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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듯 미소지으며 사람은 사람은 되어서야 다가서더니* 신동아 만평 ‘안마봉’은 과거 ‘신동아’와 ‘동아일보’에 실린 만평(동아로 보는 ‘카툰 100년’)에서 영감을 얻어 같은 그림체로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한 만평입니다.ⓒ정승혜
캄보디아 독재자 폴 포트의 '킬링필드(Killing Field)'가 떠오른다.
1970년대 후반, 자국민 200여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크메르 루주의 폴 포트. 독재자가 사라진 자리에는 돈과 범죄 조직, 인신매매가 얽힌 거대한 범죄 생태계가 들어섰고, 자국민 대신 한국인을 노린 납치·감금이 자행되면서 캄보디아는 새로운 킬링필드매장판
가 되고 있다.
범죄 조직은 한국의 젊은이들을 "고수익 아르바이트" "IT 취업"이라는 말로 유인해 감금했고, 그들은 하루 16시간 넘게 사기 메시지(피싱)를 보내거나 마약 운반 등 노예 노동에 시달렸다.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폭력과 고문, 협박이 이어졌다.
지난해부터 국내 언론은 이 문제를 보도하며 국민 안전을 우려했알라딘오락실
고, 유엔은 지난 5월 우리 정부에 즉각적인 긴급 대응을 요청했다. 우리 국민이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됐다는 신고는 재작년 10여 건에서 올 들어 8월까지만 330건에 달했다. 누가 봐도 한국인들이 위험하다는 경고음이 연거푸 울렸지만 대한민국 정부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8월 20대 한국 청년이 감금돼 고문을 받다가 숨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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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공공 화장장인 턱틀라 사원 관계자는 "연고 없는 한국 청년의 시신이 두 달에 한 구꼴로 실려 온다"(‘동아일보' 10월 17일 보도)고 하니,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절실하다.
과거 킬링필드가 잘못된 이념에 의한 비극이었다면, 지금의 킬링필드는 돈과 범죄 조직이 만들고 자국민 안전을 등한시한화신테크 주식
정부가 방조한 지옥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1933년응답 없는 시대
-‘신동아’ 1933년 1월호
1933년 1월호 '신슈프리마 주식
동아' 만평에는 추운 길목의 낡은 가게 앞에 서 있는 장사꾼이 등장한다. 그는 양손에 쥔 종을 쉬지 않고 흔들며 손님을 부르지만, 오가는 이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종소리는 골목을 맴돌 뿐 행인들의 귀에 닿지 않고,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그의 입만 벌겋게 달아오른 채 목이 쉬어버린다.
이 장면은 익살이 아니라, 그 시대의 경제 상황을 압축한 사회적 기록이었다.
1933년은 조선이 세계대공황 여파를 정면으로 맞이하던 해였다. 쌀값은 1920년대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면직물과 잡화 같은 생활필수품 거래마저 막혔다. 농촌에서는 "쌀 한 섬 팔아도 빚이 줄지 않는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고, 도시에서는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인력소개소 앞에 줄을 섰다.
시장 상점들은 문을 열고 불을 밝혔지만,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발걸음은 없었다.
‘신동아'의 만평은 바로 이 구조적 침묵을 풍자한 것이었다. 만평 속 상인은 설날을 앞둔 '섣달그믐(歲暮)께 물건을 싸게 판다(大賣出)'는 입간판을 내걸고 종을 울리며 선전하지만 그렇다고 소비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값을 낮춘다고 구매자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경제는 소리로 움직이지 않고, '지갑의 온도'로 움직인다. 그 단순한 진실을 자신의 쉰 목소리로 보여주는 증인이었다.
조선총독부가 경기부양을 외치며 각종 정책을 내놓았지만, 그 역시 종소리만 요란할 뿐 조선인들의 삶을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만평 속 상인은 관청의 허망한 구호를 대신 시연하는 익명의 대변인이었는지도 모른다.
1933년의 침묵은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아무리 호소해도 '응답이 없는 시대'를 뜻했다. 만평은 이 절망을 한 줄의 글도 없이 표현했다. 종을 치는 손보다, 돌아보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더 크게 느껴지도록. 그리고 그 무관심이야말로 당시의 현실을 어떤 설명보다 정확하게 드러내는 언어였다.
황승경 예술학 박사·문화칼럼니스트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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