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 첫 아시아 지점 개설[경향신문] 타데우스 로팍 서울 게오르그 바젤리츠 개관전 ‘가르니 호텔’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서울 제공현대미술가 개인전 연 8회 계획게오르그 바젤리츠전 27일까지형식에 저항…파격 보이는 작품타데우스 로팍 서울이 지난달 6일 용산구 독서당로에 문을 열었다. 런던, 파리, 잘츠부르크 등 세 도시에 5개의 갤러리 공간을 운영 중인 유럽 명문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의 첫 아시아 지점 개설이다. 홍콩에 이어 새롭게 아시아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떠오른 서울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에너지에 매력을 느껴 한남동에 새 전시공간을 개관했다고 한다. 사이건축 박주환 건축가의 설계로 201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과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한 포트힐 건물 2층에 입주했다. 갤러리 내부는 양태오 디자이너의 감각적인 재해석을 더해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전시공간 사이에 중정(中庭)을 배치해 포인트를 줬다. 국내외 주요 현대미술가들의 개인전을 매년 8차례씩 개최한다는 계획이다.196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동시대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게오르그 바젤리츠가 스타트를 끊었다. 바젤리츠는 2019년 파리 아카데미 데 보자르의 회원으로 선정됐으며 베니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가진 최초의 생존 예술가이기도 하다. 1938년 작센주의 도이체바젤리츠에서 한스 게오르그 케른(Hans-Georg Kern)이라는 본명으로 태어난 바젤리츠는 동독에서 조형예술대학을 다니다 ‘정치사회적 미성숙’을 이유로 제명당했다. 이후 1957년부터 1963년까지 서독에서 학업을 마쳤다. 이 시기에 자신의 성을 고향 지명인 바젤리츠로 바꿨다. 형식적인 묘사에 불과했던 사회주의 동독 미술에 반대한 바젤리츠는 당시 서독의 주류였던 추상미술 형식에도 저항했다. 오히려 구상으로 회귀했다. 어느 쪽의 미술 양식이나 이데올로기에도 온전히 발을 담그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60여년에 걸친 그의 예술 인생 자체가 그랬다. 정형화된 단일 양식에 한정되길 거부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실험하고 창조했다. 삶의 실존과 투쟁성, 불안과 왜곡의 신체적·감정적 상태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이번 전시 작품들도 강렬하고 파격적이다. ‘엘케’라는 다분할된 인물을 비정형적 공간 속에 거꾸로 매달린 형상으로 연출했다. 초상화에 흔히 있을 법한 구도나 조화, 아름다움의 묘사는 배제하고 대상의 핵심만 남긴 채 엑스레이(X-ray) 사진 같은 이미지로 표현했다. 엘케는 그의 부인이다. 50년이 넘도록 모델이자 뮤즈로 바젤리츠의 예술 성취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작품 구도를 뒤집는 시도는 1969년 시작했다. 낯선 구도를 통해 내용의 전달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바젤리츠 작품의 주된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바젤리츠는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개관전 ‘가르니 호텔’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12점의 회화와 12점의 드로잉 등을 선보인다. 지난달 20일 파리 퐁피두센터에서도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 개막했다. 김남인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바젤리츠는 자주 바닥에 캔버스를 펼쳐 놓고 작업을 한다. 바닥에선 위와 아래의 구분이 없다. 그림을 벽에 거는 순간, 위와 아래의 개념이 발생한다. 거꾸로 걸린 이미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회화의 내용 파악은 어렵게 하지만 색채와 붓 터치, 작가의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해 그림 그 자체에 집중하도록 이끈다”고 말했다. 오는 27일까지. 문의 (02)6949-1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