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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기현과 야마가타현의 경계를 이루는 자오연봉. 해발 1800m를 오르내리는 봉우리들이 늘어선 산지다. 사진 가운데 아래에 붉은 문(도리이)이 통행료를 받는 산악도로 ‘자오에코라인’의 들머리다. 이 도로는 양옆으로 눈 벽이 수직으로 세워진 길을 걷는 ‘설벽 트레킹’으로도 유명하다.
자오·다가조(일본 미야기현)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한 해 800만 명이 넘는 한국인이 일본 소도시 구석구석까지 여행하고 있지만, 이곳은 낯설다. 미야기(宮城)현. 일본 도쿄에서 북쪽으로 300㎞쯤 떨어진 곳.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의 중심. 골드몽릴게임 현청 소재지는 센다이(仙台)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센다이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센다이는 모름지기 일본 동북지역을 대표하는 중심도시인데도 항공 수요가 많지 않아 감편이 수시로 이뤄진다. 비행기 좌석의 반수 이상을 일본인이 점유할 때가 많다. 한국 국적 항공사의 일본행 다른 노선 항공편의 좌석 80∼90%를 한국인 여행자가 채우는 걸 감안하면 릴게임황금성 이례적이다. 한국인 탑승객도 여행보다 출장 목적인 경우가 많다.
# 낯선 땅, 일본 미야기를 걷다
일본의 ‘도호쿠 지방’과 ‘센다이’라는 지명에서 떠올려지는 게 있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다.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엄청났지만, 더 결정적이었던 건 후쿠시마 원전 사고였다. 대지진 이후, 일본 릴게임갓 동북지역은 여행자들에게 금단의 땅으로 여겨졌다. 한동안은 여행 목적지로 센다이 혹은 미야기를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14년이 지났고, 이제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지만, 아직도 미야기 혹은 도호쿠 지방 여행을 말할 때면 따라오는 건 ‘굳이…’라는 반문이다.
어떤 이들은 그곳에서 살고 있고, 어떤 이들은 아직도 그곳에 가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기를 주저하며, 어떤 이들은 크게 상관하지 않고 방문한다. 지침이 돼야 하는 건 과학이지만, 과학이 내린 ‘안전’이란 답이 전부는 아니다. 과학의 답 뒤에는 ‘저마다의 선택’이 있다. 누구도 그 선택을 비난하거나 강요할 수는 없다.
10여 년 전쯤 센다이를 방문해 미야기현의 명소를 둘러본 적이 있다. 비극의 상처가 현장에도, 그리고 기억에 릴게임사이트추천 도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었을 때였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재건과 희망을 말했지만, 일정 내내 돌을 얹어놓은 듯 마음이 무거웠다. 돌아온 뒤에도 고심 끝에 기사를 쓰지 않았다.
그리고 10년 만에 다시 미야기현 소도시의 작은 마을에 가서 길을 걸었다. 미야기의 자연과 역사, 사람들 사이로 놓인 길이었다.
길 위에서 만난 주민들은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손수 뜨끈한 어묵과 감주(甘酒)를 준비해서 환대해 준 주민들도 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얼굴을 익힌 한 할아버지는 상큼한 향의 노란 유자 한 알을 손에 꼭 쥐여줬다.
미야기현에서 만난 작고 소박한 마을과 그 길에 놓인 ‘길’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래된 빚을 갚듯 다녀온 이야기다.
아, 아직도 그곳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서 단서를 하나 더 달아둔다. 지금부터는 ‘모든 논쟁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여행자 또는 도보여행자의 관점에서 본’ 미야기 여행 얘기다.
# 미야기에는 미야기올레길이 있다
미야기현에는 ‘미야기올레’가 있다. 미야기올레는 제주에서 시작한 걷기 길인 제주 올레길의 ‘자매’ 버전이다. 미야기현 외에도 일본 규슈(九州)에 ‘규슈 올레길’이, 몽골에는 ‘몽골 올레길’이 있다. 미야기올레는 세 번째로 놓인 해외 올레길이다.
해외의 올레길은 모두 제주올레가 심사를 거쳐 인증한다. 제주올레는 인증한 길에다 운영경험과 올레길 고유의 상징 표식사용권 등을 제공하고 ‘올레’ 브랜드 사용권을 허락한다.
상표권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일종의 ‘수출’ 개념이지만, 상업적 거래는 아니고, 걷기문화의 확산과 교류를 통한 국제협력이 목적이다.
