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주지사에 글렌 영킨바이든 취임 9개월만에 위기미국 민주당의 전통적인 표밭인 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정치 신인 글렌 영킨 후보(54)가 당선됐다. 2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개표가 98% 진행된 가운데 영킨 후보가 50.9%의 득표율을 기록해 버지니아 주지사 출신인 테리 매콜리프 후보(48.4%)를 누르고 사실상 당선을 확정 지었다. 세계적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사업가로서 4억달러를 보유한 영킨 후보는 대대적인 감세정책과 교육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영킨 후보는 "첫날부터 변화를 시작할 것"이라며 "역사상 최대의 교육예산으로 교사, 새로운 시설, 특수교육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공화당 후보가 버지니아주지사에 당선된 것은 2009년 이후 12년 만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문제, 코로나19 대응 등에 대한 불만이 표심 방향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이번 버지니아주지사 선거는 내년 11월 상원 의원 3분의 1과 하원 의원 전부를 교체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 평가 시험대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리전' 성격으로 치러졌다. 선거 결과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존재감을 재확인했다.美 물가 급등·코로나 불만 폭발…바이든 중간선거 '빨간불'공화당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당선대선때 트럼프 10%P 패배 극복'정치 9단' 매콜리프 뛰어넘어공화당 12년만에 주지사 탈환바이든, 첫 주지사 선거서 패배트럼프는 대선 재도전 보폭넓혀2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 테리 매콜리프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확정된 글렌 영킨 공화당 후보가 3일 새벽에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 글렌 영킨 공화당 후보가 10%포인트 이상의 지지율 격차를 막판에 극적으로 뛰어넘고 '블루웨이브(민주당 바람)'를 잠재웠다. CNN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치러진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 98% 개표한 결과 영킨 후보는 득표율 50.9%로 버지니아주지사를 지냈던 '정치 9단' 테리 매콜리프 민주당 후보(48.4%)를 따돌리고 사실상 당선을 확정했다.버지니아주는 미국 수도 워싱턴DC와 가까운 민주당의 전통적인 표밭이었다. 1년 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0%포인트 차이로 이겼던 곳이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손쉬운 승리가 점쳐졌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추락과 맞물려 버지니아주 민심도 돌아서기 시작했다. 급격히 치솟는 기름값과 집값, 대규모 경기 부양과 맞물린 증세 우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의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 의무화 논란 등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매콜리프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설 정도로 공을 들였다. 버지니아주지사 투표가 진행되던 이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글래스고에 머물던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매콜리프 후보의 당선을 확신했으나, 영킨 후보의 부상을 막을 수 없었다. 버지니아주가 2009년 이후 12년 만에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앞으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이 안심할 수 없는 지역이 된 것이다.영킨 후보는 당선을 확정한 직후 지지자들을 향해 "수백만 버지니아 시민들과 함께 걷는 결정적인 순간"이라며 "내 마음, 꿈, 희망을 공유하면서 버지니아주의 궤적을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첫날부터 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영킨 후보는 "낭비할 시간이 없고 우리 아이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면서 "공립학교의 우수성을 회복하고 버지니아 역사상 최대의 교육 예산으로 교사, 시설, 특수교육에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영킨 후보는 소득세, 가스요금, 재산세 등에 대한 대대적인 감면과 공제 조항 도입을 약속했다.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해 코로나19로 인한 소매업소 영업제한 조치를 자제하겠다고 했다. 또 공립학교를 개혁하고 형사 사법시스템을 복원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미국 언론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놀라운 공화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이번 선거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약 10개월 만에 치러진 첫 지방선거였다. 영킨 후보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 실패를 부각하면서 지지율을 슬금슬금 끌어올렸다. 선거 직전에는 매콜리프 후보를 1%포인트 내외로 추격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로 인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지만 이날 영킨 후보는 개표 내내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영킨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 공화당 열성 당원들을 확보하는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중도층으로 확장세를 보였다. 민주당은 영킨 후보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동일시하는 선거 전략을 짰지만, 민심은 영킨 후보를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나은 인물로 평가한 것이다. AP통신은 "영킨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열렬한 지지 세력과 교외 유권자를 결집해 당선됐다"며 "지난 10년간 진보 진영으로 이동했던 버지니아주가 급격히 반전됐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34%는 버지니아주가 직면한 문제로 경제와 일자리를 손꼽았고 코로나19 대응(17%), 교육(14%) 등이 뒤를 이었다. 천문학적인 인프라스트럭처 예산법안, 투표권 제한, 텍사스 낙태금지법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한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내년 11월 상·하원 의원을 새로 뽑는 중간선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존재감을 재확인하면서 차기 대선을 향한 보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