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7일 국정감사 닷새째 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여야의 극한 충돌로 이번 주 내내 국감이 17차례나 파행되는 등 ‘비정상’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청산’, 국민의힘은 ‘김현지 출석’에 총력을 쏟으면서 다음 주 국감 역시 진통이 예상된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16일)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3차례나 파행을 거듭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하루 전 진행된 대법원 현장점검과 관련해 야당 주장을 문제 삼자 국민의힘 반발에도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 이후에도 야당 발언권 제한으로 인한 설전(舌戰)과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 간 충돌로 국감 중지가 반복됐다. 대법원 현장점검 때도 야당이 ‘삼권분립 침해’라며 반발해 국감을 보이콧하자 ‘반쪽짜리 국 개인회생절차 감’으로 치러졌다.
법사위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욕설과 막말이 여야를 오갔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꼬붕(부하를 뜻하는 속어) 앉으세요” “셧 더 마우스”(입 닥쳐) 등 야당을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지난 14일 법무부 국감에서는 박지원 의원이 신동욱 의원에게 “너한테는 반말해도 돼”라고 해 언쟁이 벌어졌다. 최혁진 무소속 캠코대환 의원은 같은 줄에 앉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민주당을 지원 사격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파행과 욕설, 고성으로 얼룩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4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 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을 겨냥해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문자 메시지가 발단이 됐다. ‘이 찌질한 놈아’라는 주부빠른대출 내용이 담긴 문자와 함께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되자 박 의원은 ‘한심한 XX’라고 맹비난했다. 두 사람이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과거 ‘옥상으로 따라와’ ‘한주먹 거리’ 같은 말을 주고받은 사실도 나왔다.
초강경파 추미애·최민희 위원장이 각각 이끄는 법사위·과방위가 파행 1위인 것은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위원 주소제공 장인 다른 상임위원회도 있지만 법사위나 과방위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13일 국감 시작 27초 만에 감사가 중단되는 일이 생겼다. 여당에서 국감 시작 직전 증인 10여 명을 추가로 신청한 것이 원인이었다. 같은 날 산자위에서는 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가 싸놓은 똥을 치워야 하는 입장”이라고 하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 자,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정부가 똥을 싸고 있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15일 간첩 활동에 연루된 민주노총 간부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위원 간 설전이 격화돼 감사가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정쟁으로 가득한 국감에 관해 우려를 표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감은 행정부를 감시·감독하는 자리”라며 “국격이나 민주주의 수준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정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반복되는 파행에 자성 목소리도 나온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과방위 파행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며 “법사위가 소란스럽지 않게 대법원장의 답변을 이끌어내는 효과적 감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정청래 대표의 말이 과방위에도 똑같이 해당된다”고 말했다.
정지형·서종민·이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