 강남구 L7호텔에서 만난 그에게 "너무 피곤해 보인다"는 첫마디를 건넸더니 "맞다. 우승 후 쉬지 못했다. 그래도 식욕은 좀 찾았다"며 웃었다. 10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 비로소 그가 꿈꿔온 음악가로 첫발을 뗐다는 에릭 루를 아르떼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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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L7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 아르떼와 인터뷰 중인 피아니스트 에릭 루. ⓒ문덕관
'도박'에 가까운 재도전
에릭 루는 조성진이 우승한 해 쇼팽 콩쿠르 최연소 참가자였다. 당시 17세였던 그는 4위 입상자로 이름을 알렸 게임몰 다. 그로부터 3년 후 리즈 콩쿠르 우승 뒤엔 본격적인 연주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워너 클래식스와 앨범도 발매했고 매니저도 있었다. 그런 그의 쇼팽 콩쿠르 재도전 결정은 '충격'이었다. 부모님, 친구들은 물론 그가 한때 몸담았던 뉴잉글랜드음악원(NEC) 교수진도 걱정했을 정도다. NEC 피아노 학과장인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아르떼에 “실력으론 에릭 루가 1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만약 우승하지 못하면, 정말 비참해졌을 거라 걱정이 컸다”고 했다.
루는 주변의 만류와 심리적 압박을 감수하고 ‘쇼팽의 시간’에 운명을 걸었다. 실력으론 이미 우승권이었지만 무대는 콩쿠르였다. 운도 체력도 따라야 했다. 재수생은 심사위원들의 기대치가 훨씬 높아 우승한 전례가 없었다. 잃을게 많아 보이는 이 경쟁에 뛰어든 것 자체가 ‘도박’이었다. 그에게 물었다. 당신 같은 피아니스트가 왜 굳이 '쇼팽' 콩쿠르 우승 타이틀을 얻고 싶었나.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엔 ‘이제 마지막 콩쿠르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아시아계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생각보다 너무 제한적이었죠. 지난 20년간 리즈 콩쿠르 우승자 중에서도 김선욱을 제외하면 (무대 기회가) 없어요. 그리고 마케팅이나 이미지, 운, 매니저 등 음악 외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더군요. 코로나 때 경력이 거의 2년 멈춘 것도 컸고요. 쇼팽 콩쿠르는 우승 시 커리어를 단번에 올릴 유일한 기회였어요.”
특히 그는 ‘아시아계’ 연주자에 방점을 찍었다. 조성진과 임윤찬, 랑랑, 유자 왕과 같은 초대형 클래식 스타들이 세계 무대를 누비지만, 여전히 아시아계 연주자가 설 무대는 좁다는 의미였다.
지난 11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L7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 아르떼와 인터뷰 중인 피아니스트 에릭 루. ⓒ문덕관
루는 실력만큼 야망도 컸다. 더 큰 무대를 원했다. 최상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세계 주요 도시에서 리사이틀 기회를 잡고 싶었다. 쇼팽 콩쿠르는 피아니스트로 세계 최고 무대에 설 유일한 열쇠였다. 실패하더라도 전 세계 클래식 팬들이 지켜보는 무대에 노출될 기회다.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했어요. 역사적으로 보면 우승을 못 해도 결국 잘된 사례들이 있어요. 게다가 쇼팽 콩쿠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는 콩쿠르죠. 수백만 명이 지켜봐요. 어떤 결과든, 그 앞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건 큰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바르샤바로 넘어온 조성진의 응원
경력직 재수생에게도 3주의 여정은 혹독했다. 잠을 못 잤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몸무게는 눈에 띄게 빠졌고, 손가락 부상과 감기가 겹쳐 악몽 같은 컨디션이 이어졌다. 그의 스승이자 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 당 타이 손과 로버트 맥도널드도 기권을 권했을 정도였다. 그는 "본선 3라운드 직전엔 포기할까 고민할 정도로 힘들었다"며 "그래도 인내한 건, 포기하면 더 안 좋은 상황이 펼쳐질 것 같아서”라고 털어놨다.
