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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은 가자전쟁 발생 2주년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29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 인질 전원 석방이 뼈대인 종전안을 제시했다. 국제사회는 6만6천명 이상의 가자 주민들 목숨을 앗아간 이 전쟁을 멈추라고 호소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종전안에는 이스라엘군의 철군 일정 등 모호한 측면이 많아 전쟁이 끝날 수 있을지 말하기는 이르다. 한겨레는 사단법인 아디소방기기관련주
(ADI)와 팔레스타인여성위원회연합(UPWC)의 도움을 받아 전쟁으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터뷰를 편지 형식으로 차례로 싣는다.

내 이름은 사바흐 카파르나입니다. 66살, 올리브 나무처럼 늙었습니다. 저는 가자지구 북쪽 베이트하눈에서 태어났습니다. 제겐 형제 넷과 자매 셋이 있었어요. 돌아가신 아버지는 오렌지 농모바일파칭코
장에서 일하셨죠. 이스라엘 점령군에게 맞은 후유증으로 치매와 마비 증세를 보이셨어요. 제겐 우리 동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어렸을 때는 커서 교사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죠. 살기 너무 힘들어서 결혼을 일찍 했어요. 18살에요. 아들 넷에 딸 다섯을 낳았습니다. 가족이 늘어날수록 생활이 힘들어졌어요. 증권정보지
옷에 자수를 놓거나 한동안은 남편과 팔라펠(콩을 으깨어 만든 작은 경단을 납작한 빵과 함께 먹는 중동 음식)을 만들어 파는 일을 했어요. 학교를 제대로 다니진 못했지만, 내 자식들을 다 가르쳤습니다. 딸들이 다들 대학을 나와서 내 꿈을 이뤄줬어요. 남편과 열심히 일해서 멋지고 큰 집도 지었죠. 2014년에 이스라엘 점령군이 우리 집을 폭격해 부서졌지만, 다주식거래비용
시 집을 고쳐서 가족들과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2년 전 전쟁으로 이 모든 게 무너졌어요. 이스라엘이 저지른 나쁜 짓들이 많지만, 이번 전쟁이 최악이었습니다. 우리 집이 폭격을 받아 다시 부서졌어요. 집 가까이에 있다가 폭발로 넘어져 틀니도 망가졌습니다. 너무 무서워 밤중에 맨발로 피난을 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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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사바흐 카파르나. 사바흐 카파르나 제공


지난 2년간 여러 곳을 옮겨 다녔습니다. 바이트라히야(베이트라히야) 인도네시아 병원 주변 학교로 피난을 갔다가 중부 다이르알발라흐로 갔어요. 올해 초 휴전 때 베이트하눈의 부서진 집으로 돌아왔다가, 60일 만에 다시 전쟁이 시작돼서 가자시티로 갔죠. 남쪽으로 이동하라는 이스라엘군의 전단지가 뿌려지고 폭격이 시작돼 9월17일에 다시 다이르알발라흐로 피난을 왔어요. 차는 너무 비싸서 당나귀가 끄는 수레를 타고 다녔어요.
지금은 매 순간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엉성한 천막 속에서 삽니다. 천막에서 남편과 아들 바삼, 며느리, 세 손녀와 함께 사는데, 옷을 갈아입을 곳도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두시간씩 기다려 물을 사 옵니다. 그다음에 불을 피워 만든 첫 식사를 하는데 거의 정오가 다 돼요. 음식은 빵과 통조림뿐이고 고기나 채소, 과일 같은 음식을 먹지 못한 지 오래됐습니다.



가자전쟁 전 발발 전 자택에서 손주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사바흐 카파르나. 사바흐 카파르나 제공


하지만 내게 제일 큰 고통을 준 건, 둘째 딸 사마(48) 일가족이 죽었을 때였습니다. 2023년 12월24일, 중부 마가지에 있는 사마의 집이 폭격을 당했어요. 내 소중한 딸과 사위, 그리고 손주 이마드(30), 윰나(28), 바드르(22), 바실(16), 아흘람(15)이 모두 죽었어요. 죽음이 모든 곳에서 따라다닙니다.
나는 살면서 테러리스트 활동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습니다. 내 앞으로의 삶은 전쟁으로 모두 끝나버렸어요. 살아남은 자녀들과 손주들이 평안하게 사는 걸 바랄 뿐이에요.
돌아갈 집이 사라졌단 걸 알아요. 하지만 기억 속 고향의 올리브와 오렌지 향기, 손주들의 웃음소리가 나를 부릅니다. 그러니 전쟁을 멈춰주세요. 제발 이 끔찍한 전쟁을 멈춰주세요.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