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미국을 상대로도 부채 함정(Debt Trap)을 파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0여 년간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이 전 세계에 뿌린 차관 규모를 전수 조사한 결과, 최대 채무국은 개발도상국이 아닌 미국으로 밝혀졌다. 미국 정계가 제3세계 국가에 중국 자본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이, 정작 안방에서 중국 자본이 인프라와 첨단 기술 기업을 잠식하고 있던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인근 김해공군기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미국 윌리 릴게임황금성 엄 앤 메리 대학 산하 연구소 에이드데이터(AidData)가 펴낸 200여 페이지 분량 방대한 보고서 ‘중국 추격하기(Chasing China)’에 따르면 지난 24년간 1193개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기관이 전 세계 179개국에 살포한 차관과 보조금 총액은 무려 2조 2000억 달러(약 3228조 원)에 달했다. 이는 그동안 학계나 국제기구가 추산했던 수 야마토게임하기 치보다 2~4배나 많은 천문학적 규모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가장 많은 빚을 진 국가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이 기간 중국 국영 채권단으로부터 총 2000억 달러(약 293조 원)가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전체 중국 해외 대출 약 10%를 미국 혼자서 집어삼켰다. 중국 차관은 아프리카 철도나 동남아 항만처럼 개발도상국 사회간접자본에 집중 릴게임가입머니 되어 있다는 기존 서방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결과다. 브래드 파크스 에이드데이터 소장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워싱턴 정가가 전 세계를 향해 중국 부채 위험성을 설파하고 다닐 때, 정작 미국 내 차주들은 중국 국영 은행 돈을 빌려 쓰고 있었다”고 했다.
2000억 달러는 미국 핵심 인프라와 간판 기업들로 흘러들었다. 뉴욕 관문인 J 바다이야기릴게임연타 FK 공항 터미널 건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버지니아 북부 데이터 센터 구축처럼 미국 경제 동맥과 같은 핵심 사업에 중국 국영은행 자금이 수혈됐다. 테슬라, 아마존, 보잉, 월트 디즈니, AT&T처럼 미국을 상징하는 포춘 500대 기업들조차 중국 국영은행이 열어준 신용 한도(Credit Line)를 통해 운영 자금을 융통했다 알라딘릴게임 .
이 중 상당수는 수익을 좇는 상업적 투자였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 앤드류 콜리어 선임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중국 은행가들은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를 선호하지만, 동시에 공산당 지시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존재들”이라고 했다. 단순한 비즈니스처럼 보여도, 그 이면에는 언제든 중국 최고위층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중국 중부 허난성 정저우 신정 국제공항에 놓인 중국 정부가 파키스탄에 제공한 홍수 구호 물품. /연합뉴스


중국은 정부와 국영기업·기관이 제공하는 막대한 자금을 무기로 미국이 자랑하던 첨단 기술을 쇼핑하듯 사들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중국 정부가 첨단 제조업 육성 전략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한 직후 중국 국영은행은 로봇, 바이오, 반도체 등 민감한 기술 분야 인수합병(M&A)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입됐다.
전략을 발표한 바로 그해 중국 국영은행들은 중국 컨소시엄이 미국 반도체 기업 옴니비전(OmniVision)을 19억 달러(약 2조 7900억원)에 인수하는 자금을 댔다. 2016년에는 미시간주 기반 로봇 설비 업체 패슬린(Paslin) 인수를 지원했다.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은 ‘중국제조 2025’ 관련 10대 핵심 분야에서 해외 기업 인수 성공률을 2015년 68%에서 2023년 100%로 끌어 올렸다.
파크스 소장은 워싱턴포스트에 “중국 기업이 서방 값비싼 기술 기업을 인수하려 할 때 중국 최고위층이 보낸 메시지는 명확했다”며 “우리가 뒤를 봐줄 테니(We’ve got your back), 우리 카드로 마음껏 질러라(Go on a spending spree)는 식이었다”고 했다. 돈으로 기술 장벽을 무너뜨린 셈이다.



2023년 10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10주년을 기념하는 일대일로 포럼(BRF) 개막식을 앞두고 한 중국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은 이런 전략적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복잡한 금융 기법을 사용했다. 국영은행 본점이 직접 나서는 대신, 해외 지사나 조세회피처(Tax Haven)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V)을 내세워 자금 출처를 세탁하는 방식이다.
에이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중국 해외 대출 약 30%는 중국 본토가 아닌 해외 지사나 자회사를 통해 집행됐다. 이런 방식으로 차관을 제공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같은 국제 금융 감시망에 중국 자본으로 잡히지 않는 소위 ‘스텔스 자금’이 된다.
미국 기업들뿐 아니라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Nexperia)와 영국 반도체 기업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스(Imagination Technologies) 등도 중국계 자금이 연루된 기술 유출 논란에 휘말렸다. 넥스페리아는 중국 기업 윙텍이 인수한 뒤,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자 최근 네덜란드 정부가 개입해 다시 통제권을 가져와야 했다.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스는 중국계 사모펀드가 인수 직후 기술만 탈취하는(Buy it, strip it, and sell it) 시도가 포착되어 논란을 빚었다.
중국은 2000년대 일대일로(一帶一路) 초기 무렵 해외 차관 대부분을 개발도상국과 아프리카 일대에 집중했다. 당시 중국 해외 대출 88%는 저소득 및 중저소득 국가에 집중됐다. 고소득 국가 비중은 고작 12%에 그쳤다.
그러나 엔데믹으로 접어든 2023년부터 이 비율이 완전히 뒤집혔다. 저소득 국가로 향하는 돈줄은 12%로 말라붙었다. 반면 미국과 영국 등 고소득 국가로 흘러간 자금이 76%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엔데믹 이후 유동성 함정에 빠진 개발도상국들이 잇따라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자, 상환 능력이 확실하고 획득할 자산이 풍부한 선진국으로 눈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에이드데이터 보고서 공저자 브루크 에스코바는 니케이아시아에 “중국은 이제 자선을 베푸는 기부 천사가 아니라,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최후의 채권자(Lender of Last Resort)’로서 지위를 굳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탄중프리옥 항구에서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일환인 전기식 고속열차를 선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서는 중국이 금융을 무기화해 선진국 핵심 인프라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뒤늦게 외국인 투자 심사(CFIUS)를 강화하고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등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미 의회 자문기구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 마이클 카이켄 위원은 “중국 해외 투자는 자국 산업 역량을 강화하고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명백한 전략적 도구”라고 WP에 말했다.
윌리엄 헤너건 미국 외교협회(CFR) 연구원 역시 WP 인터뷰에서 “중국은 경제적 국정운영(Statecraft) 영역에서 미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이미 획득해버린 미국 자산들이 지적 재산권를 빼앗아가는 고속도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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