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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자 메시지와 함께 책 한 권을 선물받았다. 제목은 ‘실패를 통과하는 일’. 보낸 사람은 그 책의 저자인 퍼블리 창업자 박소령 전 대표다. 전(前)이라는 관형사를 쓴 이유는 더 이상 퍼블리 대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퍼블리의 시작은 지식 콘텐츠 스타트업. 그는 “작년 8월 퍼블리를 퇴사하고 이 책을 릴게임동영상
썼다”고 했다.



자신이 창업한 퍼블리를 퇴사한 박소령 대표에게 실패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첫째,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채 의사 결정을 해서. 둘째, 욕먹기를 두려워한 칭찬 중독자라서. 셋째, 가격과 사업 모델을 건드리지 않고 기우제 지내듯 구독자 늘기만을 기다바다이야기 pc버전
려서.”/김지호 기자


10년 전 일이다. 문화부 책 담당이던 기자는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30대의 박 대표를 인터뷰했다. ‘르네상스인’이라는 문패를 붙인 시리즈였는데, 200자 원고지 40장 가까운 분량의 인터뷰였다. 하지만 압축하면 한 줄로 요약된다. ‘술값 대신 지식 콘텐츠에 지갑 열게 하는 모바일릴게임사이트
퍼블리’. 콘텐츠는 돈 주고 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깨려는 이 젊은 르네상스인의 패기를 응원하고 싶었다. 한동안 그는 크라우드 펀드·월정액 유료 멤버십 등을 개척하며 승승장구했다. 업계에 입소문이 나며 150억원 가까운 투자금도 유치했다. 하지만 거액이 독이 됐을까. 투자 회사들은 빠른 성장과 흑자 전환을 원했고, 퍼블리는 좋아하고 잘하는 전공 분야를 넘오늘증시전망
어 IT 개발자 구인·구직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확장했다. 물론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퍼블리의 이후 싸움은 쉽지 않았다. 결국 두 부문 모두 각각 다른 회사에 팔아야 했고, 그는 조용히 퇴사했다. 이 책은 그 성공과 실패의 구체적인 고백록이다.
“취향이 직업이 되면 저주”라는 격언이 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은 직업보다 취미로 두라는 변액
옛 충고인데, 요즘 시대엔 맞지 않는 것 같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은 ‘덕후’들이 성공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 칼럼의 첫째 목적도 거기에 있다. 전술했지만 지적 콘텐츠로 대중의 관심을 자극하는 사업 모델은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일. 박 대표가 자인하듯 99% 대중이 아니라 1% 고급 독자를 상정하는 싸움이다.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해도 쉽지 않은데, 잘 모르는 일까지 확장했으니 ‘번아웃’이 올 수밖에.
둘째 목적은 실패 그 자체를 정직하게 해부하는 일이다. 조간 신문의 금기가 있다. 대표적인 게 죽음이다. 아침 신문에서 독자들은 우울해지기 싫은 법. 실패도 그렇다. 하지만 노화와 죽음은 누구에게나 가차 없듯, 실패도 마찬가지다. 삶의 매순간마다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의사들은 환자가 사망하면 ‘모털리티(mortality) 케이스’라는 회의를 한다고 한다. Immortal이 불멸이라면 Mortal은 필멸이다. 주치의가 자신의 환자 사망 사례를 발표하고 다른 의사들은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미 죽은 환자를 두고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그건 단죄와 추궁이 아니라, 모두가 더 나아지려는 마음으로 되짚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나 의사만의 문제겠는가. 성공은 자랑하고 싶지만, 실패의 고백은 부끄러운 일. 그럼에도 실패는 우리를 다음 계단으로 이끈다. 굳이 아침 신문에서 ‘실패’를 복기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