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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솔지 기자]
"잊어야 한다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도종환 시집 <사월바다>(2016년 발간)의 시 '화인(火印)' 中
누구에게나 인생의 시 한 줄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당시 받았을 상처에 대한 치유가 됐든 혹은 앞으로 나아갈 이유가 되었든. 나에게 도종환의 '화인'은 세월호를 10년간 가슴 저미게 기억하면서도 진실 찾기의 여정에 이성으로 버텨야 한다는 의지를 매번 다지게 해준 시였다.
도종환. 그가 길었던 공직에서 물러난 후 첫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열림원)를 릴게임하는법 펴냈다. 시인으로 돌아오기까지 치열한 고행이 있었을 터. <고요로 가야겠다>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그의 사색의 길을 잠시 함께 걸어보고자 지난 11일 그를 마포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몇 가지 문답이다.
열 편의 시, 열 번의 치유
바다이야기게임장
▲ 고요로 가야겠다 시집 출간한 도종환시인 인터뷰
ⓒ 윤솔지
야마토게임예시
- <고요로 가야겠다>는 '이월' '고요' '달팽이' '슬픔을 문지르다' '사랑해요' '당신의 동쪽' '손' '끝' 이렇게 8부로 나뉘어있는데. 그 안에 계절의 흐름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단 말이죠. 그런데 시작이 '이월'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12 게임몰릴게임 월이나 1월, 소설, 대설같은 혹독한 시간은 지났고, 아직 봄은 안 됐지만 봄이 멀지 않은 때, 그때부터 비로소 봄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추위가 다 끝난 건 아니고, 시련과 어려움이 다 끝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봄이 멀지 않다, 새로운 날이 멀지 않다고 생각할 때부터가 봄이다, 인간의 삶도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럼 나도 이월(2월)부터 사아다쿨 시작하자 했던 거예요."
- 시집의 제목을 <고요로 가야겠다>고 정하기까지 그 안에 굉장한 뜨거움이 있었을 텐데?
"세상은 소요 그 자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고 매일 무슨 일이 터져요. 이런 속에서 같이 소요에 휩싸여 가는 게 우리의 하루이고. 같이 흥분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분노하고 좌절하고 또 모두 같이 환멸을 느끼기도 하고 말이야. 그러다 보면 내면까지 소음으로 가득 찬 삶을 살 수밖에 없고. 이런 일상 속에서 우리가 고요를 선택하지 않으면 우리의 생각도 분노와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고, 언어도 조롱과 혐오의 언어가 일상화되고, 행동도 거칠어지고 난폭해지고, 그것이 되풀이되면 삶은 결국 황폐해져요.
누군가는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고 말하자, 생각해 보고 행동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고요로 가자" 라고 말하는 건 일단 멈추자는 거예요. 잠시, 하루에도 여러 번 멈춰야 돼요. 멈추고 그 다음에 바라봐야 돼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그걸 시적으로 표현하자면 고요로 가야겠다, 그래서 그렇게 정하게 됐죠. 고요로 가야겠다는 것은 특별한 말이 아니에요. 사물을,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침착하고 차분하게 바라보자는 것일 뿐입니다."
▲ 고요로 가야겠다 시집
ⓒ 도종환
- 꽃, 나무, 벌레들...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의도한 것인지?
"일부러 어렵게 쓰면 남들이 무슨 얘긴지 모를 거 아니에요? 그럴 필요는 없지. 꽃이든 나무든 새든, 익숙하고 친숙한 어려서부터 늘 보던 이름들을 말하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다른 사람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꽃, 새, 나무에 견주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동양시의 기본이죠. 주위의 자연의 정경을 이야기하고 나중에 속에 품은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시는 본래 그렇게 쓰는 거죠.
내가 한 편의 시를 쓰는 것은 한 번 치유되고 한 번 아팠던 마음이 회복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시를 쓰기 전에 마음이 아프지 고통스럽고. 하지만 시를 한 편 다 쓰고 나면 아픈 마음이 회복되는 경험을 하거든요. 내가 그래서 이 시집에서 열 편의 시를 썼다는 것은 열 번의 치유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당신들도 시를 읽으면서 아팠던 마음이 조금이라도 회복되거나 치유되면 좋겠어요, 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 거죠."
