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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오케스트라는 각자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다음 달 28∼29일 세계적인 교향악단 체코 필하모닉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하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셰몬 비치코프(73)는 사람이 고유의 목소리를 지니듯 오케스트라도 고유한 음향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코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인 비치코프는 24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오케스트라의 정체성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이같이 밝히며 "지난 세기 동안 여러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점점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여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고 지적했다.증권가소식

비치코프는 그러나 여전히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 오케스트라가 존재한다며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 콘세르트헤바우, 체코 필하모닉을 그 사례로 들었다. 그는 "이들 오케스트라는 오직 그들만의 소리를 낼 수 있다"며 "어떤 오케스트라가 더 낫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름'이 매우 중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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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 고유의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해선 지휘자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지론도 밝혔다. 비치코프는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오케스트라의 정체성과 통합시켜야 한다"며 "그래야만 눈부신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셰몬 비치코프&체코 온라인증권회사
필하모닉 내한 공연 포스터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비치코프가 정체성을 강조한 데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연주할 작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치코프와 체코 필하모닉은 첫날인 10월 28일 공연에서 1990년 체코 민주화의 상징적인 음악인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전곡을 연주한다처음주식하는방법
.
스메타나가 1873∼1880년에 걸쳐 작곡한 '나의 조국'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열망하는 체코 민중의 바람을 담은 작품이다. 총 6곡으로 구성된 80분 길이의 교향시로, 체코 필하모닉의 단골 연주곡 중 하나다.
비치코프는 "공교롭게도 '나의 조국'이 연주되는 10월 28일은 체코의 독립기념일이기도 은퇴설계
하다"며 "체코의 음악 유산에 있어서 하나의 상징적인 작품을 이날 연주하게 된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조국'을 통해 체코를 대표하는 체코 필하모닉의 정체성을 실감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체코 필하모닉 단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나의 조국'을 듣고 연주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라며 "그들과 함께 이 곡을 연주했을 때, 엄청난 감동과 동시에 흥미롭고 풍요로운 경험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비치코프는 체코 필하모닉의 정체성을 드러낼 두 번째 곡으로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을 꼽았다. 이 곡은 같은 달 29일 공연에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과 함께 연주된다. 비치코프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은 체코 필하모닉이 지닌 최고의 강점을 보여주는 음악 중 하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체코 필하모닉 공연 모습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차이콥스키 음악이 지닌 강한 '러시아성'도 선택의 이유였다고 한다.
비치코프는 "차이콥스키는 러시아 동료들로부터는 '충분히 러시아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동시에 서구에서는 '너무 러시아적이다'라는 지적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지만 제게 있어 차이콥스키는 그야말로 '확고히 러시아적인' 작곡가"라고 말했다.
비치코프는 지난 2023년 첫 내한 공연 때 만난 한국의 젊은 관객들에 대한 깊은 인상도 전했다.
그는 "2년 전 한국의 젊은 관객들의 따뜻하고 집중력 높은 관람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정말 굉장했는데, 다시 만날 생각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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