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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푸른 호수' 감독 저스틴 전미국으로 입양됐지만시민권 획득하지 못해추방 위기 한국인 이야기'제2 미나리'로 주목받아배우 윤여정 출연한드라마 '파친코'도 연출저스틴 전 감독이 그가 연출한 영화 `푸른 호수`의 주인공으로 열연 중이다.[사진 제공 = 유니버설픽처스] 지난해 한국계 미국인 감독 리 아이삭 정(한국명 정이삭)이 온라인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때 그의 영화 '미나리'가 감히 미국 아카데미에서 수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주지하다시피 미나리는 배우 윤여정에게 한국인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줬다.수많은 영화 중에서 정교하게 옥석을 가려온 부산국제영화제가 또 하나의 수작 '푸른 호수'를 들고 왔다. 한국계 미국인 저스틴 전 감독(40·한국명 전지태) 작품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갑자기 추방될 위기에 놓인 주인공 '안토니오' 얘기다. 감독은 배우 출신으로 이번 작품에서 안토니오를 직접 연기한다. 지난 7월 제74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이어 이번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극장에서도 13일 개봉한다.12일 온라인 간담회로 만난 전 감독은 "백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한국계 미국인으로 성장하며 '내 뿌리는 어디 있는 것인가, 미국 토양에서 우리 삶이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항상 던져왔다"며 "미국에서 사는 한국인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알리는 게 내 영화의 가장 큰 주제"라고 했다.미나리가 한국인 이민자의 정착 과정을 그렸다면, 푸른 호수는 그 이후의 삶에 대해 다룬다. 안토니오는 세 살 때 미국으로 입양돼 이미 수십여 년을 여기서 살아온 '완벽한 미국인'이지만 아직도 삶이 고단하다. 피부색으로 차별을 당하는 건 물론이고 수십 년 전 서류가 잘못됐다는 이유로 갑자기 살고 있던 데서 쫓겨나야 하는 '2등 시민'이다.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부모가 입양 절차를 제대로 완료하지 않아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입양인들의 실제 얘기가 바탕이다. 2000년 미국 의회를 통과한 '아동시민권법'에 의해 법 제정 이후 미국에 입양된 아동들에겐 자동으로 시민권이 부여되지만 소급 적용은 안 된다. 이로 인해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추방될 위험에 처한 사람들만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감독은 다수의 한인 입양인들과 인터뷰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본국에서 거부돼 미국으로 온 사람들에게 또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심적으로 엄청난 타격"이라며 "이들의 경험을 스크린에 옮겨 법과 정책상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미국 시민들이 아이들을 입양한 것으로, 정확히 말하면 이민자 이슈가 아니라 가족의 가치에 대한 얘기"라며 "인권적인 측면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영화는 베트남 출신 이민자 파커와 그 가족을 등장시키며 보편성을 획득한다. 한국인들만 문제가 아니라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한 모두의 얘기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 감독은 "인종을 초월해 입양과 가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아내도 러시아인으로 다문화 가정 속에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전 감독은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과도 인연이 있다. 윤여정이 출연한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를 코고나다 감독과 공동 연출했다. 전 감독은 "윤여정 선생님은 일을 정말 사랑하고 중요하게 여기며 잘못된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고친다"면서 "진정한 예술가와 같이 일하게 돼 운이 좋았다"고 했다.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그리고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까지. 최근 한국 관련 콘텐츠가 각광받는 비결을 한국계 미국인인 전 감독은 한국인들의 '한(恨)'과 '정(情)'이라고 본다. 그는 "외국 관객들은 정치나 문화는 모르지만 감정은 알 수 있다"며 "죽도록 싫어하면서도 죽도록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감정들이 모든 한국 영화에 들어가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