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17일,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에 예술가들이 모였다. 소설가 살만 루슈디, 배우 이자벨 위페르 등이 말없이 서 있었다. 위페르는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낭독하며 한 망자를 배웅했다. 그의 이름은 수전 손택. 파리의 겨울 추위도 이들의 애도를 방해하지 못했다.
손택의 마지막 순간을 서문에 묘사하며 시작되는 책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은 손택 사후에 출간된 손택 평전이다.
손택의 명멸을 추적하는 이 책은 이 문장으로 열린다. "갑자기 수전 손택이 거기에 존재했다. 그는 알려진 게 아니라 선포됐다."
어린 시절, 손택의 본명은 수전 오리지널바다이야기 리 로젠블랫이었다.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지만 중국을 오갔던 부모는 아이를 보모에게 맡겼다. 알코올의존증에 빠져 냉담했던 홀어머니는 외톨이 천재 소녀를 방치했다.
방치와 결핍 속에서 어린 손택은 '문학을 향한 채울 수 없는 굶주림'에 허덕였다. 뉴욕 지성계의 소설과 잡지를 읽으며 그 세계의 '일부'가 되길 갈망했다. 읽은 책으로부터 모든 카카오야마토 걸 흡수하면서 그는 서서히 미국과 유럽의 지성으로 자라났다. '해석에 반대한다' '사진에 관하여' '은유로서의 질병' '타인의 고통' 등 손택의 걸작 에세이들은 그런 시간 위에서 예비됐는지도 모른다.



평전의 저자 다니엘 슈라이버는 문헌과 인터뷰를 뒤적이며 손택의 내면을 탐험한다 알라딘게임 . 손택을 스타로 만든 1966년작 '해석에 반대한다'의 비화가 자세하다.
이 책은 실제 텍스트 아래 숨겨진 '진정한 의미'를 찾아내겠다는 비평가들의 해석적 관행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해석'은 예술을 길들이고 통제 가능한 상품으로 만든다는 게 손택의 주장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해석학이 아니라 예술의 성애학이다"란 바다이야기예시 말은 그래서 나왔다. 당시 비평계는 손택을 "미국 문단의 다크 레이디"로 부르며 경멸했음을 저자는 상세히 전한다.
1977년작 '사진에 관하여'의 비화도 흥미롭다. 이 책은 사진이 현실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소유하는 방식임을 설파한 논쟁작으로, 발터 베냐민의 '사진의 작은 역사', 롤랑 바르트의 '사진의 메시지'와 나란히 놓이는 황금성릴게임 걸작 에세이다.
"이미지는 현실을 그림자로 만들어버린다"로 요약되는 이 책의 출간 당시, 손택은 유방암 판정을 받은 직후였다고 책은 전한다. 2년 생존 확률은 10%. 하지만 거인의 투병은 훗날 1978년작 '은유로서의 질병'으로 이어졌다.
책을 덮으면 알게 된다. 손택은 예술을 동경한 게 아니라, 삶 자체가 예술이었음을. 설명되지 않는 존재로서의 손택은 한 인간의 생애 자체가 이토록 미학적일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문학적 우상 토마스 만을 손택이 알현(謁見)하는 장면, 한때 세계무역센터로 불렸으나 이제 악취가 진동하는 '공동묘지'를 30분간 손택이 거니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김유태 기자]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