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계의 주인’은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종종 꼽힌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2025년은 흥행작들이 많이 나오고 희망이 가득했던 한 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회자로 나선 배우 문소리는 씁쓸한 유머로 행사를 시작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제26회 여성영화인축제는 절망과 희망의 기로에 선 한국 영화의 현재를 돌아보게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여성영화인상 시상이 있었다. 독립영화들이 이날의 상 대부분을 가져갔다. 최고상인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은 영화 ‘세계의 바다이야기슬롯 주인’의 윤가은 감독이 차지했다. ‘세계의 주인’은 신인배우상(서수빈)을 차지하기도 했다. ‘사람과 고기’는 제작자상(장소정 영화사 도로시 대표)과 각본상(임나무)을 받았다. 감독상은 ‘3학년 2학기’의 이란희 감독, 여우주연상은 ‘봄밤’의 한예리가 각각 수상했다. 상업영화로는 ‘전지적 독자 시점’이 유일하게 기술상(전혜진 촬영감독)을 받았다. 독립영화가 오션파라다이스게임 선전하고, 상업영화는 힘을 못 쓴 올해 한국영화계를 반영한 수상 결과다.
올해 한국 영화는 흥행전선에서 패퇴를 거듭했다. 올해 한국 영화 총 관객 수는 4,267만 명(18일 기준)이다. 지난해 총 관객 수(7,147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2020~2021)을 제외하면 2004년 이후 최악의 흥행 성적 바다이야기5만 표다. 외화 총 관객 수는 5,577만 명으로 지난해(5,165만 명)보다 늘었다. 극장가 불황 뒤에는 한국 영화가 있다.
독립영화가 그나마 위안거리가 됐다. ‘세계의 주인’과 ‘사람과 고기’, ‘3학년 2학기’, ‘3670’, ‘여름이 지나가면’, ‘1980 사북’ 등이 높은 완성도로 한국 영화의 저력을 입증했다.
독 신천지릴게임 립영화가 선전했다고 한국 영화의 미래가 마냥 밝다고 할 수 있을까. 십수 년 전부터 독립영화 쪽에서 빼어난 ‘재능’이 두각을 나타내 왔고, 상업영화 진영으로 종종 흡수됐다. 연상호 감독은 독립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블록버스터와 드라마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배우 이제훈과 박정민, 변요한 등은 독립영화로 연기 이력을 시작했다.
최근 몇 년 게임몰 사이 독립영화 인재들이 상업영화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가 급감하고 있다. 요인은 여러 가지로 추정된다. 투자배급사들의 인재 개발 노력이 줄었다는 지적이 있다. 극장 관객이 줄자 유명 감독과 스타 배우가 협업하는 영화에만 투자한다는 거다. 새로운 재능을 자본과 연결해 줄 제작자의 역할이 축소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투자배급사의 힘이 세지고 제작자의 발언권이 약해지면서 독립영화 인재가 상업영화 쪽에서 안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말이다.
한국영화의 재도약을 위해선 새 인재가 필요하다. 독립영화의 활력을 산업으로 유입시킬 수 있느냐가 새해 한국 영화의 과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