별 빛 아래서
어둠 속에서
혼자 많이 울다 갔다고 기억해 주면 좋겠다
귀뚜라미처럼 한 치 앞도 잘 못 보면서
꿈의 더듬이만 길어
더듬더듬 허공을 짚으며 살아왔지만
꿈꿀 수 있어서 아름다웠으므로
세상을 사랑한 것만으로도 내 생은 충분했으므로
해금 연주가 끝날 때까지
잠시 있어 주면 고맙겠다
- <고요로 가야겠다> '귀뚜라미를 조상함' 中에서
- 도종환의 시에는 사랑이 가득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데...
"문학이 다루는 큰 주제 두 가지가 죽음과 사랑입니다. 내가 특히 사랑 이야기를 많이 하는 시인이라고들 말하지만 본래 문학이 죽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사랑이 이루어지든 아니든 지금 그리워하고 있는 사랑이든 헤어진 사랑이든 사랑 이야기를 많이 하고 그 다음에 죽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 이별의 이야기. 누군가가 훌륭하게 살다 이렇게 안타깝게 죽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죽기 전에 정말 좋은 시 한 편 쓸 수 있기를
▲ 마포의 한 커피숍 인터뷰중
ⓒ 윤솔지
- 도종환 시인님에게 좋은 시란 무엇인가요?
"시는 자기 삶에서 우러나는 가장 정직한 언어에요. 가장 좋은 시는 가을 물 같이 차고 맑은 시라고 생각해. 우리 내면은 늘 끓어요, 분노로. 욕망으로 내면은 불타오르지요. 그 내면에 있는 걸 꺼내서 작품으로 쓸 때, 특히 시로 쓸 때, 좋은 시는 가을 물 같이 차고 맑은 시이어야 해요. 할 수 있다면 거칠게 내뱉지 말고 부드럽고 다정하게 표현하는 게 내 정서에 맞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데도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맑게, 맑은 언어로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시인 도종환, 정치인 도종환,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물을 동그란 그릇에 담아 놓으면 물이 동그랗게 보이고 네모난 그릇에 담아 놓으면 네모난 것처럼 보여도 물 자체의 본질은 변한 건 아니잖아요. 그릇이 다를 뿐, 그런 것처럼, 어떤 사회적인 이름, 사회적인 옷을 입었냐에 따라서 달라 보이기는 해도 본질이 안 변하면 사람은 안 변한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이라는 것이 변하게 마련이지만, 본래 변치 않고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는 사람으로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한동안 정치판에 계셨는데, 앞으로 정치를 더 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 않으세요?
"안 했으면 해요. 이제 새로운 사람들이 해야지. 우리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겐 우리 시대에 해야 했던 일들이 있었고, 맡아서 해야 할 일에 대한 소명 의식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됐어요."
-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죽기 전에 정말 좋은 시 한 편을, 우리 민족과 함께 남을 만한 좋은 시 한 편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40년 시를 썼는데.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님의 침묵'이나 윤동주의 '별헤는 밤'과 같은 시를 못 썼어요. 그분들은 시집을 한 권밖에 안 냈거든. 그 식민지 시대에 불행하게 일찍 돌아가셨는데 나는 이렇게 오래 살면서 그런 시 한 편을 못 쓰고 내가 시인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에요."
