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前 국회 사무총장이 짚은 대선李, 비리 연루된 유동규 기용은 책임 커 결백 주장하지만 국민들 아직 의구심 정권교체 여론 특별히 불리할 건 없어 대장동 의혹 해소되면 박빙으로 갈 것 尹, 안철수와 단일화 성사 땐 도움될 것 민주당선 심상정에 요구할 염치 없어 국민의힘 원팀 갈등 연말되면 다 풀려 젊은세대들 탈당도 대세엔 지장 없어 대선 시대정신은 국민통합·정치개혁 국회가 해결해야 공동체의 미래 있어 언론개혁, 국민들 설득해 동의 받아야 강행하려다 보니 언론탄압 비판 자초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을 만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게 된 내년 대선의 변수와 관전 포인트 등을 짚어봤다. 유 전 총장은 “‘대장동 터널’을 빠져나오기 전까지는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뒤처져 추격하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평소 거침없고 걸쭉한 입심으로 여야를 불문하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유 전 총장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용한 것은 이 후보의 큰 책임”이라며 “국민이 아직은 이 후보에게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정부 첫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그는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국민통합’을 꼽으며 이를 위해선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인터뷰는 8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이, 윤 후보 간 대선 승부는 어떻게 예상하나.“국민의힘 후보 확정 전까지는 이, 윤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했지만, 당분간 윤 후보가 앞서갈 것이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 후보는 결백하다고 하고 그때로서는 최선의 설계였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은 아직 의구심을 갖고 있다. 유동규의 비리 때문이다. 유동규는 이 후보가 특채해서 보낸 사람 아니냐. 그 사람이 비리에 연루된 것은 이 후보의 큰 책임이다. 야권에서는 ‘그분’이 이 후보가 아니냐고 주장하고, 국민은 유동규가 받기로 한 게 사실은 이 후보 돈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수사 결과가 나오고 이 후보가 조금씩 의혹에서 벗어나는 느낌이다. 감정평가사 등 그쪽 전문가 얘기를 들어보면 그 당시는 잘한 설계라고 한다. 대장동 터널을 빠져나오기 전까지는 이 후보가 한참 앞선 윤 후보를 추격하는 양상이 될 것이다.”―정권교체 여론이 60%에 육박하는데.“부동산 등 현 정부의 여러 실정이 있긴 하지만,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는 임기 말 정권교체 여론이 다 높았다. 그래도 문 대통령 지지도가 30%대 후반인 것은 상당히 선방하는 것이다. 정권교체 여론 때문에 특별히 불리한 것은 아니고 ‘대장동 늪’이 문제다. 그 의심이 해소되면 이 후보가 박빙으로 갈 수 있다. 윤 후보도 이런저런 흠이 많으니.”친노(친노무현)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8일 국회 도서관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차기 대선, 선거구제 개편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 전 총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관련한 대장동 의혹이 해소돼야 비로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선거전이 박빙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상배 선임기자―이, 윤 후보가 모두 비호감도가 높은데.“진영 정치가 심해지다 보니 비호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놈 놈 놈’이라며 대선에 다시 출마한 사실을 거론하자) 안 후보가 비호감도 조사에서 72%로 꼴찌를 기록했다. 안 후보는 그런 소리 할 자격이 없다.”―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막판 변수가 되지 않을까.“안 후보는 중도·진보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 때부터 보수로 말뚝을 꽂은 것 아닌가. 안 후보 출마는 보수의 분열로 봐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때 위성정당을 만들어놓고 심 후보에게 단일화하자고 말할 염치가 없다. 안 후보가 윤 후보와 단일화하면 윤 후보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심 후보는 완주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심 후보가 갖고 가는 표가 민주당으로 온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심 후보가 얼마를 가져갈지 모르나 그 표가 전부 민주당 표는 아니다. 조금의 손해 정도일 것이다.”―일각에서는 민주당 후보교체론까지 거론하는데.“수사 결과에 따라 뭔가 나오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후보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 후보가 그렇게 어리석은 인물이 아닐 것이라고 한다.”