미야기올레는 역대 올레길 중에서 가장 많은 논란과 고민 속에서 만들어졌다. 일본 도호쿠 지방의 중심 미야기현에 올레길을 내는 것부터가 다분히 논쟁적이었다. 대지진과 원전사고가 지나간 도호쿠에 과연 올레길을 내고 ‘함께 걷자’고 해야 할까.
“미야기올레를 해야 하느냐를 놓고서 내부에서 가장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있었어요. 원전 이슈가 컸지요. 정말로 긴 논란 끝에 어렵게 미야기올레를 인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의 회고다. 제주올레 내부에서 근소한 차이로 찬성 의견이 앞설 수 있었던 건, 길이 상징하는 가치와 당위 때문이 아니었을까.
미야기올레가 품고 있는 두 가지 가치는 ‘자연과의 상생’ 그리고 ‘연대를 통한 치유’다. 수많은 생명을 집어삼킨 바다는 이제 평화로운 바다로 돌아왔고, 나무들이 뽑혀나간 자리에 다시 숲이 우거졌다. 마을 주민과 마을 길을 걷는 이들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환대와 선의(善意)가 넘쳐난다.
# 미야기현의 다섯 코스 걷는 길
미야기올레는 2018년 10월 바다를 끼고 걷는 2개의 걷기 코스로 시작했다. 기암절벽의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가는 ‘게센누마·가라쿠와 코스’와 일본의 ‘3대 절경’ 중 하나인 마쓰시마(松島)를 감상하는 ‘오쿠마쓰시마 코스’다.
걷기 길을 놓을 때는 보통 그 지역의 대표 명소에다 첫 길을 내기 마련. 미야기올레도 마찬가지다. 해안가인 게센누마와 마쓰시마는 미야기현을 대표하는 명승이다. 이 두 곳에 먼저 길을 놓은 이유가 또 있다. 14년 전 쓰나미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두 코스를 조성한 이듬해인 2019년 9월 세 번째 미야기올레 ‘오사키·나루코온천코스’가 만들어졌다. 산중 협곡과 나루코(鳴子峽) 온천마을을 중심으로 한 걷기 코스다. 이 코스가 개장할 무렵에 국내에서는 ‘노재팬’ 열풍이 휘몰아쳤다. 반일감정이 극한까지 치달으면서 일본 제품 불매 열풍의 불씨가 여행으로 옮겨붙어 활활 탔다. 마트의 진열대에서 일본 맥주가 퇴출당하고, 유니클로 매장 앞에는 보초가 등장했다. 최소한의 민간 교류도 손가락질받던 시절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미야기올레는 만들어졌다. 2020년 3월에는 마을과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이를 걸을 수 있는 길이 났다. 전원풍경과 전통 사찰, 소박한 서어나무 숲을 지나가는 ‘토메코스’다. 그리고 2023년 11월에는 웅장한 자오(藏王)산 연봉(連峰)을 올려다보며 에도시대 상인의 창고가 있는 마을을 걷는 ‘무라타 코스’가 놓였다.
도갓타온천 마을을 가로지르는 마쓰가와. 자오연봉에서 흘러내리는 물길이다. 미야기 올레길이 이 물길을 건넌다.
# 새로 놓은 두 개의 올레길을 걷다
바다와 섬을 보는 코스 둘, 협곡과 온천을 걷는 코스 하나, 전원풍경을 보는 코스 하나, 마을의 역사를 걷는 코스 하나. 이렇게 다섯 개 코스였던 미야기올레에 이달 들어 두 개 코스가 새로 놓였다.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미야기올레 코스다. 새로 길을 낸 걸 기념하는 개장식에 맞춰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미야기현의 자오마을에서 ‘아시아 트레일스 콘퍼런스’가 열렸다.
제주올레와 국내 트레일운영 단체를 비롯해 일본, 대만, 호주, 미국, 캐나다, 부탄 등 8개국에서 온 트레일 단체와 회원 200여 명이 작은 온천 마을의 호텔에 모여 걷기의 효능과 가치, 미래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날 발표자들이 발표한 ‘걷는 일’이 가져다주는 사회, 문화, 경제적 이득은 놀라울 정도였다. 트레일이 공공 공간을 재구성하며, 재해에 대처하는 피난 혹은 구호의 길이 되고, 삶의 질을 높이며 의료비를 절감하고, 지역을 부흥시킨다는 주장을 실증적 통계와 함께 제시했다. ‘좋으니까 걷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길과 걷기는, 걷는 나뿐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 좀 더 자주, 좀 더 많이 걸어야 하는 충분한 이유다.