루를 버티게 만든 요인 중엔 조성진도 있었다. “본선 2라운드 전에 조성진이 바르샤바로 직접 와서 응원해줬어요.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됐죠. 우승 뒤엔 베를린필과 데뷔 공연할 때도 와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조성진은 루의 우승 직후 "네가 자랑스럽다"는 SNS에 글을 남겼다. '콩쿠르 동기' 조성진은 마지막 기회를 잡고자 하는 루의 간절함을 이해했다. 그리고 가진 것을 다 잃을 각오로 도전한 동료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우승 발표 직후 그는 "안도했다"고 했다. 그리고 곧바로 우승자의 빡빡한 일정에 돌입했다. 루는 “우승 후 18회의 공연을 소화했다”며 “폴란드,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미국을 거쳐 한국에 왔다. 콩쿠르 전 준비 기간과 본선, 결선에 이어 매우 강도 높은 일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12월 20일쯤 비로소 쉴 수 있을 것"이라며 "대만에서 가족, 친구들과 짧은 휴가를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무대 위 모든 것은 여정
한국에서의 첫 협연 무대(21일)에서 루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결선에서 연주해 우승을 안겨준 곡이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로 무대는 전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그는 “연주할 때 책임감과 압박감이 더 느껴진다”면서 “쇼팽 콩쿠르 자체도 큰 압박이었기 때문에 한 달 동안 제 마음의 두께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변치 않으려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무대 위) 모든 것은 여정(journey)”이라고 했다. “이제 순수하게 음악에 집중하려 해요. 연주할 곡에 더 깊게 들어가려 노력하고요. 무대는 매일 다르고, 항상 진화해요. 가끔은 더 나아지고, 가끔은 덜하고. 그게 삶의 일부죠.”
루는 협연에 이어 23·24·26일 리사이틀로 한국 팬들과 다시 만났다. 협연에선 악단과 조화에 집중했다면, 리사이틀은 확실히 루의 음색이 돋보였다. 녹턴, 폴로네이즈, 소나타까지 오로지 쇼팽의 무대였다. 특히 피아노 소나타 2번(장송행진곡) 연주에서 그는 “쇼팽과 만나 영혼이 표출된 연주자”라는 평에 걸맞은 서정적인 음색을 들려줬다.
협연과 리사이틀의 차이에 대해 그는 “리사이틀은 무엇보다 레퍼토리가 중요한 반면 오케스트라 협연은 하나의 협주곡에 집중한다”며 “(협연이) 작업 과정 자체가 훨씬 직접적이고 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협연에선 언제나 배운다고 했다. “저는 다른 음악가들의 아이디어를 듣는 것에서 정말 많이 배워요. 같은 구절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음악을 느끼는지, 때로는 제 방식과 완전히 다르기도 한데, 그 차이를 듣는 게 굉장히 보람 있어요.”
바흐는 끝없이 탐구할 수 있는 존재
앞으로 깊게 탐구하고 싶은 작곡가를 묻자 그는 1초 만에 답했다. 그에게 우승을 안겨준 쇼팽도, 음반 녹음을 한 슈베르트도 아니었다.
“바흐요. 그의 음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취 중 하나죠. 지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끝없이 탐구할 수 있어요. 평생 공부하게 될 것 같아요.”
바흐를 향한 그의 애정은 특별했다. 21일 협연, 26일 리사이틀 두 무대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를 앙코르곡으로 들려줬다. 쇼팽을 넘어설 준비를 마친 루의 내밀한 음악 세계를 조용히 드러내는 선곡이었다.
직접 만나본 루는 예상보다 더 진지했다. 여리고 감성적이라기보단 단단하고 지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의 무대 역시 철저히 계산된 강약, 템포, 감성 표현으로 빚어진 쇼팽이었다. 완벽하게 계산된 타건과 페달링은 명징하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울려 퍼졌다. 쇼팽으로 최고가 된 그는 벌써 쇼팽 이후를 구상 중이다.
“내년엔 전 세계서 많은 공연이 예정돼 있어요. 대부분은 쇼팽이지만, 그 사이에 슈베르트도 연주할 거예요. 그리고 드디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배울 예정이에요. 한 번도 연주한 적 없는 곡이죠.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도 준비하려 해요.”