―대장동·고발 사주 동시특검 얘기가 나오는데.“특검을 받긴 받는데, 대장동과 고발 사주를 같이 특검을 해야 한다. 그런데 특검을 구성하는 데 시간을 얼마나 시간을 끌지 모른다. 검찰 수사를 보고도 못 믿겠다면 특검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대선 전에는 특검 출발이 어려울 것이다. 지금부터 당장 특검을 하자고 하는 것은 정략이다. 일단은 수사 결과를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 검사들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것 같지는 않다.”―양당 모두 경선 이후 ‘원팀’이 쉽지 않은데.“결국은 진영으로 나뉘기 때문에 한두 사람이 어쩐다 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연말쯤 가면 다 섞이게 돼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설훈 민주당 의원보다 더 센소리를 했다. 선대위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국민의힘 쪽에서는 젊은 세대가 탈당한다고 하는데 그 역시 대세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이, 윤 후보에게 건달기가 있다고 했는데.“욕도 잘 하고 건달 과다. 정치인은 사람 마음을 얻어야 한다. 범생이(모범생)들은 사람 마음을 얻는 데는 약하다. 건달기가 어느 정도 있어야 정치 지도자가 된다. 윤 후보에게는 사람이 모였다. 끼가 있는 거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후보는 안타깝다. 안 후보는 뛰어난 수재 아니냐. 안 후보는 사람의 마음을 못 얻는 정도가 아니라, 같이 했던 사람 대부분이 다 원수가 돼서 떠난다. 참 아깝다. 적성이 전혀 안 맞는 분야에서 헤매고 있다. 그 사람은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할 게 많은데 잘못 들어와서 미련을 떨고 있는 게 안타깝다.”―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이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먼저 돼야 한다. 한 공화국에 사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분열돼 있다. 양당 체제가 지속하면 대선 다음 날부터 또 전쟁이 시작된다. 정치가 국민을 더 분열시키고 갈등을 더 심화시킨다. 국회가 국민을 통합시키고 갈등을 해결해야 공동체의 미래가 있다.”―평소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주장해 왔는데.“선거구제 고치는 게 우선이다. 다당제가 가능해야 한다. 소선거구제는 기호 1, 2번을 달지 않으면 생존이 안 되는 생태계다. 태극기 부대와 국민의힘이 서로 부담스러워하면서 한 당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 그러면 대통령이 속한 여당이 과반이 안 되고 야당과 협치를 안 하면 법안과 예산을 통과시킬 수 없다. 또 국회가 총리제청권을 가져야 한다. 결국 의회와 대통령 권한이 분산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문재인정부의 공과를 평가하면.“큰 결실을 보지는 못했지만 남북 간 평화가 이만큼이라도 유지되는 데 초기에 많은 기여를 했고,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국민이 정부를 믿게끔 슬기롭게 한 것은 잘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분신이라는 문 대통령이 정치개혁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다. 그 대목이 가장 아쉽다. 당선되자마자 야당 당사부터 방문하기에 협치를 잘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것뿐이었던 것 같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노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언론중재법 강행처리 시도를 반대했는데.“언론개혁도 해야 하고 검찰개혁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운반 과정은 국민을 설득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거친 운반 때문에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지지를 많이 떨어뜨렸다.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운반을 매끄럽게 못 하고 윤 후보를 저렇게 탄압받는 사람으로 키워준 것 아닌가. 언론개혁도 마찬가지다. 너무 거칠게 하려다 보니 국민 동의도 못 받고 자유언론실천재단의 해직언론인까지 반대하고 국제적으로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목표가 선이라고 해도 과정도 중요하다.”―169석 거대 여당의 국정운영을 평가하면.“강성 지지층은 압도적 과반을 만들어 줬는데 (개혁입법 등을) 빨리빨리 안 하고 뭐 하냐고 재촉했다. 그래서 강경파에 끌려다녔다. 그러면 망하는 거다.”―정치 역정에서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이다. 첫 평화적 정권교체였다. 기적적으로 당선되지 않았나. 그다음이 2002년 노 전 대통령 당선이다. 대선 전날 정몽준이 지지 철회를 하지 않았나. 그해 8월에 노 전 대통령은 대선을 포기하고 정몽준에게 후보를 양보하려고 했다. 8월 12일로 기억된다. 나를 따로 불러 그런 얘기를 했고, 내가 정몽준 쪽에 (단일화) 타진까지 했다. 그런데 정몽준 측에서 거부했다. 어쩔 수 없이 20여명 의원으로 8월 하순에 겨우 선대위를 출범시킨다. 그런 극적인 선거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