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한편에 갈 곳을 잃은 책 봉투 하나가 놓여 있다. 약 두 달 이상 그 자리에 우두망찰, 그대로 있다.
지난 9월의 어느 날, 진주에 거주하는 경남아동문학회 소속 H, K, 두 분과 티타임을 가지면서 추석 지나고 김태두 전 회장님 병문안을 가기로 약속했다. 마침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청소년소설 ‘우리의 프렐류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뒤라 “병문안 선물로 책을 준비하자”라는 조언도 자연스레 덧붙여졌다.
집으로 돌아와서, 인쇄 온기가 아직 남아있는 신간의 속지에 정성껏 서명을 하고, 붉은 인주로 도장도 찍고, 출판사에서 발송용으로 만들어 준 서류봉투에 넣어 책상 손오공릴게임 한편에 올려놓고 병문안 갈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추석이 미처 오기도 전에 김태두 회장님의 부음이 먼저 날아들었다. 생과 사의 문제는 인력으로 불가능한 것이고, 죽음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다시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책상 위에 놓인 책 봉투는 갈 곳을 잃은 채 100여 일 가까이 그대로 놓여 있다.
아동문학에서 게임몰릴게임 는 ‘죽음’을 거의 금기어처럼 여겼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나라 대표 동화작가 정채봉의 명작 ‘오세암’에서 그 극적이고 아름다우며, 환상적 결말은 죽음을 기피하려는 의도이며, 어린 독자들에게 죽음이라는 두려움보다 다른 세계를 환상적으로 보여주려는 작가의 문학성이 그대로 투영된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동 문단의 원로, 지금은 작고 바다신게임 하신 아무개 선생은 아동문학에서 죽음을 전면에 다루면 심사에서 탈락시킨다는 흉흉한 말이 나돌기도 했던 때도 있었다. 그래서 아동문학 작가들은 ‘죽음’을 위한 장치를 문학적으로 설정하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하지만 예측 불허의 재난 사고가 다발성으로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환경(세계)의 변화로 어린이들도 ‘죽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 시 릴게임종류 작했다.
그래서인지 동화와 청소년소설에 인물의 죽음을 다루는 작품이 다수 발표되고 있다. 사고로, 혹은 병으로 친구를 잃은 작중인물, 소년(소녀)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친구의 영혼을 떠나보내는 의식을 가지며 그 과정에서 생각의 변화를 체감하기도 하는 성장의 면모를 보여준다. 친구를 떠나보내는 의례를 가지면서 인생의 문턱을 넘어서는 장면 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 은 정신적 성장의 또 다른 모양이다. 의연한 캐릭터이며 필요한 설정이다.
최근 얼마간 나는 가족, 친지가 병환으로 연이어 이승을 떠나시는 큰 고통을 겪었다. 바늘 수천 개가 근육과 살갗을 찌르는 듯한 통증 때문에 일시적인 공황 상태를 겪기도 했다. 육친을, 친지를 영원히 떠나보내는 고통의 강도와 허망함이 어떠한 것인지, 숨 쉴 겨를도 없이 몇 해 동안 내리 그 아픔 속에 있었다. 주변 지인들은 “잘 보내드려야 한다”는 따듯한 위로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생사의 문제는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기에.
지난 몇 년간 우리 주변에서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어이없는 죽음을 목격한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이제는 떠나보내는 일이 남아있다.
갈 곳을 잃고 책상 위에 그대로 놓여 있는 책은 올해 안에 유족에게라도 보내야겠다. 떠나보내는 연습과 실전은 삶과 죽음의 문제처럼 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최미선(아동문학작가)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