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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 요충지 쿠퍈스크를 점령해, 하르키우 내륙 더욱 깊숙이 진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러시아가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요구해온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외에 또 다른 전쟁 목표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보고서와 러시아 타스 통신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 국방부는 23일(현지시각) 텔레그램 성명에서 “서부 군관구 소속 부대들이 쿠퍈스크 ‘해방’(점령)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쿠퍈스크를 장악하면 러시아군은 향후 하르키우주 깊숙이, 천만원만들기 이지움·추후이우 방면으로 공세를 전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쿠퍈스크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하르키우주의 주도)로부터 동쪽으로 104km 떨어진 군사 요충지다. 러시아군의 서진을 막는 자연 방어선인 오스킬강을 끼고 있고 하르키우와 도네츠크주를 잇는 도로망이 이곳을 지나, 우크라이나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거점이다.
인탐구러시아 국방부 역시 성명에서 “쿠퍈스크는 우크라이나군 지휘부가 하르키우주 동부 지역을 통제하기 위한 핵심 거점”이라고 평가했다. 또 “(시내) 8667개 건물 중 5667개가 (러시아군) 통제 하에 놓였다. 러시아군은 북쪽·서쪽에서 대규모 적군 집단을 반 포위 상태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전쟁연구소는 러시아군이 다음 공세 목표로 온비드 하르키우를 공개적으로 꼽은 데 주목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휴전 조건으로 돈바스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돈바스 점령을 전쟁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왔다. 이에 러시아의 쿠퍈스크 공세도 쿠퍈스크 남쪽의 도네츠크주 대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슬로우얀스크 등을 포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러나 러 모기지 시아가 도네츠크만이 아닌 하르키우까지 점령하려 한다면 전쟁은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가 휴전 협상에서 더 까다로운 요구를 내걸 여지도 크다. 전쟁연구소는 “이번 러시아 국방부 발표는 ‘러시아의 주된 군사적 목표나 영토 요구가 루한스크·도네츠크·자포리자·헤르손주에 한정된다’는 기존 주장을 반박한다”며 “러시아가 아직 불법 병합하지 못했고 영유권을 통합대출조건 주장한 적도 없는 하르키우주로 계속 진격하려 한다는 사실은, 러시아의 영토 야심이 기존의 4개 주 너머로 확장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당국이 내부 ‘사기 진작’을 위해 이례적으로 다음 작전 목표를 공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군은 지난 연말부터 쿠퍈스크 전선에서 막대한 병력·장비 손실을 내고도 도시를 점령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연구소는 “러시아 국방부가 작전 의도를 공개적으로 밝힌 건 러시아 사회와 전선의 병력에게 쿠퍈스크 점령 시도를 정당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러시아가 이번처럼 작전 의도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일은 드물다”고 짚었다.
이어 “러시아군 지휘부는 지난 1년간 막대한 인명과 시간을 허비한 상황에서, (희생의 명분을 제시하고자) 쿠퍈스크를 하르키우주 전체와 (도네츠크) 요새 지대로 진입하기 위한 중요 관문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쟁연구소는 러시아가 단기간에 도네츠크와 하르키우를 모두 차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보고서는 “러시아 국방부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시한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공급하는 한, 하르키우와 도네츠크주의 우크라이나 요새 지대 점령은 러시아에게 수년 걸릴 장기 과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