콘퍼런스 틈틈이 새로 놓인 미야기올레 여섯 번째 코스와 일곱 번째 코스를 걸었다. 여섯 번째 코스는 ‘자오·도갓타(遠刈田)온천 코스’이고, 일곱 번째가 ‘다가조(多賀城) 코스’다.
먼저 산간마을을 걷는 자오·도갓타온천 코스 얘기부터. 이 코스는 인근에서 자주 출몰하는 곰의 위협으로 코스 개장이 내년 봄으로 미뤄졌다.
개장식과 걷기 행사의 취소가 못내 아쉬웠다. 올레길이 지나가는 마을이 매력적이어서 아쉬운 마음이 더했다. 아쉬움을 달래려 시작한 가벼운 산책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점점 길어졌다. 그러다 곰 출현 우려로 닫아놓은 구간만 빼고 코스 전부를 다 걷게 됐다.
미야기올레 다가조 코스의 삼나무 숲길 구간. 기차역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주택가 골목부터 숲길과 호반길, 유적지까지 다채로운 길을 걷는다.
# 산이 곧 신(神)이다… 자오연봉
‘자오·도갓타온천’ 코스에 대해 말하기 전에 지명 얘기부터 하자. 자오는 산의 이름이기도 하고, 산 아래의 마을 지명이기도 하다. 산으로 호명할 때는 보통 ‘자오연봉’으로 부른다.
연봉이란 연이은 봉우리, 그러니까 ‘산의 무리(群)’를 부르는 이름이다. 자오산이란 산은 없다. 설악산이 대청봉을 중심으로 한 산군(山群)의 통칭이고 지리산이 천왕봉을 거느린 산의 무리를 부르는 이름인 것과 비슷한 경우다.
‘자오’란 이름은 일본의 금욕적 수행체계이자 밀교 종교인 ‘슈겐도(修驗道)’의 최고 수호신 ‘자오곤겐(臧王權現)’의 이름에서 왔다. 자오곤겐은 수행자를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호법신인데 종종 ‘산의 형태’로 나타난다. 자오는 신(神)이자 ‘산 그 자체’다. 그만큼 신성한 산이란 얘기다.
자오연봉 아래 자오마을이 있고 도갓타온천이 있다. 올레길은 이 마을과 온천을 지나간다. 웅장한 산악경관이 길의 배경이다. 마을 온천에서 출발한 길이 작고 소박한 상점가를 지나 전통 목각인형 전시장을 둘러보고, 고원 채소가 자라는 긴 밭둑과 드넓은 목장을 지나 종점인 낙농센터의 치즈 캐빈에 닿는다.
전체 코스는 9㎞ 남짓. 최대 표고 차가 200m를 좀 넘는 정도니까, 트레일 코스의 난도는 ‘아주 쉬움’이다. 쉬엄쉬엄 걷는다 해도 3시간이면 넉넉하다.
이 길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두 가지였는데, 그중 하나가 도갓타온천의 버스 대합실이었다. 마을에 낡고 오래된 작은 점포 하나를 꾸며서 만든 시골 버스 대합실이었다. 초라하지만 단정한 내부 공간, 그리고 거기에 붙여진 몇 줄의 글과 그림 몇 장이 마음을 붙잡았다. 알고 보니 버스 대합실은 인도 뭄바이 출신 시각예술가 야시 프라당이 이 지역의 레지던스에 머물면서 작업한 ‘작품’이었다.
미야기올레 자오·도갓타온천 코스가 지나가는 작은 온천마을의 전경. 마을은 작지만 정겹기도 하고 의외로 구석구석 볼 것도 많다.
# 목적보다 ‘존재와 기억’을 보자
이국의 예술가는 평화롭고 조용한 시골 온천마을의 일상과 감각을 대합실 공간에 담아놓았다. 작가의 소회를 적은 글도 걸고,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과 협업으로 그린 그림도 붙여놓았다.
그는 버스대합실로 꾸며놓은 자신의 작품을 ‘시각적 명상’이라 표현했다. 작가의 글 중에서 밑줄을 그을 만한 대목이 ‘이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봐야 하는 건 공간의 목적이 아니라 존재와 기억’이라는 부분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마을을 체험하기’를 권했다.
그가 꾸민 시골 버스 대합실이나 그 마을을 느리게 걷는 미야기 올레길이 여러모로 서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야기올레 자오·도갓타온천 코스를 좀 지루하고 평이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 길을 걸은 몇몇은 실제로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떠올렸던 건, ‘중요한 건 존재와 기억’이라는 버스 대합실에서 본 문장이었다.
