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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너무 길다 / 슬픔이 너무 길다 /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민중가요로도 잘 알려진 시 '직녀에게'는 단순한 서정이 아닌, 분단의 비극과 시대의 고통을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간 현실에 대한 응시였다. "화염병 대신 시를 던진 저항시인"으로 불렸던 고 문병란 시인이 올해 타계 10주기를 맞았다. 그의 삶과 문학을 기리는 추모 시선집 '직녀에게'가 출간돼 화재다.
시집에는 문 시인의 대표작 '직녀에게'를 비롯해 등단작 '가로수', '정당성 1·2', '식민지의 국어시간', '죽순밭에서', '땅의 연가', '무등산에 올라 부르는 백두산 노래' 급전대출 등 총 60편이 실렸다. 시편들은 시인의 생전 시집 30여권 가운데 엄선됐다. 그의 문학적 정수와 시대정신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대표작 '직녀에게'는 1970~1980년대 민중운동 현장에서 널리 애창된 시다. 가수 김원중이 곡을 붙여 노래로 부르며 민중가요로 대중화됐지만, 그 원작은 분단과 억압, 연인의 형상을 빌린 외환카드 절절한 민족 서사였다. 임헌영 평론가는 이 시를 두고 "분단시대의 절절한 민족적 소망을 담아낸 절창"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문 시인은 1935년 전라남도 화순에서 태어났다. 1959년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한 뒤 조선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수배와 투옥을 겪는 등 시대적 고통과 직면했다. '거리의 육손 시인', '민중의 시인', '농민의 시인', '노동의 시인' 등의 수식어가 그에게 붙는 건 시위, 집회, 강연, 국제 행사 현장에 언제나 자리했기 때문이다.
문 시인의 문학은 시대를 외면하지 않았다. '식민지의 국어시간'에서 한국 현대사의 식민 경험을, '정당성' 시리즈에서는 정치권력에 맞선 도덕적 저항을 담아냈다. 그의 시는 단지 감상용 대학원 등록금 언어가 아니라, 억압된 시대를 일깨우는 '문자 투쟁'의 도구였다.
김준태 시인은 회고의 글에서 "살아서는 민족시인, 하늘에서는 통일시인으로 넉넉하게 빛나는 분"이라며 그를 '광주의 괴테'로 기억했다. 문 시인과 60여년 문학적 우정을 이어온 그는 "그의 시는 서정과 서사를 아우르는 민중의 찬가이자 통일을 향한 진혼곡이었다"고 회고했다.
유선상대기 시집 '직녀에게'는 단순한 유고집이 아닌, 시인의 생애를 관통하는 통일·민주·민중 시학을 집약한 문학적 유산이다. "오작교가 없어도 / 노둣돌이 없어도 /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는 구절처럼 분단된 조국과 억눌린 민중을 향한 그의 시는 여전히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이번 시집 출간은 문병란 시인의 정신을 기억하는 문인들과 제자들, 후학들의 공동 작업으로 이뤄졌다. 김동근 전남대 명예교수, 허형만 전 목포대 교수, 나종영 전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백수인 전 조선대 교수 등이 시 선정을 맡았다. 이와 함께 문학평론가 백낙청, 임헌영, 시인 김준태 등 원로 문인들도 추천의 글과 회고문으로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