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접경지역인 니르오즈에 위치한 어린이 조각품 정원에 파괴된 놀이기구가 방치돼 있다. 니르오즈 김규식 기자


가자지구에서 2㎞ 떨어진 접경지에 있는 니르오즈는 아직 파괴된 채 복구되지 않은 모습이 키부츠(이스라엘 공동체 마을) 곳곳에 남아 있었다. 주민들은 한순간에 무너진 일상을 복구하고 하마스 습격 당시의 공포를 극복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하고 있다. 방공호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자지구 접경지에 사는 이스라엘 주민들에게 로켓 공격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일이었고 방공호를 통해 대비를 충분히 하고 있 골드몽 었다. 그러나 방공호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기습공격을 감행할 때 생명을 지켜주기는커녕 공격 목표가 됐다. 하마스는 방공호에 숨어 있던 주민들을 살해하기 위해 방공호 안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사이렌이 울리면 15초 안에 방공호로 대피하는 데 익숙했던 주민들에게 그날 방공호는 더 이상 보호 공간이 되지 못했다. 니르오즈 주민 리타 리프시츠 씨(61 야마토연타 )는 "이스라엘 접경지역 주민들은 오랫동안 로켓 공격에 대비해 살아왔다"면서도 "10월 7일 이후에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없다는 감각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니르오즈에서는 어린이 조각품 정원에 있던 놀이기구가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방치돼 있었고, 벽과 바닥 곳곳에는 로켓 파편과 화재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이들이 뛰놀던 공간이었다는 설 바다이야기고래출현 명이 없으면 용도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주택가도 마찬가지였다. 불에 탄 벽체와 무너진 지붕이 그대로 있었고, 일부 주택 내부는 당시 상황이 멈춘 듯 보존돼 있었다. 리프시츠 씨는 폐허로 변한 주택을 가리키며 "이 집은 가스로 요리를 했는데, 하마스가 가스관을 끊고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그는 "키부츠 전체 건물의 약 85%는 다시 지어야 하는 상태"라고 바다이야기비밀코드 덧붙였다. 니르오즈 공동체는 전쟁의 기억을 지우지 않고 남겨두고 있었다. 마을 공동 우편함에는 여전히 빨강·파랑·검정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는 전쟁 발발 17일 뒤를 기준으로 정리한 표식이다. 검은색은 하마스에 납치돼 가자지구에 억류된 사람, 빨간색은 사망자, 파란색은 납치됐다가 풀려난 사람을 의미한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피해 대피하던 방공호 입구에는 오징어릴게임 총탄의 흔적이 2년이 넘도록 남아 있다.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이 성립됐지만 가자지구 접경지역에서는 이후에도 산발적인 공습과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휴전이 구호에 그친 배경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남은 상처가 깊어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자리한다. 로이터 등 외신 집계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에서는 약 1600명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약 7만명이 사망했다. 특히 이번 전쟁은 하마스가 군사시설이 아니라 민간인 거주지를 직접 겨냥하면서 충격을 키웠다.
1차 휴전은 교전 강도를 낮추고 일부 인질 교환과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는 제한적 단계에 그쳤다. 이후 논의돼온 2차 휴전은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가자지구 통치 구조 재편, 전후 질서 구축을 포함하고 있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마을 안의 시간은 2023년에 멈춰 있었지만 외곽 풍경은 다르게 이어진다. 니르오즈 울타리 너머 밭에서는 수확기를 앞두고 감자 잎이 짙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주민들은 마을 복구에 아직 착수하지 못했지만 농사를 이어가며 다음 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감자밭 옆으로는 포도나무 줄기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져 있었다. 손길은 뜸했지만 포도나무는 계절에 맞춰 잎을 틔우고 있었다. 하마스에 구금됐다가 500일 만에 풀려난 가디 모세스 씨(80)는 억류기간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평화가 오면 가장 맛있는 감자를 키우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해진다. 니르오즈 주민들에게 감자밭과 포도나무는 아직 복구되지 않은 마을과 달리 언젠가 돌아올 일상을 준비하는 공간이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참여한 팀은 가자지구를 장기적으로 재건·개발하는 '프로젝트 선라이즈' 구상을 외국 정부와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10년간 총 1121억달러(약 166조원)가 소요된다. 미국은 보조금과 채무 보증을 포함해 약 600억달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2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역할을 맡겠다는 구상이다. 이후 가자지구가 상당수 프로젝트 자금을 자체 조달하고, 지역경제가 성장하면서 부채를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 방안은 하마스의 완전한 무장해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재건 자금을 어느 국가나 기업이 부담할지, 재건기간에 약 200만명에 달하는 주민이 어디에서 거주할지 등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니르오즈·레임 김규식 기자 / 서울 김제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