미야기올레가 따라가는 건 풍경만이 아니다. 경관이나 미감을 넘어 관계와 방식을 생각하게 한다. 일찍이 우리가 제주 올레길에서 경험했듯이 말이다. 속도를 늦추게 하고, 그곳에 사는 이들의 삶의 풍경을 더 찬찬히 들여다보게 해주는 건, 심심한 길이 가진 가장 훌륭한 장점이다.
자오마을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별’이었다. 자오연봉으로 올라가는 도로변에서 자오연봉을 등 뒤로 두고 올려다본 하늘이 온통 별로 가득했다. 별을 보면서 ‘앞으로 이만한 별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만큼 근사한 경험이었다.
# 1300년 역사 위에다 길을 내다
미야기올레의 일곱 번째 길은 ‘다가조 코스’다. 다가조는 성벽을 둘러친 성(城)의 이름이자, 그 성이 있는 지역의 시 단위 행정 지명이기도 하다.
무사(武士)의 나라답게 일본에는 성이 많다. 전국의 성을 찾아가는 ‘명성(名城) 100개 스탬프 투어’까지 있을 정도다. 일본의 성은 대부분 전국시대에 지어졌다. 1400년대 중반부터 1500년대 말까지의 시기다. 잘게 쪼개진 수많은 세력 사이에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이 무렵에 집중적으로 성이 지어진 것이다.
그런데 다가조는 이보다 훨씬 더 오래됐다. 전국시대에서 다시 70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들이 다가조를 각별하게 느끼고, 대우하는 이유다.
다가조 성의 자취는 거기가 1300년 전쯤 동북지방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준다. 지금이야 인구 6만 명이 겨우 넘는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소도시지만, 나라시대 때 다가조에는 동북지방 6개 현 전체를 통치하는 이른바 ‘대관아(大官衙)’가 있었다.
자그마한 소도시인데도 역사에 기록된 명소나 우리로 치면 시조쯤 되는 일본 ‘와카(和歌)’로 노래한 명승이 곳곳에 있는 건 이런 이유다.
# 길이 가진 다채로운 매력
미야기올레 다가조 코스는 옛 성의 흔적을 밟으며 역사를 따라가는 길이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성의 역사를 기록한 오래된 비석과 작년에 복원한 남문(南門)이다.
그런데 그게 이방인에게는 별반 인상적이지 않다. 일본인들에게는 뜻깊은 명소일지 모르겠으나, 일본 역사를 모르면 지루하다. 우리와는 결이 다른 일본 시가의 문학적 정취에도 쉽게 공감할 수 없다. 이런 분명한 약점이 있는데도 다가조 코스는 참 좋다. 길이 다채롭고, 코스도 입체적이다.
다가조 코스는 미야기올레 코스 중에서 마을과 마을 사람을 가장 가깝게 지나간다. 주택가 천변을 따라가고, 마을 골목 깊숙한 곳까지 거침없이 들어간다. 현지인들의 생활공간을 가깝게 스쳐 가니, 수시로 주민들을 만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걷는 이들도, 걷는 걸 지켜보는 이들도 서로 손을 흔들고 미소를 나눈다.
올레길이 지나가는 ‘우키시마(浮嶋) 신사’에는 아예 마을 주민들이 좌판을 깔아놓았다. 주민들이 나와 새로 난 올레길을 걷는 이들에게 뜨끈하게 데운 곤약 조림과 일본식 감주를 공짜로 건네줬다. 그곳까지 와 준 손님들에 대한 주민들의 정성스러운 환대였다.
다가조 코스는 쉬워도 너무 쉬운 길이다. JR 다가조역에서 출발해 종점인 다가조 안내시설까지는 8.5㎞ 남짓. 표고 차가 40m도 안 되는 평지다. 코스를 다 걷고 출발지점까지 돌아가는 시간을 더해도 3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미야기올레가 훌륭한 길인 이유는 여행자들을 마을 안쪽으로 데려가기 때문이다. 올레길이 아니라면 여행자들이 마을 안쪽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거나, 현지 주민과 여행자가 손을 흔들고 미소로 소통할 수 있었을까.
