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Push Button. 이어 커프 Swarovski.





재킷, 스커트 모두 Kelly Shin. 귀고리, 반지 모두 Golden Dew. 컨버터블 스포츠카 Maserati.





오프숄더 톱 Jaybaek Couture. 선글라스 Cos. 컨버터블 스포츠카 Maserati.





Q : 베니스국제영화제 소식을 들으며 궁금증만 더 커졌어요. 〈어쩔수가없 별내지구 쌍용예가 다〉는 도대체 어떤 영화인가.
A : 아이코.(웃음) 아직 못 보신 거죠?
Q : 네.(웃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 후 9분간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고요. 현장에서 체감한 온도는 어땠나요?
A : 저는 좀 긴장하면서 봤어요. 왜냐하면 ‘굉장히 한국적인 표현을 어떻게 번역하셨나, 말의 묘미 전세담보대출사기 가 살아 있는 작품인데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어떤 지점을 재미있어하실까?’ 그런 것들이 신경 쓰이는 거예요. 사실은 그 분위기를 잘 못 즐겼어요. 혹시 중간에 나가는 분이 계시진 않을까 온갖 걱정과 긴장을 안고 있었죠.(웃음) 그래도 영화가 끝나자 하나의 산을 잘 넘었다는 생각에 벅차오르는 감정이 들기도 했어요. 제가 이런 감정을 느꼈는데, 이 작품을 만드 제1금융권금리 는 데 20년 가까이 걸린 감독님은 얼마나 감격스러우셨을까요. 배우로서 영광스러운 순간에 함께 있었죠.
Q : 이 영화에선 염혜란의 어떤 얼굴을 또 보게 될까 하는 기대감도 갖게 돼요. 염혜란이 연기한 ‘아라’는 어떤 인물인가요?
A : ‘아라’에겐 이브의 이미지가 있어요. 무언가를 그냥 수긍하고 받아들이기보다 호기심을 skt 핸드폰 요금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척하려는 인물이거든요. 비록 지금은 자신이 원하는 일에서 실패를 거듭하지만, 그럼에도 또 한 번 일어나는 여자.



Q : 꿈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는 여자, 그간 배우로서 염혜란이 걸어온 길과 겹쳐 보이기도 하는데요.
A : 그런데 ‘아라’와 신청시 저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처음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땐 조금 의아했어요. 제가 지금까지 보여드린 모습이 아닌데, 박찬욱 감독님은 어떻게 이 인물에 저를 선택하셨을까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배우로서 이번 작업이 굉장히 소중하기도 했는데요, 저에게 없는 것들이 아니라 잠시 구석에 놔뒀던 감정들, 남들 앞에서는 안 보여주려고 했던 모습을 자꾸 꺼내게 하는 작품이었어요. ‘이건 나에게 없는 게 아니었구나. 그저 이 패를 쓸 일이 없었던 거지’ 싶더라고요. 그동안 스스로 터부시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들도 새삼 다시 바라보게 됐죠.
Q : 구석에 숨겨져 있던 패라면요?
A : 지금까지는 드러내도 괜찮은 욕망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 작품을 통해 마주한 욕망은 타인에게 드러내면 안 될 것 같은, 혹은 소수만 알고 있는 욕망이 아닐까 해요. 그걸 내 안에서 꺼내 보이는 것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에요. 두려움을 동반하기도 하고요. 다행히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제가 ‘아라’에게 천천히 다가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어요. 감독님의 예전 작품을 다시금 보기도 하고, ‘아라’와 비슷한 캐릭터들을 계속 찾아보면서 더디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는 과정을 거쳤죠.
Q : 내밀함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사실 마음에 품지 못할 욕망이란 건 없죠.
A : 그렇죠. 마음에 품었다고 해서 그걸 현실에서 다 쏟아내는 것도 아니고요. 제게 있어 ‘아라’는 내가 잊을 뻔한 것을 찾아준,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좀 더 알게 해준 인물로 기억될 것 같아요.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감정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해줬죠. 이렇게 말하고 보니 그동안 저는 부정적인 건 무조건 보지 않으려고 외면만 했던 사람이었는데, 그걸 깨게 해준 고마운 친구네요, ‘아라’가.
Q : 배우로서도, 한 명의 여자로서도 유의미한 깨달음을 남겼군요.
A : 맞아요. ‘아라’는 제가 평소에 추구하는 인물과는 조금 다른 궤를 그려요. 뭐랄까, 어떤 위안을 준다기보다 인간의 본성에 다가가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아라’ 같은 사람을 연기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인지 이 작품을 통해 ‘아라’를 만나 여자이자 배우로서 더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된 것 같아요. 어쩌면 영화를 보시는 관객분들은 그런 염혜란의 모습이 생경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만큼 제 영역을 확장해주고, 관점을 변화하게 만들어준 여자예요.
Q : 〈어쩔수가없다〉 이전엔 〈폭싹 속았수다〉의 ‘전광례’가 있고, 〈84제곱미터〉의 ‘전은화’, 〈더 글로리〉의 ‘강현남’, 〈마스크걸〉의 ‘김경자’, 〈경이로운 소문〉의 ‘추매옥’, 〈동백꽃 필 무렵〉의 ‘홍자영’ 등 염혜란이 연기한 여성들은 저마다 강렬한 야심과 색이 뚜렷한 이야기를 지녔어요. 덕분에 이렇게 다양한 여자의 삶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배우로서 여성 서사 속에 존재하는 건 어떤 경험인가요?
A : 어쩜 이렇게 다양한 여자를 만날 수 있었을까, 놀랍고 감탄스럽죠. 이 멋지고 매력적인 여자를 연기한다는 건 결국 저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자, 저의 세계를 넓혀가는 과정이라는 걸 느껴요. 어떤 인물을 맡게 되는 순간, 전 그 인물을 사랑할 수밖에 없거든요. 연기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 인물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고, 잘 알고 있어야 비로소 사랑할 수 있게 되고요. 그렇게 치열하게 파헤치며 연기하고 나면 마치 제가 어떤 인물을 완성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동안 제가 연기한 인물들이 마치 든든한 재산 같기도 하죠. 이번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도 뿌듯한 순간이 있었어요. 부집행장이신 분이 〈어쩔수가없다〉의 여성 캐릭터들이 굉장히 주체적이어서 좋다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영화 속에서 “어쩔 수가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거의 다 남자예요. 물론 모든 캐릭터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선택하지만, 그 안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좀 더 다양성을 지니죠. 그런 주체적인 여자를 연기할 수 있다는 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에요.
Q :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염혜란 역시 주체적인 여성인가요?
A : 저 역시 주체적인 여성이죠. 물론 제 세대가 배우고 자라온 환경 때문에 ‘유교 걸’의 면모가 어느 정도 남아 있지만,(웃음) 다음 세대를 키우는 입장에서 내가 어떤 부분을 가르쳐야 하고, 몸소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요. 이건 단순히 입으로 교육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직접 보여줘야 하는 부분도 있죠.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배우로서 어떤 여자를 연기해야 하는지 늘 자각해요.
Q : 작품을 선택할 때도 무게를 두는 지점이 분명히 있겠네요.
A : 네, 그런 지점이 있어요. 저는 한 명의 여성이자 배우로서 작품 안에서 여자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지길 꿈꿔요. 여성 캐릭터가 기능적으로 소비되기보다,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존재하는 이야기 말이죠.



