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차질 지속 추세미중 물가 상승세 전이 우려정부 당초 일시적현상 진단 철회11월에도 물가 상방요인 상존국내 소비자물가가 '6개월 연속 2%대'를 넘어 근 10년 만에 3%대까지 치솟으면서 당분간 '고물가'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여파로 물류난까지 장기화하고 있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미국·중국 등 주요국들의 물가 상승세가 그대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2%로,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더욱 급등했다. 돼지고기(12.2%), 달걀(33.4%), 마늘(13.1%), 휘발유(26.5%), 경유(30.7%), 빵(6.0%), 전기료(2.0%), 전세(2.5%) 등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제품군 물가가 줄줄이 올랐다. 당초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라던 정부도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따라 11월에도 물가 상방 요인이 상존할 것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국제유가 오름세, 농축수산물·개인서비스 기저효과 등 상방 요인도 상존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 차질 등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가 일시적으로 반영된 것이지만, 11월에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비쿠폰·상생소비지원금 등 소비활성화 정책과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4분기 전기요금 인상 등도 물가를 자극하는 요소다. 대외적인 공급 측 요인뿐만 아니라 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난·물류난도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상황이다.한국은행은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등 국내외 요인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중국 등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의 물가가 사실상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는 점도 국내 소비자물가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이후 최고치인 5.4%를 기록했다. 같은 달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25년 만에 최고치인 10.7%를 기록했다. 이들 국가에서 수입을 많이하는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국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물가 상방 리스크 요인의 주요 내용 및 쟁점' 보고서에서 "전체 수입액 중 약 35%를 두 국가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 구조 상 미국과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 가격 변동이 국내 물가와 생산활동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높아지는 생산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게 되면 우리 물가의 상방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범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포스트 코로나 경기 회복에 따른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아니라 상당히 장기간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통화 긴축이 자산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져 경기를 위축시키고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치솟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