■ 자오연봉
자오연봉은 오랫동안 여성의 입산이 허락되지 않았던 ‘남자의 산’이었다. 센다이 2중학교 교사와 학생 150명이 산에 올랐다가 조난을 당한 사고가 있었던 1918년까지 그랬다. 가을 단풍을 즐기려 시작했던 중학생의 단체 등반은 때아닌 폭설과 강풍으로 악몽이 됐다. 조난을 당한 교사와 학생 9명이 악천후에 따른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숨진 학생의 어머니들이 자식이 숨을 거둔 자리에 가보고 싶어 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누가 막을 수 있었을까. 이듬해인 1919년 여성의 입산이 허락됐다.
박경일 기자 기자 admin@seastorygame.top
자오·다가조(일본 미야기현)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한 해 800만 명이 넘는 한국인이 일본 소도시 구석구석까지 여행하고 있지만, 이곳은 낯설다. 미야기(宮城)현. 일본 도쿄에서 북쪽으로 300㎞쯤 떨어진 곳.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의 중심. 골드몽릴게임 현청 소재지는 센다이(仙台)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센다이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센다이는 모름지기 일본 동북지역을 대표하는 중심도시인데도 항공 수요가 많지 않아 감편이 수시로 이뤄진다. 비행기 좌석의 반수 이상을 일본인이 점유할 때가 많다. 한국 국적 항공사의 일본행 다른 노선 항공편의 좌석 80∼90%를 한국인 여행자가 채우는 걸 감안하면 릴게임황금성 이례적이다. 한국인 탑승객도 여행보다 출장 목적인 경우가 많다.
# 낯선 땅, 일본 미야기를 걷다
일본의 ‘도호쿠 지방’과 ‘센다이’라는 지명에서 떠올려지는 게 있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다.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엄청났지만, 더 결정적이었던 건 후쿠시마 원전 사고였다. 대지진 이후, 일본 릴게임갓 동북지역은 여행자들에게 금단의 땅으로 여겨졌다. 한동안은 여행 목적지로 센다이 혹은 미야기를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14년이 지났고, 이제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지만, 아직도 미야기 혹은 도호쿠 지방 여행을 말할 때면 따라오는 건 ‘굳이…’라는 반문이다.
어떤 이들은 그곳에서 살고 있고, 어떤 이들은 아직도 그곳에 가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기를 주저하며, 어떤 이들은 크게 상관하지 않고 방문한다. 지침이 돼야 하는 건 과학이지만, 과학이 내린 ‘안전’이란 답이 전부는 아니다. 과학의 답 뒤에는 ‘저마다의 선택’이 있다. 누구도 그 선택을 비난하거나 강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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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0년 만에 다시 미야기현 소도시의 작은 마을에 가서 길을 걸었다. 미야기의 자연과 역사, 사람들 사이로 놓인 길이었다.
길 위에서 만난 주민들은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손수 뜨끈한 어묵과 감주(甘酒)를 준비해서 환대해 준 주민들도 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얼굴을 익힌 한 할아버지는 상큼한 향의 노란 유자 한 알을 손에 꼭 쥐여줬다.
미야기현에서 만난 작고 소박한 마을과 그 길에 놓인 ‘길’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래된 빚을 갚듯 다녀온 이야기다.
아, 아직도 그곳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서 단서를 하나 더 달아둔다. 지금부터는 ‘모든 논쟁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여행자 또는 도보여행자의 관점에서 본’ 미야기 여행 얘기다.
# 미야기에는 미야기올레길이 있다
미야기현에는 ‘미야기올레’가 있다. 미야기올레는 제주에서 시작한 걷기 길인 제주 올레길의 ‘자매’ 버전이다. 미야기현 외에도 일본 규슈(九州)에 ‘규슈 올레길’이, 몽골에는 ‘몽골 올레길’이 있다. 미야기올레는 세 번째로 놓인 해외 올레길이다.
해외의 올레길은 모두 제주올레가 심사를 거쳐 인증한다. 제주올레는 인증한 길에다 운영경험과 올레길 고유의 상징 표식사용권 등을 제공하고 ‘올레’ 브랜드 사용권을 허락한다.
상표권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일종의 ‘수출’ 개념이지만, 상업적 거래는 아니고, 걷기문화의 확산과 교류를 통한 국제협력이 목적이다.
미야기올레는 역대 올레길 중에서 가장 많은 논란과 고민 속에서 만들어졌다. 일본 도호쿠 지방의 중심 미야기현에 올레길을 내는 것부터가 다분히 논쟁적이었다. 대지진과 원전사고가 지나간 도호쿠에 과연 올레길을 내고 ‘함께 걷자’고 해야 할까.