재킷 Kelly Shin. 드레스 Dint. 목걸이 Swarovski.





재킷, 팬츠 모두 Cos. 이어 커프 Swarovski. 부츠 Michael Michael Kors.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그런 점에서 기세등등한 여배우들인 라미란, 안은진, 장윤주와 멋진 합을 보여준 영화 〈시민덕희〉의 ‘봉림’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할 인물이죠.
A : 맞아요. 그런 작품들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여자 창작자들을 만나면 무척 귀하게 느껴지고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분들이 더 많은 활동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어느 한편에선 평점 테러를 당하는 작품이 있지만, 다양한 서사를 지닌 작품이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요.
Q : 아직 당도하지 않은 염혜란의 또 다른 평행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새롭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나요?
A : 배우로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무엇이든지요. 제가 언젠가 했던 말인데, 수천수만 개의 부처님 동상을 보고 어느 스님께서 “이게 다 내 안에 들어 있는 모습”이라고 이야기하셨대요. 저 또한 연기가 수없이 많은 ‘나’를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더 많은 모습이 내 안에 있을까, 그 안에서 어떤 새로운 것들이 또 나올까 싶은 마음에 설레요.
Q : 연극으로 시작해 수많은 작품 속 단역과 조연을 거쳐 이제 주목받는 작품엔 늘 염혜란이 자리하고 있어요. 왜 업계와 대중은 염혜란의 연기에 울고 웃고 공감하게 되는 걸까요?
A : 왜 그럴까요 정말?(웃음) 처음 작품에 저를 불러주셨을 때를 떠올려본다면… 아마 새로운 얼굴, 새로운 호흡이 필요했을 때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렇게 운 좋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저는 낯선 얼굴에서 점점 익숙한 얼굴이 될 테고, 저의 입지는 더 줄어들겠죠. 분명 낯선 얼굴이 주는 신선함이 있을 테니까요. 어쩌면 이미 저는 대체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Q : 하지만 ‘광례’와 ‘현남’은 너무나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걸요. 곧 공개될 ‘아라’ 역시 그럴 테고요.
A : 아, 그런 면은 있을 것 같아요. 평범함. 누군가의 삶이 나는 꿈도 못 꿀 것 같은 게 아니라, 나도 저 여자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달까요. 우리 주변엔 비현실적인 모습의 주인공만 있는 게 아니라, 평범한 모습을 한 사람도 이런저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요. 저 사람처럼 변호사도 될 수 있고, 또 건물주도 될 수 있다는 공감. 오늘처럼 이렇게 멋지게 꾸미고 화보를 찍으면 또 색다른 인상을 드릴 수도 있고요.(웃음)
Q : 수천수만 개의 나를 찾아가는 배우 염혜란의 여정을 바라보는 한 명의 관객, 또 여성으로서 어떤 모습으로든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꿈꿉니다. 염혜란이 그리는 가장 자유로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A : 작품 안에서 아무런 걱정도 생각도 없이 자유롭게 존재하는 걸 가장 큰 목표로 두고 있어요. 늘 작품이 끝나면 내가 이 작품에서 자유로웠는지를 돌아보는데, 지금까지 그랬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저의 못나고 약한 모습이 드러날까 봐 어쩔 수 없이 조심스러워지는 순간이 있거든요. 배우로서 연기를 통해 가장 자유롭기를 바라는 것,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전 노력하고 또 소망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