햇감자 얇게 썰어
된장 풀어 국 끓이며 생각해보니
하루에 그 중 한 가지만 할 수 있어도 다행이었다
과도한 소망이었다 내 바람은
가만가만 말 걸어오는 나뭇잎과
침묵으로 대화하는 오후
고전음악의 고요한 선율이
물방울처럼 가슴을 적시는 저녁
밑줄 그은 시 몇 줄 공책에 옮겨 적고는
몇 번을 다시 펼쳐보는 밤
명상의 숨결이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나를 데려다 놓고는
가만히 멈추어 있는 새벽
고요든
강바람이든
느린 시간이든
그중 어느 하나라도 만난 날은
며칠 만에 잠깐이라도 만난 날은
그나마 사는 것 같았다
아수라 한복판에서
- <고요로 가야겠다> 과도한 소망 中
'과도한 소망'에 도종환 시인이 찾던 고요의 조각들이 있다. 아수라 한복판에서 그나마 사는 것 같았던 시간들, 가만히 멈추어 있는 새벽, 그것은 어쩌면 소요의 세상에서 어지러운 우리에게도 필요한 순간들이 아닐까. 어느덧 와버린 연말,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를 벗삼아 고요속에서 자신과의 대화를 하며 맑은 내년을 그려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덧붙이는 글
"잊어야 한다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도종환 시집 <사월바다>(2016년 발간)의 시 '화인(火印)' 中
누구에게나 인생의 시 한 줄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당시 받았을 상처에 대한 치유가 됐든 혹은 앞으로 나아갈 이유가 되었든. 나에게 도종환의 '화인'은 세월호를 10년간 가슴 저미게 기억하면서도 진실 찾기의 여정에 이성으로 버텨야 한다는 의지를 매번 다지게 해준 시였다.
도종환. 그가 길었던 공직에서 물러난 후 첫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열림원)를 릴게임하는법 펴냈다. 시인으로 돌아오기까지 치열한 고행이 있었을 터. <고요로 가야겠다>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그의 사색의 길을 잠시 함께 걸어보고자 지난 11일 그를 마포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몇 가지 문답이다.
열 편의 시, 열 번의 치유
바다이야기게임장
▲ 고요로 가야겠다 시집 출간한 도종환시인 인터뷰
ⓒ 윤솔지
야마토게임예시
- <고요로 가야겠다>는 '이월' '고요' '달팽이' '슬픔을 문지르다' '사랑해요' '당신의 동쪽' '손' '끝' 이렇게 8부로 나뉘어있는데. 그 안에 계절의 흐름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단 말이죠. 그런데 시작이 '이월'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12 게임몰릴게임 월이나 1월, 소설, 대설같은 혹독한 시간은 지났고, 아직 봄은 안 됐지만 봄이 멀지 않은 때, 그때부터 비로소 봄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추위가 다 끝난 건 아니고, 시련과 어려움이 다 끝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봄이 멀지 않다, 새로운 날이 멀지 않다고 생각할 때부터가 봄이다, 인간의 삶도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럼 나도 이월(2월)부터 사아다쿨 시작하자 했던 거예요."
- 시집의 제목을 <고요로 가야겠다>고 정하기까지 그 안에 굉장한 뜨거움이 있었을 텐데?
"세상은 소요 그 자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고 매일 무슨 일이 터져요. 이런 속에서 같이 소요에 휩싸여 가는 게 우리의 하루이고. 같이 흥분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분노하고 좌절하고 또 모두 같이 환멸을 느끼기도 하고 말이야. 그러다 보면 내면까지 소음으로 가득 찬 삶을 살 수밖에 없고. 이런 일상 속에서 우리가 고요를 선택하지 않으면 우리의 생각도 분노와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고, 언어도 조롱과 혐오의 언어가 일상화되고, 행동도 거칠어지고 난폭해지고, 그것이 되풀이되면 삶은 결국 황폐해져요.
누군가는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고 말하자, 생각해 보고 행동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고요로 가자" 라고 말하는 건 일단 멈추자는 거예요. 잠시, 하루에도 여러 번 멈춰야 돼요. 멈추고 그 다음에 바라봐야 돼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그걸 시적으로 표현하자면 고요로 가야겠다, 그래서 그렇게 정하게 됐죠. 고요로 가야겠다는 것은 특별한 말이 아니에요. 사물을,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침착하고 차분하게 바라보자는 것일 뿐입니다."
▲ 고요로 가야겠다 시집
ⓒ 도종환
- 꽃, 나무, 벌레들...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의도한 것인지?
