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직전인 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오픈AI와 오라클,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초대형 인공지능(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참여를 공식화했다. 두 회사는 이 프로젝트에 100조 원 규모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현재 글로벌 생산 능력의 2배나 되는, 웨이퍼 기준 월 90만 장의 엄청난 HBM 신규 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번 제휴가 단순한 반도체 공급 계약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K-반도체 역량과 미국의 독보적 AI 기술력이 맞물린 전략적 AI 동맹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스타게이트는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약 720조 원)가 투입되는 글로벌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미 국내에선 메타의 ‘AI 얼라이언스’ 영란은행 와 일론 머스크의 xAI, 엔스로픽 등 경쟁 프로젝트들보다 한 발 앞서 있다. 중국·유럽과 국제 AI 경쟁에서도 초격차를 유지하며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엔비디아도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스타게이트의 데이터 센터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기로 했을 만큼 확고한 선두주자다. 이런 스타게이트가 한국산 HBM의 입도선매를 서두르는 배경은 따로 있다. 그 주휴 동안 GPU가 AI의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대용량 데이터를 GPU에 보내는 HBM이 AI의 품질을 결정짓는 척도가 됐기 때문이다. HBM 경쟁력을 발판 삼아 한국이 세계 최고의 AI 생태계에 진입하는 결정적 계기를 맞게 됐다.
이재명 정부가 내건 ‘글로벌 AI 3대 강국’ 도약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 대통령이 오픈AI의 샘 올트먼 아주캐피탈자동차할부 CEO와 삼성전자의 이재용, SK 그룹의 최태원 회장을 함께 만난 것도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AI 산업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총력전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막대한 투자 재원 조달을 위해 금산분리 규제의 완화도 예고했다. 하지만 기술 투자·인재 육성·규제 완화 등 전방위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스타게이트 같은 초대형 대규모언어모델(L 요금제 LM)이 기본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그 위에 로봇·자율주행·드론 같은 피지컬 AI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안보·경제 동맹에 이어 AI 동맹이 21세기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만큼 범국가적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에 한 치의 차질도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