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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상황에서도 사람은 살아야만 하죠. 작가는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무언가인 '희망'에 대해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일 한국인 2.5세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정의신(68)은 현대 사회의 비극적 조건 속에서도 삶을 이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려 왔다. 대표작 '야끼니꾸 드래곤: 용길이네 곱창집'(이하 '야끼니꾸 드래곤')은 1970년대 일본 간사이 지방을 배경으로, 재일 한국인 가족이 운영하는 곱창집을 통해 재일동포의 고단한 삶을 그린다. 6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한일 관계가 많이 달라졌지만, 자이니치(在日·재일 한국인)의 존재와 역사는 ISC 주식
여전히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가려진 그들의 이야기를 무대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야끼니꾸 드래곤’에는 태평양전쟁, 한국전쟁, 재일동포 북송 등 한일 현대사의 상처가 배어 있다. 2008년 예술의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 공동 제작 초연 이후 한국(2011)과 일본(2016)에서 재공연되며 양국 관객윈스테크넷 주식
의 공감을 얻었다. 14년 만에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14~23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다시 공연된다.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의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 예술의전당 제공


현대 일본 연극계에서 중요한 주식x파일
위치를 차지하는 정의신은 연극 '행인 두부의 마음'(2006), '20세기 소년소녀 창가집'(2006), '겨울 해바라기'(2007) 등으로 한국에도 이름을 알렸다. 2023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연극으로 각색·연출해 도쿄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비극과 희극이 교차하는 그의 작품은 체호프의 작품과 비교되기도 한다. 그는 "인생에는 희극과개미주식투자
비극이라는 두 레일이 있고 그게 계속 뒤집히면서 가는 게 삶"이라고 말했다.
예술적으로 큰 성취를 거뒀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을 한일 양국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경계인'으로 여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엔 소수자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재일 한국인뿐 아니라 성소수자 등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온" 그가 '한국저축은행 주식
기생충'을 무대로 옮긴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고베 대지진 때 산 위엔 부촌이, 바닷가엔 재일동포들의 가난한 마을이 있었는데 화재로 거의 사라졌다"며 "그때 느낀 빈부 격차가 '기생충'에서도 보여 흥미를 가졌다"고 돌아봤다.
정의신의 무대에는 먹는 장면이 유독 많다. '야끼니꾸 드래곤'에서는 막이 오르기 전부터 악사의 연주와 고기 굽는 냄새가 극장을 채운다. 그는 "먹는 모습에는 인간의 해학과 슬픔이 공존한다"고 했다. 곱창을 소재로 택한 것은 "1970년대의 곱창은 가난한 노동자가 주로 먹었기 때문에 재일 한국인을 상징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본 신국립극장에서 지난달 공연된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일본 신국립극장 제공


미국 낭독 공연의 관객은 이 작품을 이민자의 이야기로, 지난달 도쿄 공연의 젊은 관객은 '가족 붕괴 시대의 절실한 이야기'로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중심에는 재일 한국인의 굴곡진 삶이 있다. 집단 따돌림으로 생을 마감하는 아들 도키오의 비극이 언젠가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느껴질 날이 올까. 그는 "전쟁 이후 땅을 뺏겨 갈 곳 없는 이 가족의 이야기가 사라질 날이 언제일지, 전쟁이 없어질 날이 올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삶이 그래도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등을 밀어주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작가로서 그런 작은 친절함, 작은 응원의 말을 하는, 위로가 되는 작품을 쓰려고 합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