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열린 동아사이언스 주최 '2025 사이언스얼라이브'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이 당신 곁에 가려면'을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이 열리고 있다. 이병구 기자 


"2014년 첫 방송뉴스 촬영 때 기자님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마이크를 대시더라고요. 눈높이를 맞추려 한다면서요. 기자는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친근하게 다가오니까 마음을 열게 됐습니다. 그 뒤로 좋은 성과가 있으면 먼저 연락드리게 됐어요."
'PR어워드' 수상자인 문명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바다신게임 (KIST) 책임연구원이 11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열린 동아사이언스 주최 '2025 사이언스얼라이브'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이 당신 곁에 가려면'을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에서 한 말이다. 과학이 대중에게 다가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문 책임연구원은 '친밀함'을 꼽았다. 연구자, 과학커뮤니케이터,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허 바다이야기예시 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양훼영 YTN사이언스 기자가 좌장을 맡았다. 노주원 KIST 대외협력본부장, 나경석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 선임연구원, 김양훈 한국과학기술연구회(NST) 미래전략소통실장, 전예진 포스텍 대외협력팀 대리, 신혜정 한국일보 기자, 고재원 매일경제 기자가 참석했다.
● 아이한테 설명할 수 있어야
릴게임한국 문 책임연구원은 마이크로플라스틱을 수상 드론으로 청소하는 연구 성과를 홍보하면서 겪은 경험을 공유했다. "연구의 핵심은 마이크로플라스틱을 어떻게 회수하느냐인데 제 아이들도 '아빠가 이런 일을 하는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커뮤니케이션 팀과 계속 소통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대중의 반응도 여느 바다이야기릴게임연타 떄와 달라졌다. 문 책임연구원은 "예전에는 연구 성과 기사가 나가면 '훌륭하다, 재밌겠네' 정도였는데 이번엔 '그거 정말 강이나 바다를 다 청소할 수 있어?'라는 질문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단순한 흥미를 넘어 실제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수준까지 관심이 깊어졌다는 의미다.
PR어워드 수상자인 나경석 화학연 선임연구원은 인공지능(A 릴박스 I) 챗봇을 활용한 경험을 소개했다. "홍보 담당자가 논문을 AI에 넣어 초안을 작성하고 제가 오류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며 "초안 자체가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작성돼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나 선임연구원은 홍보를 계기로 의대 교수, 의료기기 개발자 등 다른 분야 연구자들로부터 공동 연구 제안을 받기도 했다.
김양훈 NST 미래전략소통실장은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는데 물자와 장비가 없다"며 "각 기관 홍보팀에 2~3명밖에 없고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대중과 눈높이를 맞출 사람도 과학 대중화를 이끌 사람도 필요한데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며 "홍보 성과 평가 지표를 만들기 전에 인력과 예산부터 확보해야 한다. 실탄 없이 어떻게 전쟁터에서 싸우겠느냐"고 강조했다.
전예진 포스텍 대외협력팀 대리는 "하루에 보도자료가 1개에서 많게는 3~4개까지 나온다"며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대중은 바로 읽기를 중단하기에 단어를 바꾸는 걸 연구 훼손으로 여기는 연구자들과 간극을 좁히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고 말했다.
● 취재 시간을 달라
기자들은 보도자료 배포 일정에 아쉬움을 전했다. 신혜정 한국일보 기자는 "모든 기관이 취재 시간을 충분히 주지 못한다"며 "대부분 '즉시 보도' 형태로 보도자료가 나와 기자 입장에서 질문해 스토리텔링이나 시각화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신 기자는 "네이처는 일주일 전에 논문과 보도자료를 보내줘서 연구자에게 의견을 구할 시간이 있다"며 "3일에서 일주일 정도 시간을 주면 더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고재원 매일경제 기자는 보도자료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보도자료 자체가 대중을 향하고 있지 않다"며 "연구비 지원 조건에 맞춰 성과를 내야 하다 보니 '무슨 성과가 나왔고 무엇이 기대된다'는 정형화된 형식이 있다"고 분석했다. 고 기자는 "대중을 향한 보도자료에는 연구자의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결국 답은 '사람'
마무리 발언에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사람'을 강조했다. 
노주원 본부장은 "연구자의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며 "왜 이 연구를 하게 됐는지부터 공감이 돼야 독자들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문명운 책임연구원은 "연구자와 대중이 친밀해져야 한다"며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에게 연구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혜정 기자는 "어색함을 참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내성적이어서 인터뷰가 안 된다고 하시는데 막상 대화해보면 자기 연구 자랑하길 좋아하신다"며 "조금만 참고 대화하는 장을 가지면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고재원 기자는 "연구자와 친해지는 게 중요하다"며 "식사하면서 이야기하면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어떤 연구자는 스킨스쿠버를 좋아한다는 얘기부터 기사를 풀어나가니까 훨씬 잘 읽히더라"고 경험을 공유했다.
양훼영 좌장은 "과학이 대중에게 다가가려면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람에게 투자하고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라운드테이블을 마무리했다.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