"일부러 어렵게 쓰면 남들이 무슨 얘긴지 모를 거 아니에요? 그럴 필요는 없지. 꽃이든 나무든 새든, 익숙하고 친숙한 어려서부터 늘 보던 이름들을 말하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다른 사람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꽃, 새, 나무에 견주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동양시의 기본이죠. 주위의 자연의 정경을 이야기하고 나중에 속에 품은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시는 본래 그렇게 쓰는 거죠.
내가 한 편의 시를 쓰는 것은 한 번 치유되고 한 번 아팠던 마음이 회복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시를 쓰기 전에 마음이 아프지 고통스럽고. 하지만 시를 한 편 다 쓰고 나면 아픈 마음이 회복되는 경험을 하거든요. 내가 그래서 이 시집에서 열 편의 시를 썼다는 것은 열 번의 치유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당신들도 시를 읽으면서 아팠던 마음이 조금이라도 회복되거나 치유되면 좋겠어요, 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 거죠."
별 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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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많이 울다 갔다고 기억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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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더듬이만 길어
더듬더듬 허공을 짚으며 살아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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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다루는 큰 주제 두 가지가 죽음과 사랑입니다. 내가 특히 사랑 이야기를 많이 하는 시인이라고들 말하지만 본래 문학이 죽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사랑이 이루어지든 아니든 지금 그리워하고 있는 사랑이든 헤어진 사랑이든 사랑 이야기를 많이 하고 그 다음에 죽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 이별의 이야기. 누군가가 훌륭하게 살다 이렇게 안타깝게 죽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죽기 전에 정말 좋은 시 한 편 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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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종환 시인님에게 좋은 시란 무엇인가요?
"시는 자기 삶에서 우러나는 가장 정직한 언어에요. 가장 좋은 시는 가을 물 같이 차고 맑은 시라고 생각해. 우리 내면은 늘 끓어요, 분노로. 욕망으로 내면은 불타오르지요. 그 내면에 있는 걸 꺼내서 작품으로 쓸 때, 특히 시로 쓸 때, 좋은 시는 가을 물 같이 차고 맑은 시이어야 해요. 할 수 있다면 거칠게 내뱉지 말고 부드럽고 다정하게 표현하는 게 내 정서에 맞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데도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맑게, 맑은 언어로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시인 도종환, 정치인 도종환,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물을 동그란 그릇에 담아 놓으면 물이 동그랗게 보이고 네모난 그릇에 담아 놓으면 네모난 것처럼 보여도 물 자체의 본질은 변한 건 아니잖아요. 그릇이 다를 뿐, 그런 것처럼, 어떤 사회적인 이름, 사회적인 옷을 입었냐에 따라서 달라 보이기는 해도 본질이 안 변하면 사람은 안 변한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이라는 것이 변하게 마련이지만, 본래 변치 않고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는 사람으로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한동안 정치판에 계셨는데, 앞으로 정치를 더 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 않으세요?
"안 했으면 해요. 이제 새로운 사람들이 해야지. 우리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겐 우리 시대에 해야 했던 일들이 있었고, 맡아서 해야 할 일에 대한 소명 의식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됐어요."
-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죽기 전에 정말 좋은 시 한 편을, 우리 민족과 함께 남을 만한 좋은 시 한 편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40년 시를 썼는데.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님의 침묵'이나 윤동주의 '별헤는 밤'과 같은 시를 못 썼어요. 그분들은 시집을 한 권밖에 안 냈거든. 그 식민지 시대에 불행하게 일찍 돌아가셨는데 나는 이렇게 오래 살면서 그런 시 한 편을 못 쓰고 내가 시인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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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소망이었다 내 바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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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만에 잠깐이라도 만난 날은
그나마 사는 것 같았다
아수라 한복판에서
- <고요로 가야겠다> 과도한 소망 中
'과도한 소망'에 도종환 시인이 찾던 고요의 조각들이 있다. 아수라 한복판에서 그나마 사는 것 같았던 시간들, 가만히 멈추어 있는 새벽, 그것은 어쩌면 소요의 세상에서 어지러운 우리에게도 필요한 순간들이 아닐까. 어느덧 와버린 연말,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를 벗삼아 고요속에서 자신과의 대화를 하며 맑은 내년을 그려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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