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서 3년만에 복원목재 감식해 1885년 건립 확인일제시대 자재 덧대 훼손돼아치형 다리 제자리로 돌리고1층 온돌 되살려 굴뚝서 연기 확인감춰졌던 벽지·단청 발견내년 4월 특별 내부관람 예정3년간 해체·보수 공사를 마친 후 5일 공개된 경복궁 향원지의 육각 2층 정자 향원정 전경. [박형기 기자] 경복궁 북측 연못 향원지(香遠池) 안 정자 향원정(香遠亭)은 왕과 왕비만의 휴식공간이었다. 외부 손님을 맞이하던 대규모 정자 경회루와 대비된다. 고종이 시아버지와 갈등을 겪던 부인 명성황후를 위해 경복궁 건청궁을 지은 지 약 10년 후 따로 건립했다. 왕의 정자가 3년 보수공사를 마치고 1900년대 초반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다.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오랜 시간 낡고 기울어졌던 경복궁 향원정과 취향교(醉香橋)를 3년에 걸쳐 복원하고 5일 공개했다. 향원정은 2012년 3월 보물 지정과 함께 정밀 실측조사와 정기적인 안전진단을 받다가 2018년 11월부터 보수공사에 돌입했다.과학적 조사 과정에서 건물 기울어짐은 동남 방향 초석을 받치는 초반석 균열 때문이었다. 무게가 다른 기와로 보수한 지붕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전통방식의 말뚝기초 시공으로 지반을 보강하고 향원지 옛 사진 자료를 종합 분석·고증을 통해 변형·훼손된 절병통, 창호, 능화지, 외부 난간대 등을 복원했다. 향원정 복원에 참조한 고증 사진. 러시아 공사 베베르가 1900년 전 후 찍었다. [사진 제공 = 문화재청] 향원정은 정확한 건립 기록이 없으나 1887년(고종 24년) 승정원일기에 처음 이름이 등장했다. 보수 과정에서 1881년과 1884년 두 차례 벌채된 목재가 사용됐음을 파악해 건립 시기를 1885년으로 추정하는 성과도 거뒀다.보수공사 때 기존 목재와 석재 등을 최대한 재활용하니 정자 외관 변화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꼭대기 절병통(모임지붕 상부 꼭짓점에 올리는 항아리 모양 장식 기와)과 석재 위 철재 난간 정도가 눈에 띈다. 무엇보다 향원정을 이어주는 다리 '취향교'가 본래 건천궁에서 건너갈 수 있도록 북쪽으로 세워졌던 것이 한국전쟁 때 파괴된 후 1953년 관람 편의를 위해 남쪽으로 세워졌다 이번에 제자리를 찾았다. 또 석교 교각에 목재 난간을 평교 형태였던 것을 아치형 목교로 세웠다.정자 안에서 섬세한 복원 과정이 확인된다. 1층 20㎡ 규모 온돌방에 들어서자 발밑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복원 과정에서 구들의 구체적 형태와 연기가 나가는 통로 위치를 확인해 방 둘레를 고래로 둘러싸 방을 덥히고 습기를 막는 온돌 구조가 파악됐다. 현재 남은 유구를 그대로 활용해 향원지 동쪽 호안석축(강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돌 벽) 외부와 연결된 낮은 형태 굴뚝을 복원하고 숯을 태워 연기가 외부로 자연스레 빠지는 것도 확인됐다. 정자의 온돌 구조는 담양 소쇄원처럼 정자 바닥 일부에만 적용한 사례가 있었으나 향원정처럼 방바닥 전체를 덥힌 경우는 독특하다. 향원정 내부를 보면 감춰졌던 문 위쪽 파란색 원형 단청이 드러나고 천장에는 봉황무늬가 가득하다. [박형기 기자] 또 1층 천장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덧댄 벽지 안쪽에서 발견한 파란 능화지도 눈길을 끈다. 중국,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만 항산화·항습 효과가 있고 좀벌레가 안 먹는 이 능화지를 책 표지, 벽지 등에 사용해 서책이 오래 보존됐다.2층에 올라가면 마룻바닥에 이중 창호는 물론 그동안 감춰졌던 원형 단청도 발견됐다. 기존 단청들 아래 받치고 있던 원형 단청에서 그 당시 귀했던 파란색 안료와 문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취향교 복원과 향원정 보수는 현재 추진 중인 경복궁 2차 복원정비사업과 함께 경복궁의 문화재적 가치와 역사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내년 4월경 국민에게도 복원된 향원정 내부와 취향교 내부를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