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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 전문가의 인력난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원전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단순한 인력난을 넘어 프로젝트 지연과 비용 급증을 초래하는 '스킬플레이션(Skill-flation)'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원자력 전문 인력 수요 급증
7일 영국 원자력산업협회(NIA)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영국 원전 부문 고용 인력이 9만8173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만1000명이 증가한 수치다. 10년간 55% 급증했다.'힝클리 포인트 C(미인주
Hinkley Point C)' 등 대규모 관련 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결과다.
미국에서는 폐쇄된 원전의 재가동을 관련 인력 수요가 급증했다. 원자력 전문업체 컨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지난달 23일 크레인 청정에너지센터 재가동 공정이 예정보다 앞서고 있다며 인력 충원율이 80%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달 16일 주식파생상품
상업 원전 최초의 '폐지 후 재가동' 사례인 팔리세이즈 원전 프로젝트를 위해 1억 5594만 달러의 추가 대출을 집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설계 엔지니어부터 용접공, 품질 관리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에 걸친 원전 숙련 인력 확보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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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요 폭발'로 원자력 귀환
원자력 르네상스의 핵심 동력은 AI와 데이터센터의 성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신 보고서 'Energy & AI'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오는 2030년 약 9옴니텔 주식
45테라와트시(TWh)에 이를 전망이다. 작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5%씩 증가하는 규모다. 특히 미국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 증가분의 거의 절반을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북미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PJM은 지난달 17일에 오는 2030년까지 여름철 최대 부하가 약 바다이야기게임다운
32기가와트(GW)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중 30GW가 데이터센터에서 비롯될 것으로 분석했다. 텍사스 전력신뢰도위원회 역시 지난달 15일 이사회 자료에서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부하의 계통 연계 요청이 1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AI가 요구하는 전력은 1년 365일, 24시간 중단 없이 공급되는 안정적인 기저부하 전력이다. 간헐성을 특징으로 하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충족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IEA의 파티 비를 사무총장은 "AI는 오늘날 에너지 세계에서 가장 큰 이야기 중 하나"라며 "IEA가 수년 전 예측했던 원자력 에너지의 강력한 복귀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원자력이 사상 최대 수준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은 더 이상 수동적인 전력 소비자가 아니다. 적극적인 원자력 파트너이자 투자자로 발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컨스텔레이션의 TMI-1 재가동 연계 계약,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탈렌 에너지의 계약이 대표적이다. AWS의 케빈 밀러 부사장은 "우리는 탈렌 에너지와 협력해 우리의 인프라를 탄소 무배출 에너지로 구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메타가 컨스텔레이션과 일리노이주 클린턴 원전 전력에 연계된 20년 PPA를 체결했다. 구글 역시 카이로스 파워 및 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TVA)와 소형모듈원자로(SMR) 전력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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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자력에너지협회(NEI)의마리아 코스닉 최고경영자(CEO)는 "AI와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빅테크 기업을 원자력 테이블로 이끌고 있다"며 "기술 고객과 새로운 원자력 파트너십은 미국 전역에서 총 30GW에 가까운 약속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AI 르네상스의 '아킬레스건'
하지만 원자력 르네상스의 아킬레스건은 '사람'이다. 1970~1980년대 1세대 원전 건설을 주도했던 베테랑 엔지니어들이 대거 은퇴 시기를 맞다. 이에 따라 산업 전체가 거대한 인구 통계학적 절벽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원자력학회(ANS)의 크레이그 피어시 CEO는 원자력 인력의 인구 통계학적 분포를 '혹이 두 개인 낙타'에 비유했다. 그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산업에 진입한 전성기 세대가 있고, 그 후 산업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수가 현저하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1세대 베테랑 집단과 최근 유입된 소규모의 젊은 전문가 집단 사이에 중간 세대가 텅 빈 '잃어버린 세대'가 있다는 뜻이다.
수십 년간 축적된 '암묵지'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복잡한 프로젝트 관리, 비표준적 문제 해결, 엄격한 안전 문화 유지에 대한 경험 기반의 '산업 지혜'다. 프랑스 회계감사원이 유럽형가압경수로(EPR) 건설 지연의 원인으로 '기술 역량과 품질 문화의 약화'를 명시적으로 지적한 것은 이런 암묵지의 소실이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자격을 갖춘 새로운 팀도 선배 세대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다시 반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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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의 규모는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준이다. 미국의 DOE와 NEI는 오는 2035년까지 수십만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에선 오는 205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24GW로 4배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대까지 12만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신형 EPR 원자로 6기 신규 건설 등을 위해 향후 10년간 10만 명의 신규 채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용 급증의 악순환
전문 인력난은 원전 건설비 상승과 일정 지연으로 나타난다. '스킬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자격과 경험을 가진 노동력의 부족은 높은 임금, 낮은 생산성, 재작업 증가, 공기 지연 등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 에너지건설협회(AGC)의 올해 보고서에서 응답 기업의 45% 이상이 숙련인력 부족으로 프로젝트 지연을 겪었다고 답했다. IEA 역시 '숙련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이 에너지 부문 전체의 지속적인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힝클리 포인트 C(HPC)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6년 착공 당시 180억 파운드(2015년 가격 기준)로 예상됐던 사업비는 현재 최대 480억 파운드(2024년 현재 가치 환산)까지 불어났다. 완공 목표도 2025년에서 2031년으로 연기됐다. 사업자인 EDF는 지난해 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예상보다 더딘 토목 공사 속도'와 -'노동력 및 자재 부족'이라고 밝혔다. HPC 건설사인 EDF 에너지의 스튜어트 크룩스 CEO는 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토목 작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됐고 인플레이션, 노동력 및 자재 부족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스킬플레이션은 프로젝트 금융에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비용과 일정이 계획에서 벗어나면서 신규 원자력 프로젝트의 사업 위험이 증가한다. 이는 후속 프로젝트의 자본 조달 비용을 올린다. 민간 투자를 위축시켜 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영국이 도입한 규제자산기반(RAB) 모델처럼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인력 부족에서 시작된 문제가 금융 비용 증가라는 연쇄 반응을 일으켜 원자력 르네상스 전체의 경제성을 위협하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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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인재 확보 경쟁은 강대국 간 기술 패권 경쟁으로도 부상했다. 미국은 원자력 부활을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고,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한 국가 전략의 하나로 접근하고 있다. 제니퍼 그랜홈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원자로는 우리의 국가 안보와 청정에너지 미래의 일부"라고 밝혔다.
원자력 분야 인재들은 더 높은 보상을 제시하는 영입 경쟁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임금 격차는 인재 유출을 가속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국가 간 임금 격차도 심각하다.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원자력 산업 종사자의 평균 임금은 8547만원이다. 반면 미국은 1억 8668만 원, 프랑스는 1억 6869만 원, 캐나다는 1억 4734만 원이었다. 이런 임금 격차는 국내 인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원전 수출 강국을 지향하는 한국에게 이런 상황은 심각한 위협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이전의 탈원전 정책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한국의 원자력 인적 자본 생태계에 상처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도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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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