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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아요. 연락하면 잘 지낸다는 메시지만 보내요.”

미국 실리콘밸리 쿠퍼티노에 거주하는 샌드라 린 씨의 동생은 올해 초 애플에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근무 강도는 애플보다 2~3배 높지만 급여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린씨는 “밤을 새우는 일이 부지기수고 주말에도 온전히 쉬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열심히 하면 여생을 하와이에서 보낼 수 있어,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서 장시간 근무자를 상대로 스톡옵션 2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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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기술굴기에 놀란 미국…워라밸 폐기, 성장 올인






AI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장시간 근무 문화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꽁머니
지 주6일 근무한다는 ‘중국식 996’은 물론, 24시간 주7일 근무인 ‘007’까지 언급되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뒤로하고 ‘총력전 근무’가 번지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빅테크를 중심으로 앞다퉈 도입했던 복지 제도, 유연근무, 재택근무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재택근무를 줄이거나 폐지하고 저성과자에게 압박을 가하신원 주식
는 등 성과 중심 기조로 선회하고 있다. 이는 AI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재와 시간을 쥐어짜며 사실상 모든 자원을 올인하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중국식 장시간 근무 문화를 미국이 차용하면서 양국의 근무시간이 경쟁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미국 AI 스타트업 릴라에선 80토마토스
명 직원 전원이 996 근무제를 준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채용 공고에 주당 70시간 이상 근무를 명시했으며, 이를 따르지 못하면 입사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996’을 위해 세 끼 식사는 회사에서 제공한다.
또 다른 샌프란시스코의 AI 스타트업 ‘머코어’의 브렌던 푸디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엑스(X)에 “우리는 996 근무오리지날황금성
를 채택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머코어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앨런 씨는 “지난 주말 분기 마감을 앞뒀기 때문인지 머코어에서 많은 시간 근무를 요청해왔다”며 “주말 동안만 12시간을 근무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6일 근무) 문화가 퍼지고 있다. 사진은 밤에 실리콘밸리 엔비디아 본사의 불이 환하게 켜진 모습. [사진 = 엔비디아]



중국 IT 업계에서 과로사 논란과 노동자 반발 끝에 2021년 불법으로 규정된 996 근무제가 실리콘밸리에서 다시 유행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선택을 넘어선 구조적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경쟁이 심화하면서 속도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인재 확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진 데다 중국과의 경쟁 같은 글로벌 기술 패권 다툼까지 더해지면서 996은 생태계 전반에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스타트업은 996 참여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시하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원격의료 기업 ‘펠라&델릴라’는 996 전환을 추진하며 기본 급여 25% 인상, 지분 2배 지급을 제안했다. 전체 직원의 약 10%가 이에 동의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마거릿 오마라 워싱턴대 역사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대 초반 실리콘밸리가 풍부한 복지와 여유로 상징됐다면, 2025년 현재는 고강도 경쟁의 ‘하드 테크’ 시대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996은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며 “1960년대 반도체 경쟁 시절부터 기업들은 겉으로는 자유로운 ‘캘리포니아 캐주얼’을 표방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전통적인 워크홀릭 문화를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유럽 벤처캐피털(VC)·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중국식 996 모델이 유럽에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해리 스테빙스 20VC펀드 대표는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은 실제로 주7일 일하고 있다”며 “유럽 스타트업들이 이들과 경쟁하려면 주5일 근무, 오전 9시~오후 5시 체제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은 근무시간을 줄이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주4.5일제’가 본격적으로 입법 궤도에 오르면서다. 지난 24일 출범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은 앞으로 3개월간 집중 논의를 거쳐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지원과 자율’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근무시간 단축이 기업들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달아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 사고 원인으로 이 대통령은 ‘야간근로’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불닭볶음면’으로 세계인 입맛을 사로잡은 삼양식품은 SPC에 이어 특별연장근로를 폐지했다.
문제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이미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시간까지 줄어들면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54.6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6.5~70.6달러)의 약 77% 수준에 머문다. 미국(77.9달러)은 물론 ‘유럽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독일(68.1달러)·프랑스(65.8달러)·영국(60.1달러) 등에도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