“미야기올레를 해야 하느냐를 놓고서 내부에서 가장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있었어요. 원전 이슈가 컸지요. 정말로 긴 논란 끝에 어렵게 미야기올레를 인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의 회고다. 제주올레 내부에서 근소한 차이로 찬성 의견이 앞설 수 있었던 건, 길이 상징하는 가치와 당위 때문이 아니었을까.
미야기올레가 품고 있는 두 가지 가치는 ‘자연과의 상생’ 그리고 ‘연대를 통한 치유’다. 수많은 생명을 집어삼킨 바다는 이제 평화로운 바다로 돌아왔고, 나무들이 뽑혀나간 자리에 다시 숲이 우거졌다. 마을 주민과 마을 길을 걷는 이들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환대와 선의(善意)가 넘쳐난다.
# 미야기현의 다섯 코스 걷는 길
미야기올레는 2018년 10월 바다를 끼고 걷는 2개의 걷기 코스로 시작했다. 기암절벽의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가는 ‘게센누마·가라쿠와 코스’와 일본의 ‘3대 절경’ 중 하나인 마쓰시마(松島)를 감상하는 ‘오쿠마쓰시마 코스’다.
걷기 길을 놓을 때는 보통 그 지역의 대표 명소에다 첫 길을 내기 마련. 미야기올레도 마찬가지다. 해안가인 게센누마와 마쓰시마는 미야기현을 대표하는 명승이다. 이 두 곳에 먼저 길을 놓은 이유가 또 있다. 14년 전 쓰나미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두 코스를 조성한 이듬해인 2019년 9월 세 번째 미야기올레 ‘오사키·나루코온천코스’가 만들어졌다. 산중 협곡과 나루코(鳴子峽) 온천마을을 중심으로 한 걷기 코스다. 이 코스가 개장할 무렵에 국내에서는 ‘노재팬’ 열풍이 휘몰아쳤다. 반일감정이 극한까지 치달으면서 일본 제품 불매 열풍의 불씨가 여행으로 옮겨붙어 활활 탔다. 마트의 진열대에서 일본 맥주가 퇴출당하고, 유니클로 매장 앞에는 보초가 등장했다. 최소한의 민간 교류도 손가락질받던 시절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미야기올레는 만들어졌다. 2020년 3월에는 마을과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이를 걸을 수 있는 길이 났다. 전원풍경과 전통 사찰, 소박한 서어나무 숲을 지나가는 ‘토메코스’다. 그리고 2023년 11월에는 웅장한 자오(藏王)산 연봉(連峰)을 올려다보며 에도시대 상인의 창고가 있는 마을을 걷는 ‘무라타 코스’가 놓였다.
도갓타온천 마을을 가로지르는 마쓰가와. 자오연봉에서 흘러내리는 물길이다. 미야기 올레길이 이 물길을 건넌다.
# 새로 놓은 두 개의 올레길을 걷다
바다와 섬을 보는 코스 둘, 협곡과 온천을 걷는 코스 하나, 전원풍경을 보는 코스 하나, 마을의 역사를 걷는 코스 하나. 이렇게 다섯 개 코스였던 미야기올레에 이달 들어 두 개 코스가 새로 놓였다.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미야기올레 코스다. 새로 길을 낸 걸 기념하는 개장식에 맞춰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미야기현의 자오마을에서 ‘아시아 트레일스 콘퍼런스’가 열렸다.
제주올레와 국내 트레일운영 단체를 비롯해 일본, 대만, 호주, 미국, 캐나다, 부탄 등 8개국에서 온 트레일 단체와 회원 200여 명이 작은 온천 마을의 호텔에 모여 걷기의 효능과 가치, 미래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날 발표자들이 발표한 ‘걷는 일’이 가져다주는 사회, 문화, 경제적 이득은 놀라울 정도였다. 트레일이 공공 공간을 재구성하며, 재해에 대처하는 피난 혹은 구호의 길이 되고, 삶의 질을 높이며 의료비를 절감하고, 지역을 부흥시킨다는 주장을 실증적 통계와 함께 제시했다. ‘좋으니까 걷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길과 걷기는, 걷는 나뿐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 좀 더 자주, 좀 더 많이 걸어야 하는 충분한 이유다.
콘퍼런스 틈틈이 새로 놓인 미야기올레 여섯 번째 코스와 일곱 번째 코스를 걸었다. 여섯 번째 코스는 ‘자오·도갓타(遠刈田)온천 코스’이고, 일곱 번째가 ‘다가조(多賀城) 코스’다.