루는 한국과도 꽤 친숙하다. 조성진과 10년 전 쇼팽 우승자 콘서트로 한국 팬들과 만났고, 리즈 콩쿠르 이후에도 종종 국내 무대를 찾았다. 한국 음식으론 특히 "찌개를 좋아한다"며 그중 "순두부찌개"라고 한국어로 또박또박 발음했다.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응원해주신 팬들이 많아요. 제겐 정말 큰 의미예요. 피아니스트로 산다는 건 꽤 힘들고 고된 삶이거든요. 이럴 때 팬들의 모든 응원이 큰 힘이 돼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기자 admin@gamemong.info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쇼팽 콩쿠르 우승자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마우리치오 폴리니,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마르타 아르헤리치, 조성진까지. 거장 피아니스트의 면면을 보면 쇼팽 콩쿠르 출신이 굵직한 계보를 써왔다. 특히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조성진이 우승한 뒤 국내서 쇼팽 콩쿠르는 더 각별해졌다. 재능 많던 청년 피아니스트가 하루아침에 세계의 중심이 된 ‘드라마’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열린 제19회 쇼팽 게임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도 인생 역전을 노린 참가자들이 바르샤바에 모였다. 3주간 80여 명의 본선 진출자가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경쟁했다. 그중 에릭 루(27)가 있었다. 2018년 리즈 콩쿠르 우승자였던 ‘경력직’이 계급장을 떼고 뛰어들었다. 10년 전 쇼팽 콩쿠르 4위 입상자기도 했다. 187cm의 껑충한 키에 유난히 마른 몸, 본선 중엔 손가락 사이다쿨 부상과 독한 감기까지 걸렸다. '콩쿠르 재수생' 꼬리표를 달고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는 듯했다. 그는 버텼고 끝내 1위를 차지했다. 우승 후엔 "꿈을 이뤘다"고 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에릭 루를 만났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 자격으론 첫 한국 방문이었다. 지난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한 그는 곧바로 울산, 통영 릴게임갓 , 서울 리사이틀로 이어지는 강행군 중이었다. 24일 서울 강남구 L7호텔에서 만난 그에게 "너무 피곤해 보인다"는 첫마디를 건넸더니 "맞다. 우승 후 쉬지 못했다. 그래도 식욕은 좀 찾았다"며 웃었다. 10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 비로소 그가 꿈꿔온 음악가로 첫발을 뗐다는 에릭 루를 아르떼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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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L7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 아르떼와 인터뷰 중인 피아니스트 에릭 루. ⓒ문덕관
'도박'에 가까운 재도전
에릭 루는 조성진이 우승한 해 쇼팽 콩쿠르 최연소 참가자였다. 당시 17세였던 그는 4위 입상자로 이름을 알렸 게임몰 다. 그로부터 3년 후 리즈 콩쿠르 우승 뒤엔 본격적인 연주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워너 클래식스와 앨범도 발매했고 매니저도 있었다. 그런 그의 쇼팽 콩쿠르 재도전 결정은 '충격'이었다. 부모님, 친구들은 물론 그가 한때 몸담았던 뉴잉글랜드음악원(NEC) 교수진도 걱정했을 정도다. NEC 피아노 학과장인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아르떼에 “실력으론 에릭 루가 1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만약 우승하지 못하면, 정말 비참해졌을 거라 걱정이 컸다”고 했다.
루는 주변의 만류와 심리적 압박을 감수하고 ‘쇼팽의 시간’에 운명을 걸었다. 실력으론 이미 우승권이었지만 무대는 콩쿠르였다. 운도 체력도 따라야 했다. 재수생은 심사위원들의 기대치가 훨씬 높아 우승한 전례가 없었다. 잃을게 많아 보이는 이 경쟁에 뛰어든 것 자체가 ‘도박’이었다. 그에게 물었다. 당신 같은 피아니스트가 왜 굳이 '쇼팽' 콩쿠르 우승 타이틀을 얻고 싶었나.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엔 ‘이제 마지막 콩쿠르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아시아계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생각보다 너무 제한적이었죠. 지난 20년간 리즈 콩쿠르 우승자 중에서도 김선욱을 제외하면 (무대 기회가) 없어요. 그리고 마케팅이나 이미지, 운, 매니저 등 음악 외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더군요. 코로나 때 경력이 거의 2년 멈춘 것도 컸고요. 쇼팽 콩쿠르는 우승 시 커리어를 단번에 올릴 유일한 기회였어요.”
특히 그는 ‘아시아계’ 연주자에 방점을 찍었다. 조성진과 임윤찬, 랑랑, 유자 왕과 같은 초대형 클래식 스타들이 세계 무대를 누비지만, 여전히 아시아계 연주자가 설 무대는 좁다는 의미였다.
지난 11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L7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 아르떼와 인터뷰 중인 피아니스트 에릭 루. ⓒ문덕관
루는 실력만큼 야망도 컸다. 더 큰 무대를 원했다. 최상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세계 주요 도시에서 리사이틀 기회를 잡고 싶었다. 쇼팽 콩쿠르는 피아니스트로 세계 최고 무대에 설 유일한 열쇠였다. 실패하더라도 전 세계 클래식 팬들이 지켜보는 무대에 노출될 기회다.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했어요. 역사적으로 보면 우승을 못 해도 결국 잘된 사례들이 있어요. 게다가 쇼팽 콩쿠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는 콩쿠르죠. 수백만 명이 지켜봐요. 어떤 결과든, 그 앞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건 큰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바르샤바로 넘어온 조성진의 응원
경력직 재수생에게도 3주의 여정은 혹독했다. 잠을 못 잤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몸무게는 눈에 띄게 빠졌고, 손가락 부상과 감기가 겹쳐 악몽 같은 컨디션이 이어졌다. 그의 스승이자 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 당 타이 손과 로버트 맥도널드도 기권을 권했을 정도였다. 그는 "본선 3라운드 직전엔 포기할까 고민할 정도로 힘들었다"며 "그래도 인내한 건, 포기하면 더 안 좋은 상황이 펼쳐질 것 같아서”라고 털어놨다.
