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 전시된 박은선의 '생성-진화'와 회화 작품들. 가나아트 제공


높이 3.3m의 구(球)형 화강암 세 덩어리가 아찔하게 수직으로 서 있다. 세 개의 구는 곧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지만, 강철로 만든 심봉으로 연결돼 쓰러지지 않는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조각가 박은선(60)이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 '치유의 공간'을 열고 내보인 새로운 연작 '생성-진화'다. 이탈리아에서 만든 구형 조각들을 이어 기둥처럼 단단히 세웠다. 11일 전시장에서 만난 박은선은 화강암 기둥을 자신의 인생에 빗댔다. "제 삶은 항상 절벽 끝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작업을 이어가다 보니 저 자 바다이야기무료머니 신은 여전히 서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전남 목포 출신인 박은선은 1993년 '조각의 성지'라 불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에트라산타에 정착했다. 피에트라산타에는 올해 6월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그의 미술관 '아틀리에-뮤지엄 박은선'이 있다. 2021년엔 동양인 최초로 피에트라산타의 명예 시민이 됐다. 이탈리아로 이주 릴게임 할 때만 해도 무명의 작가였던 박은선은 오로지 조각만으로 승부를 걸었다. 현지에서 채취한 '카라라 대리석'을 작업의 주재료로 조각한다. 여백의 미를 살리고, 대리석의 무늬를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으로 '추상적 동양미'를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조각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알라딘게임 높이 5m '무한 기둥-증식'이 가나아트센터 야외에 설치된 모습. 야외 작품 뒤로 전시장 내부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대리석 구 안에 넣은 '무한 기둥-확산'이 보인다. 가나아트 제공


이번 전시에는 신작을 포함해 조각 22점과 회화 19점 등 총 41점이 나온다. 박은선의 작업 세계 전반을 손오공릴게임 조명할 수 있는 자리다. 높이 5m에 이르는 '무한 기둥'은 야외 공연장에 설치됐다. 하나의 돌을 조각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여러 돌로 석판을 쌓아 올린 작품이다. 기둥 가운데 의도적으로 벌린 틈은 단절이 아니라 빛이 스며드는 통로이자 새로운 생명을 위해 비워둔 '치유의 공간'을 뜻한다. 박은선은 "깨고 쌓는 작업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면서 "때로 골드몽게임 도망치고 싶었지만 틈을 넣는 것으로 숨통을 찾아내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리석의 내부를 파내어 만든 구를 활용한 작품도 여럿 볼 수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내부에 넣은 '무한 기둥-확산' 연작, 292개의 대리석 구를 천장에 매단 '큐보' 등이다. 회화 작업도 국내 최초로 전시했다. '무한 기둥'에서 나타나는 층 무늬와 균열을 캔버스에 먹으로 그려낸 그림은 조각과 조화를 이룬다. 박은선은 "조각으로 채워지지 않은 여백을 표현하기 위해 회화를 하기 시작했다"면서 "내 조각의 한 면을 찍은 사진 같은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내년 10월에는 그의 조각 100여 점을 전시할 '인피니또 미술관'이 신안군에 들어선다. 피에트라산타의 '아틀리에-뮤지엄 박은선'과 마찬가지로 마리오 보타가 설계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다.



조각가 박은선이 자신의 작품 '큐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큐보'는 내부를 깎아낸 대리석 구를 천장에 매달아 만든 작품이다. 가나아트 제공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