먼저 산간마을을 걷는 자오·도갓타온천 코스 얘기부터. 이 코스는 인근에서 자주 출몰하는 곰의 위협으로 코스 개장이 내년 봄으로 미뤄졌다.
개장식과 걷기 행사의 취소가 못내 아쉬웠다. 올레길이 지나가는 마을이 매력적이어서 아쉬운 마음이 더했다. 아쉬움을 달래려 시작한 가벼운 산책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점점 길어졌다. 그러다 곰 출현 우려로 닫아놓은 구간만 빼고 코스 전부를 다 걷게 됐다.
미야기올레 다가조 코스의 삼나무 숲길 구간. 기차역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주택가 골목부터 숲길과 호반길, 유적지까지 다채로운 길을 걷는다.
# 산이 곧 신(神)이다… 자오연봉
‘자오·도갓타온천’ 코스에 대해 말하기 전에 지명 얘기부터 하자. 자오는 산의 이름이기도 하고, 산 아래의 마을 지명이기도 하다. 산으로 호명할 때는 보통 ‘자오연봉’으로 부른다.
연봉이란 연이은 봉우리, 그러니까 ‘산의 무리(群)’를 부르는 이름이다. 자오산이란 산은 없다. 설악산이 대청봉을 중심으로 한 산군(山群)의 통칭이고 지리산이 천왕봉을 거느린 산의 무리를 부르는 이름인 것과 비슷한 경우다.
‘자오’란 이름은 일본의 금욕적 수행체계이자 밀교 종교인 ‘슈겐도(修驗道)’의 최고 수호신 ‘자오곤겐(臧王權現)’의 이름에서 왔다. 자오곤겐은 수행자를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호법신인데 종종 ‘산의 형태’로 나타난다. 자오는 신(神)이자 ‘산 그 자체’다. 그만큼 신성한 산이란 얘기다.
자오연봉 아래 자오마을이 있고 도갓타온천이 있다. 올레길은 이 마을과 온천을 지나간다. 웅장한 산악경관이 길의 배경이다. 마을 온천에서 출발한 길이 작고 소박한 상점가를 지나 전통 목각인형 전시장을 둘러보고, 고원 채소가 자라는 긴 밭둑과 드넓은 목장을 지나 종점인 낙농센터의 치즈 캐빈에 닿는다.
전체 코스는 9㎞ 남짓. 최대 표고 차가 200m를 좀 넘는 정도니까, 트레일 코스의 난도는 ‘아주 쉬움’이다. 쉬엄쉬엄 걷는다 해도 3시간이면 넉넉하다.
이 길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두 가지였는데, 그중 하나가 도갓타온천의 버스 대합실이었다. 마을에 낡고 오래된 작은 점포 하나를 꾸며서 만든 시골 버스 대합실이었다. 초라하지만 단정한 내부 공간, 그리고 거기에 붙여진 몇 줄의 글과 그림 몇 장이 마음을 붙잡았다. 알고 보니 버스 대합실은 인도 뭄바이 출신 시각예술가 야시 프라당이 이 지역의 레지던스에 머물면서 작업한 ‘작품’이었다.
미야기올레 자오·도갓타온천 코스가 지나가는 작은 온천마을의 전경. 마을은 작지만 정겹기도 하고 의외로 구석구석 볼 것도 많다.
# 목적보다 ‘존재와 기억’을 보자
이국의 예술가는 평화롭고 조용한 시골 온천마을의 일상과 감각을 대합실 공간에 담아놓았다. 작가의 소회를 적은 글도 걸고,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과 협업으로 그린 그림도 붙여놓았다.
그는 버스대합실로 꾸며놓은 자신의 작품을 ‘시각적 명상’이라 표현했다. 작가의 글 중에서 밑줄을 그을 만한 대목이 ‘이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봐야 하는 건 공간의 목적이 아니라 존재와 기억’이라는 부분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마을을 체험하기’를 권했다.
그가 꾸민 시골 버스 대합실이나 그 마을을 느리게 걷는 미야기 올레길이 여러모로 서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야기올레 자오·도갓타온천 코스를 좀 지루하고 평이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 길을 걸은 몇몇은 실제로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떠올렸던 건, ‘중요한 건 존재와 기억’이라는 버스 대합실에서 본 문장이었다.
미야기올레가 따라가는 건 풍경만이 아니다. 경관이나 미감을 넘어 관계와 방식을 생각하게 한다. 일찍이 우리가 제주 올레길에서 경험했듯이 말이다. 속도를 늦추게 하고, 그곳에 사는 이들의 삶의 풍경을 더 찬찬히 들여다보게 해주는 건, 심심한 길이 가진 가장 훌륭한 장점이다.
