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세계로]⑤해외 수출, 규모 작으면 한계…"대형화는 필수조건"정부, 방산업체 통합에 인센티브 제공해야…"독과점 우려는 기우"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군부대가 포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지난해 4월 미국 대형 방산업체 레이시온과 항공기 부품·자재 생산기업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가 합병하면서 세계 2위의 방산기업이 탄생했다. 합병법인 사명은 레이시온테크놀로지스(RTC)다.세계 방산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업체를 통합하며 방산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이다. 반면 한국의 방위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대형화는 뒤처지고 있다. 덩치가 작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100대 방산업체, 美 43개인데 韓은 3곳뿐1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 발표한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업체는 3곳에 불과하다. 미국이 43개사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10개사)와 영국(8개사)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기업 3사의 2018년 매출액은 52억달러로, 글로벌 100개 기업 전체 매출(4203억달러)의 1.2%에 불과했다.문제는 성장도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약 4조2000억원이었던 방산 수주액은 2016년 2조9000억원으로 30.9% 급감한 뒤 3조원 수준에 머물러있다. 수출액은 2016년 2조9000억원에서 2018년 2조1000억원으로 27.6% 감소했다.정부는 내년까지 방산수출 100억 달러 달성 목표를 내세웠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해외 업체에 비해 규모가 작다 보니 인지도에서 밀리고, 투자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홍보와 영업도 대형업체와 비교하면 경쟁력을 드러내기 어렵다. 방위산업 국제화를 위해서라도 대형 방산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은 방위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대형화로 투자여력을 확보하고 수요위축 등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미국은 1993년 윌리엄 페리 국방부 차관이 방산업체 고위직 만찬장에서 통합을 장려하면서 대형화 작업이 속도를 냈다. 정부는 통합에 든 비용까지 획득사업 계약과정에 반영해 이를 지원했다.영국은 항공기, 방산전자, 지상장비, 함정 등 국방 획득 전 분야 업체들을 BAE시스템으로 통합했다. 이 회사는 200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거두는 글로벌 톱10 방산회사로 성장했다.이스라엘은 국방과학연구소를 아예 국영 방산기업 라파엘로 재편·운영하고 있다.안영수 산업연구원 센터장은 "해외 시장에서 거대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덩치가 있어야 한다"며 "방위산업에서 규모가 작은 것은 경쟁력이 낮다는 것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대형화'하려면…인센티브로 방산 키워야국내에서도 방위산업 업체들의 인수합병이 아예 전무한 것은 아니다. 한화그룹은 2015년부터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과 진행한 빅딜로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두산에서는 두산DST를 가져와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한화 방산부문 등으로 재편했다. 또 지난해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의 항공엔진 부품업체인 이닥(EDAC)을 인수했다. 기존 탄약·정밀유도무기사업에서 자주포·장갑차·항공기·함정용 엔진과 레이더 등까지 진출했다. 2025년에는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10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한국항공우주산업은 외환위기(IMF) 후 적자에 시달리던 대우중공업,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 현대우주항공 등 3사를 정부 주도로 통합해 국내 유일의 항공기 개발·생산업체로 성장했다.업계에서는 국내 방산업체들의 인수·합병(M&A)이 이어져야 한다고 봤다. 아직도 해외 업체에 비하면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다.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도 요구했다. 방산업체 간 인수합병(M&A)에 대한 결합승인 심사기준 완화는 물론 금융·세제 지원, 법인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 지급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통합으로 인해 독과점 문제는 물론 방산 생태계가 붕괴될 것으로 우려하지만, 국내 개발 외 해외 무기 도입이라는 충분한 대체재가 있고 감시 기능도 강해 경쟁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에 힘이 실린다.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의 특성상 통합된다 하더라도 독과점이 생기긴 어렵다"며 "오히려 해외업체와 경쟁을 위해 통합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