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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김지연 기자 = 1년 전 실체가 드러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유럽과 동아시아 안보를 연결함으로써 동북아시아 지정학 판도를 단숨에 바꿔버린 일대 사건이었고 그 여파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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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포위됐던 북한은 유라시아 대륙 저편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활로를 찾았고 이제는 "제재 풀기에 집착해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라고 외친다.
나아가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군사기술을 은밀히 지원받는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핵·미사일 완성도를 높인 북한은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로, 절대로 있을개미성공신화
수 없다"고 단언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5일 외교가에 따르면 파병을 계기로 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대북 외교의 공간을 급격히 줄여버린 것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다가 북한군의 합세로 힘을 얻은 러시아는 북한에 상당한 경제적, 안보적 대가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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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파병 대가로 러시아가 주는 돈이 1인당 월 2천 달러 수준이라고 파악했다. 파병 규모를 1만5천 명 정도로 본다면 단순 계산으로 한 달에 3천 만 달러가 북한 수중에 들어가는 셈이다.
현금 외에 무인기, 레이더, 방공망 등 북한이 필요로 하던 각종 군사기술이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추측이 다방면으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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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방연구원(KIDA)은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 규모가 최대 200억 달러(약 27조8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러시아의 북한 지원은 경제적·군사적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 파병 윤곽이 드러나기 전인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동부CNI 주식
다.
이 협정은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군사개입 조항을 포함했다. 국제사회 제재 속에서 핵을 움켜쥐고 홀로 버티던 북한이 러시아라는 든든한 안보 울타리를 둘러치는 순간이었다고 평가된다.
러시아는 대북제재 이행을 살펴보는 역할을 하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 지난해 4월 패널 활동을 종료시켰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 창설에 한몫했던 러시아가 스스로 안보리 결의를 무력화한 것이다.
통일연구원 현승수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1만 명 넘는 인원을 파병해 혈맹 관계로 들어가는 것은 정부나 서방이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러시아는 북한이 원하던 "숨통을 틔워줬다"고 평가했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푸틴, 시진핑, 김정은 (베이징 교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했다. 2025.9.3 chungwon@yna.co.kr


전통적으로 북한의 생명줄 역할을 해온 중국은 북러 밀착 구도에 다소 거리를 두는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주석 옆에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나란히 서면서 북중러가 뭉친 모습을 세계에 보여줬다. 미국과의 글로벌 전략 경쟁 구도에서 결국 북러 모두의 손을 잡기로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원곤 교수는 "중국은 여전히 북러 협력을 불편해하지만, 그런데도 전승절에 북한을 초청한 것은 결국 자신들이 북한에 영향력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행위"라며 "북한 입장에선 중러를 뒷배로 해서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을 하기 위한 동력을 더 받았다"고 분석했다.
파병으로 경제적 이득, 군사적 발전, 안보 강화, 중러 지원 확보 등을 두루 챙긴 북한의 사전에서 이제 비핵화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있다.
대북 제재와 핵을 주고받으며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그간 북핵 협상의 골자였는데 제재는 무력화됐고 북핵은 완성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기존의 협상 공식이 설 자리를 잃은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버린다면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와 맞물려 한국과 미국도 점차 비핵화를 부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재명 정부의 북핵 해법인 '중단-축소-비핵화' 3단계 접근은 일단 핵 동결부터 시작하자는 의미다.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설정하긴 했지만 이에 대해 북한과 합의한 뒤에 '중단'에 들어가자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논의가 앞에 오는 대화에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감안한 해법으로 해석된다.
미국 백악관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어떤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는 것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혀 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도 북한과 대화부터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과 비핵화 목표에 대한 합의도 없이 협상이 진행된다면 결국은 북핵을 인정하는 상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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