자오마을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별’이었다. 자오연봉으로 올라가는 도로변에서 자오연봉을 등 뒤로 두고 올려다본 하늘이 온통 별로 가득했다. 별을 보면서 ‘앞으로 이만한 별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만큼 근사한 경험이었다.
# 1300년 역사 위에다 길을 내다
미야기올레의 일곱 번째 길은 ‘다가조 코스’다. 다가조는 성벽을 둘러친 성(城)의 이름이자, 그 성이 있는 지역의 시 단위 행정 지명이기도 하다.
무사(武士)의 나라답게 일본에는 성이 많다. 전국의 성을 찾아가는 ‘명성(名城) 100개 스탬프 투어’까지 있을 정도다. 일본의 성은 대부분 전국시대에 지어졌다. 1400년대 중반부터 1500년대 말까지의 시기다. 잘게 쪼개진 수많은 세력 사이에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이 무렵에 집중적으로 성이 지어진 것이다.
그런데 다가조는 이보다 훨씬 더 오래됐다. 전국시대에서 다시 70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들이 다가조를 각별하게 느끼고, 대우하는 이유다.
다가조 성의 자취는 거기가 1300년 전쯤 동북지방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준다. 지금이야 인구 6만 명이 겨우 넘는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소도시지만, 나라시대 때 다가조에는 동북지방 6개 현 전체를 통치하는 이른바 ‘대관아(大官衙)’가 있었다.
자그마한 소도시인데도 역사에 기록된 명소나 우리로 치면 시조쯤 되는 일본 ‘와카(和歌)’로 노래한 명승이 곳곳에 있는 건 이런 이유다.
# 길이 가진 다채로운 매력
미야기올레 다가조 코스는 옛 성의 흔적을 밟으며 역사를 따라가는 길이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성의 역사를 기록한 오래된 비석과 작년에 복원한 남문(南門)이다.
그런데 그게 이방인에게는 별반 인상적이지 않다. 일본인들에게는 뜻깊은 명소일지 모르겠으나, 일본 역사를 모르면 지루하다. 우리와는 결이 다른 일본 시가의 문학적 정취에도 쉽게 공감할 수 없다. 이런 분명한 약점이 있는데도 다가조 코스는 참 좋다. 길이 다채롭고, 코스도 입체적이다.
다가조 코스는 미야기올레 코스 중에서 마을과 마을 사람을 가장 가깝게 지나간다. 주택가 천변을 따라가고, 마을 골목 깊숙한 곳까지 거침없이 들어간다. 현지인들의 생활공간을 가깝게 스쳐 가니, 수시로 주민들을 만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걷는 이들도, 걷는 걸 지켜보는 이들도 서로 손을 흔들고 미소를 나눈다.
올레길이 지나가는 ‘우키시마(浮嶋) 신사’에는 아예 마을 주민들이 좌판을 깔아놓았다. 주민들이 나와 새로 난 올레길을 걷는 이들에게 뜨끈하게 데운 곤약 조림과 일본식 감주를 공짜로 건네줬다. 그곳까지 와 준 손님들에 대한 주민들의 정성스러운 환대였다.
다가조 코스는 쉬워도 너무 쉬운 길이다. JR 다가조역에서 출발해 종점인 다가조 안내시설까지는 8.5㎞ 남짓. 표고 차가 40m도 안 되는 평지다. 코스를 다 걷고 출발지점까지 돌아가는 시간을 더해도 3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미야기올레가 훌륭한 길인 이유는 여행자들을 마을 안쪽으로 데려가기 때문이다. 올레길이 아니라면 여행자들이 마을 안쪽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거나, 현지 주민과 여행자가 손을 흔들고 미소로 소통할 수 있었을까.
■ 자오연봉
자오연봉은 오랫동안 여성의 입산이 허락되지 않았던 ‘남자의 산’이었다. 센다이 2중학교 교사와 학생 150명이 산에 올랐다가 조난을 당한 사고가 있었던 1918년까지 그랬다. 가을 단풍을 즐기려 시작했던 중학생의 단체 등반은 때아닌 폭설과 강풍으로 악몽이 됐다. 조난을 당한 교사와 학생 9명이 악천후에 따른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숨진 학생의 어머니들이 자식이 숨을 거둔 자리에 가보고 싶어 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누가 막을 수 있었을까. 이듬해인 1919년 여성의 입산이 허락됐다.
박경일 기자 기자 admin@seastorygame.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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