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에서 2022년 '제로 코로나'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11월 27일 베이징에서 시위대가 당국의 검열에 항의하는 의미로 아무것도 쓰지 않은 백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 내에서 그의 권위에 정면 도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이탈리아 산 카를로 감옥에 반(反)파시스트 병사들이 갇혀 있었다. 그중 한 병사가 벽에다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이렇게 써 놓았다. “민주주의 만세!” 간수가 이를 보고 페인트 통을 들고 와 글귀를 덮어 버렸다. 하지 게임몰릴게임 만 글씨는 젖은 회벽을 뚫고 다시 푸르게 배어 나왔다. 다음 날 아침, 간수는 미장이를 불렀다. 미장이는 글자를 긁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귀는 회벽 속 깊이 스며 있어 글자를 지우려면 벽을 깊이 파내야만 했다. 결국 글자는 떨어져 나갔으나, 벽도 함께 무너져 버렸다.”
20세기 초 독일 극작가이자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지울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 수 없는 낙서’를 변형 요약한 것이다. ‘저항의 수다 – 부밍바이(不明白)’가 조명하는 오늘날 중국 청년들의 좌절과 저항은 80여 년 전 쓰인 이 시보다 더 잘 묘사하기 힘들다. ‘부밍바이’는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리위안이 2022년 5월부터 진행하는 팟캐스트다. 코로나19로 중국 전역이 봉쇄된 상황에 상하이에서 고립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팟캐 릴게임사이트추천 스트를 시작했다.
‘부밍바이’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의미로 중국 체제에 비판적인 정치·경제학자 언론인 등을 비롯해 고통받는 중국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여과 없이 내보내자, 방송 2회 만에 중국에서 전면 차단됐다. 하지만 방송 복사 파일과 필사본이 검열을 피해 확산한다. ‘부밍바이’는 중국의 현 체제에 비판적인 중국 청년끼리 상대방의 손오공게임 정체성을 확인하는 암호로 통용될 정도다. ‘저항의 수다’는 팟캐스트 2주년을 맞아 17편을 선별하고, 총 25개 인터뷰를 덧붙여 대만에서 출간했고, 한국 출간은 첫 외국어 번역판이다.



2021년 2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처음 세상에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이 숨졌을 당시 웨 카카오야마토 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분노하는 여론이 퍼지자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은 특별 지시를 내려 확산을 통제했다. 홍콩=AP 연합뉴스


‘부밍바이’에 초대된 사람들의 중국 평가는 신랄하다. 억압을 피해 주로 미국에 머무는 학자와 언론인들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공산당과 인민의 사회 계약은 ‘정치적 권리는 인정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개인의 자유는 허용한다’는 것이었는데,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무지막지한 대응책인 ‘제로 코로나’를 경험하며, 수많은 인민들이 ‘개인의 자유마저 빼앗겼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
경제적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민간기업은 억제하고 국영기업을 보호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정책이 노골화하면서 민간의 활력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40%가 넘는 청년 실업률”과 자영업 몰락 등으로 이어지며 생활고가 커지고 있다. 이런 모순은 구조 개혁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데, 중국 정부는 사실상 회생 불능인 국영기업들을 그대로 유지하며 위기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그 결과 중국 젊은이들은 ‘탕핑(躺平·아무것도 하지 않기)'이나 ‘룬쉐(潤學·run과 발음이 비슷해 도피성 외국 유학을 뜻함)'를 꿈꾸며 소극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이런 평가는 수출 산업 대부분 분야에서 한국을 앞지르고,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중국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모습과 너무 달라 당황스럽다. 이에 대해 인터뷰 참여자는 “중국은 광활하고, 빈부격차도 엄청나다”고 답한다. 단적으로 중국은 전기차, 이차전지, 태양광을 3대 신수출 전략이라며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2023년 중국 전체 수출증가율이 0.6%로 제자리걸음을 할 당시 이 3대 산업은 30%나 폭증했다. 그래도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못 미친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과잉생산으로 인한 밀어내기로 수출 규모는 늘지만, 액수 증가율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또 인터뷰 참가자가 편향되지 않았나 하는 의문도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리위안은 “본토는 이미 폐쇄적인 사회가 되어버렸고, 들을 수 있는 목소리는 최대한 다 들어야 하니까, 그래도 된다”고 답한다.



2022년 11월 27일 중국 상하이 거리에서 당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이 책의 백미는 중국 내 저항 시위 참가자들의 목소리다. 상하이에서 열린 ‘제로 코로나’ 봉쇄 항의 백지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던 젊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이번 운동이 무엇을 바꿀 수 있다거나, 특히 지도자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할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저항 의식이 생겼다는 것이야말로 아주 좋은 징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저항이든 일단 시작되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중국 인민들이 백지에 침묵으로 쓴 “민주주의 만세!”란 구호가 80여 년 전 쓴 시를 되살리고 있다.



저항의 수다 - 부밍바이, 반체제 팟캐스트 좌담집·부밍바이 팟캐스트 지음 최종헌 번역·글항아리 발행·456쪽·2만2,500원


정영오 논설위원 young5@hankookilbo.com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