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청사 2층에서 유가족들이 하늘색 실로 뜨개질을 하고 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참사 1주기가 다가올수록 죽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지난 1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이날 청사 내부는 1년 가까이 폐쇄돼 적막했던 공항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다소 분주한 분위기였다. 참사 1주기 추모식을 열흘께 앞두고 청사 1·2층 곳곳에 각종 구조물이 설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희생자들이 끝내 찾지 못한 짐을 형상화한 캐리어 탑이 쌓아 올려지고 있었고, '막을 수 있었다, 살릴 수 있었다 모바일야마토 , 밝힐 수 있다'는 문구가 적힌 대형 슬로건이 벽면에 시공 중이었다.

참사 1주기를 앞둔 유가족들의 마음은 차분해 보이지 않았다. 박인욱 씨는 캐리어 구조물 앞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고개를 떨궜다. 그는 "캐리어만 봐도 사고 장면이 떠오른다"며 "당시 가족들의 짐은 거의 다 불에 탔다. 멀쩡하게 회수된 것은 골드몽릴게임릴게임 10개도 채 안 된다"고 회상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박 씨는 지금도 공항 내 쉘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동안 건강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바다신릴게임 암 수술만 세 차례, 항암 치료는 수십 번을 받았다. 최근 유가족협의회가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전국을 도는 버스 투어에 나섰지만 그는 함께하지 못했다. "지금 몸 상태로는 장거리 이동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박 씨는 "이 몸으로 1년을 버텼다. 시간이 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현재도 공항에는 10여 명의 유가족이 손오공게임 상시로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생활을 '거주'라 부르기는 어려웠다. 전기가 들어오고 구호용 텐트가 설치돼 있지만, 여전히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맞대고 잠을 청해야 한다.
이 같은 생활을 1년 가까이 이어오면서 유가족들의 건강 상태는 눈에 띄게 악화했다고 한다. 심리 트라우마 검사는 정기적으로 받고 있지만, 이제는 정신보다 몸이 먼저 바다신2다운로드 무너지고 있다. 링거를 맞으며 버티는 날이 잦아졌고, 건강 문제로 더는 공항에 머물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유족 조모씨는 "차라리 강제로라도 내보내면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 스스로는 아직 떠날 수 없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소한 책임이 분명해질 때까지는 여기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외부의 압박도 커졌다고 느낀다. 광주 민·군공항 이전 협의문 발표 이후 공항 명칭을 '무안공항'에서 '김대중 공항'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나오고, 한 지역 시민단체는 공항 재개항을 요구하며 분향소 철거를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지역 경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참사 자체를 지우려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정현경 씨는 "분향소를 치우라는 말이 가장 상처가 됐다"며 "공항 재개와 지역 활성화를 이유로 참사를 밀어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이젠 공항을 비워줘야 하나라는 생각도 한다. "내년 3월쯤엔 어쩔 수 없이 나가줘야 하는 생각도 든다"며 "내 마음은 아니지만, 대외적으로는 그런 분위기"라며 씁쓸해 했다.
유가족들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손을 움직인다. 뜨개질을 하거나 고무줄로 리본을 만든다. 색깔은 모두 하늘색이다. 하늘에서 벌어진 참사였기에 이 색을 단체의 상징으로 삼았다. 집회나 추모 행사 때 시민들에게 나눠준다. 손주택 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기억해 줬으면 한다.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함께해 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공항에 남아 있는 유가족들이 1주기를 앞두고 느끼는 감정은 슬픔보다 두려움에 가깝다. 추모식이 희생자들을 기리는 하루로 끝나고, 그 다음 날부터는 모든 관심이 사라질까 봐서다. 한 유가족은 "군중도, 언론도, 정치권도 딱 하루만 하고 끝내버릴 것 같아 두렵다"며 "진상 규명은 1주기 이후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작가회의는 참사 1주기를 맞아 추모 시집 '보고 싶다는 말'을 펴냈다. 유족 김모 씨는 이 시집에 "179명의 이름, 606편의 흩어진 조각, 책임지는 이 하나 없는 현실"이라고 적었다. 이를 읽은 현장의 또 다른 유가족 조모 씨는 "우리는 싸우고 싶은 게 아니다"며 "최소한 단 한 명의 책임 인정과 진실 규명만이라도 보고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