루를 버티게 만든 요인 중엔 조성진도 있었다. “본선 2라운드 전에 조성진이 바르샤바로 직접 와서 응원해줬어요.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됐죠. 우승 뒤엔 베를린필과 데뷔 공연할 때도 와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조성진은 루의 우승 직후 "네가 자랑스럽다"는 SNS에 글을 남겼다. '콩쿠르 동기' 조성진은 마지막 기회를 잡고자 하는 루의 간절함을 이해했다. 그리고 가진 것을 다 잃을 각오로 도전한 동료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우승 발표 직후 그는 "안도했다"고 했다. 그리고 곧바로 우승자의 빡빡한 일정에 돌입했다. 루는 “우승 후 18회의 공연을 소화했다”며 “폴란드,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미국을 거쳐 한국에 왔다. 콩쿠르 전 준비 기간과 본선, 결선에 이어 매우 강도 높은 일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12월 20일쯤 비로소 쉴 수 있을 것"이라며 "대만에서 가족, 친구들과 짧은 휴가를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무대 위 모든 것은 여정
한국에서의 첫 협연 무대(21일)에서 루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결선에서 연주해 우승을 안겨준 곡이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로 무대는 전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그는 “연주할 때 책임감과 압박감이 더 느껴진다”면서 “쇼팽 콩쿠르 자체도 큰 압박이었기 때문에 한 달 동안 제 마음의 두께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변치 않으려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무대 위) 모든 것은 여정(journey)”이라고 했다. “이제 순수하게 음악에 집중하려 해요. 연주할 곡에 더 깊게 들어가려 노력하고요. 무대는 매일 다르고, 항상 진화해요. 가끔은 더 나아지고, 가끔은 덜하고. 그게 삶의 일부죠.”
루는 협연에 이어 23·24·26일 리사이틀로 한국 팬들과 다시 만났다. 협연에선 악단과 조화에 집중했다면, 리사이틀은 확실히 루의 음색이 돋보였다. 녹턴, 폴로네이즈, 소나타까지 오로지 쇼팽의 무대였다. 특히 피아노 소나타 2번(장송행진곡) 연주에서 그는 “쇼팽과 만나 영혼이 표출된 연주자”라는 평에 걸맞은 서정적인 음색을 들려줬다.
협연과 리사이틀의 차이에 대해 그는 “리사이틀은 무엇보다 레퍼토리가 중요한 반면 오케스트라 협연은 하나의 협주곡에 집중한다”며 “(협연이) 작업 과정 자체가 훨씬 직접적이고 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협연에선 언제나 배운다고 했다. “저는 다른 음악가들의 아이디어를 듣는 것에서 정말 많이 배워요. 같은 구절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음악을 느끼는지, 때로는 제 방식과 완전히 다르기도 한데, 그 차이를 듣는 게 굉장히 보람 있어요.”
바흐는 끝없이 탐구할 수 있는 존재
앞으로 깊게 탐구하고 싶은 작곡가를 묻자 그는 1초 만에 답했다. 그에게 우승을 안겨준 쇼팽도, 음반 녹음을 한 슈베르트도 아니었다.
“바흐요. 그의 음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취 중 하나죠. 지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끝없이 탐구할 수 있어요. 평생 공부하게 될 것 같아요.”
바흐를 향한 그의 애정은 특별했다. 21일 협연, 26일 리사이틀 두 무대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를 앙코르곡으로 들려줬다. 쇼팽을 넘어설 준비를 마친 루의 내밀한 음악 세계를 조용히 드러내는 선곡이었다.
직접 만나본 루는 예상보다 더 진지했다. 여리고 감성적이라기보단 단단하고 지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의 무대 역시 철저히 계산된 강약, 템포, 감성 표현으로 빚어진 쇼팽이었다. 완벽하게 계산된 타건과 페달링은 명징하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울려 퍼졌다. 쇼팽으로 최고가 된 그는 벌써 쇼팽 이후를 구상 중이다.
“내년엔 전 세계서 많은 공연이 예정돼 있어요. 대부분은 쇼팽이지만, 그 사이에 슈베르트도 연주할 거예요. 그리고 드디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배울 예정이에요. 한 번도 연주한 적 없는 곡이죠.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도 준비하려 해요.”
루는 한국과도 꽤 친숙하다. 조성진과 10년 전 쇼팽 우승자 콘서트로 한국 팬들과 만났고, 리즈 콩쿠르 이후에도 종종 국내 무대를 찾았다. 한국 음식으론 특히 "찌개를 좋아한다"며 그중 "순두부찌개"라고 한국어로 또박또박 발음했다.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응원해주신 팬들이 많아요. 제겐 정말 큰 의미예요. 피아니스트로 산다는 건 꽤 힘들고 고된 삶이거든요. 이럴 때 팬들의 모든 응원이 큰 힘이 돼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기자 admin@gamemong.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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