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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안 온 데다 폭염까지 겹치는 바람에 병해충이 논 곳곳을 덮쳤어. 올해 농사는 완전 망해부렀지.”
지난 21일 전남 고흥군 과역면에서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던 정세균(46)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10개월간 정성껏 가꾼 논 곳곳에 병해충인 ‘벼 깨씨무늬병’이 창궐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병해충 때문에 올해 벼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었다”고 했다.
벼가 잘 익은 논과 깨씨무늬병이 발병한 논의 차이는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병해충 피신원종합개발 주식
해를 입지 않은 논은 누렇게 익은 벼와 초록색 잎이 어우러진 황금빛을 보인 반면, 깨씨무늬병이 발생한 논은 벼 잎에 갈색 반점이 퍼져 있거나 메말랐고, 이삭은 속이 텅 비어 있었다. 올해 28㏊(약 8만5000평) 규모의 논농사를 해온 정씨는 “비가 오지 않아 비료를 아무리 많이 줘도 영양분 흡수가 되지 않은 탓에 이런 병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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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전남 고흥군 과역면 한 벼 재배지에 ‘벼 깨씨무늬병’이 발병한 벼 잎과 병해를 입지 않은 벼 잎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희규 기자


벼 깨씨무늬병은 잎에 깨씨 모양의 암갈색 병반이 생기고, 심할 경온라인신천지
우 암갈색 반점이 형성돼 벼 품질 저하 등의 피해를 준다. 벼가 여무는 시기인 등숙기(登熟期)까지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 논 안의 물 온도가 상승해 벼 뿌리가 썩고, 뿌리의 호흡 및 양분흡수에 피해를 주게 된다.
올해 전남 지역 깨씨무늬병 발병 면적은 1만3336㏊로 전국 발병 면적(3만6320㏊)의 36%에 달한다. 시·군별로는 고흥군이주가수익률
2000㏊(15%)로 피해가 가장 컸고, 해남군 1760㏊, 신안군 1200㏊, 강진군 1048㏊, 무안군 1015㏊ 등에서 깨씨무늬병이 발병했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병해가 확산하자 벼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인정했다. 이달 말까지 피해 조사를 거쳐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피해율이 30% 이상~80% 미만인 농가에는 1㏊당 82액트 주식
만원의 농약대, 피해율 80% 이상인 농가에는 1㏊당 372만원의 종잣값이 지원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7일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창리 일원을 방문해 '벼 깨씨무늬병' 피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총리실]


하지만 농민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올해 수확량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 벼를 판매한 농가는 비교적 정확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지만, 민간 RPC를 이용하거나 직접 도정해 소매로 판매한 농민은 증빙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재배한 벼를 판매하지 않고 창고에 저장하는 농가도 많아 정확한 수확량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게 농민들의 입장이다. 농민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수확철에 정확한 수치 파악이 어려운 올해 수확량을 증빙하라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피해율이 30% 미만인 농가는 아예 지원 대상에서 빠진 점도 농가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벼농사를 짓는 정모(65·보성군)씨는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20% 이상 줄어 피해가 막심한데도 정부의 지원 기준(30% 이상)에 못 미쳐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20%가량 병해충 피해를 입으면 종잣값에 비룟값, 농기계 대여료, 인건비 등까지 빼면 남는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피해가 큰 농가와 피해를 증빙할 수 있는 농가에 우선적으로 지원금이 지급돼야 한다”며 “피해 조사는 이달 말까지인데, 수확이 늦은 농가가 있을 경우 조사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전남 고흥군 과역면 한 벼 재배지에서 ‘벼 깨씨무늬병’이 발병 품질이 저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희규 기자


고흥=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