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최근 석 달간 최소 4명의 아프가니스탄 여성 경찰을 살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이들 여경에 대한 탈출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경찰은 자국 의회와 내각에 보낸 서한에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뒤 최소한 4명이 살해당하는 등 현지 여경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며 탈출 지원을 촉구했다. 네델란드 경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여경들과 함께 작전을 펼쳤던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서한에서 네덜란드 경찰은 "아프간에서 함께 작전을 펼쳤던 현지 여경들을 그대로 둘 수 없고, 신뢰를 무너뜨릴 수 없다"며 "가능한 한 빨리 그들을 네덜란드나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안전한 장소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보도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으로 아프간의 여경은 4000여명이었다. 여경은 주로 공항과 국경에 배치되거나 여성 범죄 수사에 투입됐다.탈레반은 남성우월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아프간의 여성들은 탈레반의 1차 집권기((1996∼2001년) 당시 교육·취업 금지, 공공장소 부르카 착용 등의 규제를 받아야 했다. 성폭력과 강제 결혼도 횡횡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아프간 가즈니주의 여경 카테라가 퇴근길에 오토바이를 탄 세 남성으로부터 두 눈을 흉기에 찔리는 끔찍한 테러를 당했는 데 범인의 그녀의 부친이었다. 경찰조사 결과, 당시 카테라의 아버지가 딸이 직업을 가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탈레반에 부탁해 테러가 이뤄졌다.카테라는 "경찰이 된 뒤 화가 난 아버지가 여러 차례 일하는 곳에 따라왔고, 탈레반을 찾아가 내 경찰 신분증을 주고 일하지 못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공격당한 날에도 아버지가 계속 내 위치를 물었다"고 말했다.탈레반 지도부는 8월 15일 아프간 정권을 다시 잡은 뒤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함께 일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정작 탈레반 대원들은 카불 시내 광고판의 여성 얼굴을 검은 페인트로 덧칠했고,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으로 쏴 죽였다.생명의 위협을 느낀 아프간 여성 정치인과 방송인은 물론 축구선수 등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해외로 잇따라 탈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네덜란드 경찰이 아프간 여경 탈출 지원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아프간 여성들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네덜란드 경찰은 "탈레반이 재집권하면서 여경들의 주소와 생체 정보 등 개인정보에 바로 접속할 수 있다"며 "인권침해 문제와 가정폭력 사건 등을 다뤘던 아프간 여경 700명 이상을 대피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