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준 광주전남 중소기업회장(왼쪽부터)과 강기정 광주시장, 홍경임 홍아네 사장이 광주 치평동에 있는 한정식집 홍아네에서 지역 상권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광주=이솔 기자


광주광역시는 노벨상의 도시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광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소설의 배경을 따라 걷는 ‘소년의 길’은 인문 투어 명소로 떠올랐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도 광주다. 노벨상의 도시라는 말에는 ‘민주화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배어 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 바다이야기다운로드 수는 민주주의가 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이라고 주장해온 학자다. 광주의 현실은 이런 진단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 이렇다 할 산업 기반이 없어 활력을 잃어가고 있어서다. 2022년 2만3000명 선이던 광주 내 폐업자는 지난해 2만6000명으로 늘었다. 청년들이 떠나면서 인구도 감소세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최근 한국을 방문한 로빈슨 교수를 만나 조언을 구한 이 황금성릴게임 유다.
광주의 경제 주체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광주 토박이로 40여 년간 건설업계에 몸담아온 임경준 해솔아스콘 대표(광주전남 중소기업회장)와 광주에서 32년째 한정식집을 운영 중인 홍경임 홍아네 사장, 강 시장이 한자리에 앉았다.
건설업 위축…지역 활력 잃어
홍아네는 운치 있는 한옥에 자리 잡은 광 릴게임5만 주의 맛집 명소다. 임 대표는 “재료가 신선하고 맛이 좋아 광주를 찾는 방문객에게 늘 내세울 만한 집”이라고 추켜세웠다. 홍 사장은 생조기탕을 내오며 요즘 바다가 따뜻해져 해산물이 잡히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세발낙지 한 마리가 작년만 해도 4000~5000원 정도였는데 요즘 1만원까지 올랐어요. 단골손님에게 하나씩 서비스로 드리곤 했는데 지금은 못 해요. 손오공게임 ”
“요즘 손님은 많이 오느냐”며 안부를 묻자 홍 사장은 “손님이 줄어 매출이 20% 정도 빠진 것 같다”고 했다. 건설업이 안되니까 주로 점심시간에 오고 저녁 술손님이 줄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사정에 밝은 임 대표가 말을 거들었다. 그는 “중대재해 처벌이 강화되면서 건설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업자가 타고 사이다쿨 있던 지게차가 넘어지는 바람에 얼마 전에도 광주의 한 기업인이 처벌받았어요. 건설 현장마다 사고가 날까 두려워 사실상 멈춰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강 시장은 “아파트 건설이 그동안 과잉 공급된 측면이 있고, 최근 2~3년간 건설 인허가가 끊겨 건설경기가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광주는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 건설업 비중이 높은 도시여서 더 민감한 것 같다”며 참석자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건설경기를 둘러싼 대화 주제는 그동안 광주시가 공을 들인 복합쇼핑몰 ‘더현대광주’ 개발사업 프로젝트로 옮겨갔다. 강 시장은 오는 20일 착공에 들어가는 더현대광주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복합쇼핑몰 들어서면 시너지 효과”



더현대광주는 서울 여의도에 들어선 더현대서울의 1.5배 규모로 지어지는 전국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이다. 더현대광주가 들어서면 수도권은 물론 동남아시아 등 해외 쇼핑객도 몰릴 것이란 기대가 일고 있다. 강 시장은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내수 구매력이 확 커지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다만 일부 중소상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상생협의회를 꾸려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 대표도 “중산층 이상의 소비층이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는데, 복합쇼핑몰이 들어오면 광주에서 소비 행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광주는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작은 골목상권이 많은 편이다. 비엔날레, 김치축제 같은 이벤트도 자주 열리지만 골목골목마다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볼거리가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그만큼 자영업자 비중도 높다. 광주 내 전체 사업체(17만3424개) 가운데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점업에 속한 업체가 40%에 이른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광주시는 13% 할인이 적용되는 ‘광주상생카드’를 비롯해 ‘공공 배달앱’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온누리 상품권 가맹 등록을 밀착 지원하는 ‘골목상권 현장지원단’을 운영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강 시장이 구운 김에 밥을 얹어 파김치를 곁들이며 말을 이어갔다. “광주는 역사와 문화가 풍부하고 맛집이 어우러져 있는 도시예요. 그런데 수도권과 영남권에 비해 산업화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 민주화 도시라는 명성은 있지만,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실을 타개하는 것이 늘 고민입니다.”
대화가 일자리 문제로 이어지자 홍 사장도 평소에 느낀 애로를 털어놨다. 그는 “손님은 줄고 물가는 오르는데 최저임금이 해마다 올라 직원들을 쓰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손이 많이 가는 나물을 내놓지 않는 집도 많다”고 귀띔했다. 임 대표도 “지방의 중소기업은 아무래도 임금이 적어 채용이 힘들고 청년들은 지방 근무를 안 하려고 하니 정말 힘들게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며 맞장구를 쳤다.
참석자들은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강 시장은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은 대기업이 투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현대자동차가 500억원을 투자해 만든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7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앞으로도 기업 투자를 끌어오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AI산업이 미래 먹거리”
광주시는 현재 인공지능(AI)을 지역의 핵심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강 시장이 광주를 ‘AI 집적단지 1조원 프로젝트’ 대상지로 유치하면서 AI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가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게 그 결과물이다. 강 시장은 “광주가 민주화의 도시에서 더 나아가 성장을 통해 풍요로운 도시로 거듭나려면 AI 중심도시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에 실패해 지역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강 시장은 “광주는 이미 AI산업에 필요한 전력, 통신 등 기반시설이 이미 갖춰진 최적의 입지인데 이를 인정받지 못해 안타깝다”며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하는 AI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짓는 AI 컴퓨팅센터는 반드시 광주에 들어서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이정선 중기선임/임동률 기자 leeway@hankyung.com 기자 admin@slotmeg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