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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리고 것이라고 굳이 걸 마시고 여기가 뛰기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74번째 레터는 개봉 열흘 만에 3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여행과 나날’입니다. 요즘 같은 때 독립·예술영화가 3만을 넘기는 참 쉽지 않죠. 지난주 저희 지면에도 기사로 썼는데 좁은 지면에 담지 못한 내용을 넣어 레터로도 보내봅니다. 저는 이 영화를 9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봤고, 개봉 앞두고 진행된 언론 시사 때 다시 봤는데 두번째 보니 훨씬 좋았습니다. 겨울에 봐서 그랬는지도요. 눈 덮인 풍경을 일본 야마가타현에서 찍었다는데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졌어요. 어쩐지 삶이 벽에 부딪힌 듯 하거나, 이유 없이 일상이 답답하거나, 릴게임추천 겨울 여행은 못 갔지만 아름다운 겨울 풍경은 보고 싶으신 분들, 미지의 설국에서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과 나날’의 세계로 한 번 가보실까요.
영화 '여행과 나날'의 주인공은 각본가 리(Lee)입니다. 심은경이 연기하는 리는 계획 없이 떠난 여행에서 낡은 여인숙 주 릴게임바다신2 인(왼쪽 남성이 바로 그 사람)을 만나는데, 저 주인장, 보통 분이 아니랍니다./엣나인필름
앨리스는 토끼를 따라가다 굴에 빠져서, 도로시는 느닷없는 회오리바람에 휩쓸려서 낯선 세계로 들어가게 됐죠. 영화 ‘여행과 나날’의 주인공 이(李, Lee)가 살던 곳을 떠나게 된 이유는 슬럼프였어요. 각본가인 게임릴사이트 데 글이 안 써졌거든요. 혹은 써놓고도 “나는 재능이 없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답답한 상황. 그래서 “말로부터 도망치는 여행”을 결심하고 떠나게 됩니다. 눈 덮인 곳에서 기다리던 뜻밖의 만남. 그리고 평생 처음이었을 잉어 서리. (잉어 서리라고 써놓고 보니 다시 웃음이 나는데 굉장히 재밌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행을 감행하지 않았더라면 상상도 못했을 세상 바다이야기5만 을 만나게 된 주인공은 과연 잃어버린 언어를 찾을 수 있을까요. 거, 기자 양반, 줄거리가 너무 단순하지 않소, 하실 수 있는데, 단순하다 볼 법한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냈으니 장면장면마다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몽글몽글 맺혀있겠습니까.
제가 이번 레터 제목으로 뽑게 된 장면부터 말씀드려볼게요. 아마도 MBTI로 치면 극P일 것으로 짐작되는 바다신2다운로드 무계획 주인공이 무작정 찾아간 고장은 숙소마다 예약이 꽉 차 있습니다. 친절한 호텔 직원이 지도를 펼쳐들고 빈 방이 있을 만한 여관을 추천해주는데 여관 위치가 지도 바깥으로 한참 벗어난 심심산골이에요. 직원이 “이 길을 쭉 따라가서 이 부근이에요”라며 허공을 가리키고, 주인공(심은경)이 “여기 말인가요?”라고 답하는데 저는 순간 푸하하 웃고 말았습니다. (이해하시기 쉽게 해당 장면을 아래에 사진으로 붙여보겠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찾아가게 되는 곳, 지도 밖 그 곳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곧바로 기대가 솟지 않습니까. 앨리스나 도로시의 세계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지도에 없는 그곳에서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게 될 듯한 기대. 두둥.
영화 '여행과 나날'에서 호텔 직원(왼쪽 손)이 숙소를 찾지 못해 난감한 주인공(오른쪽 손, 심은경)에게 지도 윗쪽 산 속 여관에 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알려주자 주인공이 "여기 말인가요?"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습니다. 저는 순간 웃었는데, 웃으면서도 의미심장한 장면이라고 느꼈어요./엣나인필름
그렇다고 이 영화가 엄청난 사건사고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인생의 많은 것이 그렇듯,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 같은데 사실은 많은 일이 생긴 2박3일을 담고 있어요. 기자 양반, 그러니까 좀 졸리는 영화라는 뜻이구려, 하신다면, 네, 일부 관객은 그렇게 보실 수도 있습니다. 언론 시사회 때도 제 좌석에서 좀 떨어진 자리에서 코고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특히 전반부. ‘여행과 나날’은 주인공이 쓴 각본을 극중극처럼 보여주는 전반부 여름편과, 주인공이 떠난 여행을 따라가는 후반부 겨울편으로 나뉘거든요. 여름편은 영화 속 관객이 영화 속 영화를 보기 때문에 영화와 영화 속 영화를 왔다갔다 전개되는데, 비현실과 현실이 오고가고 겹치며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에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실 수 있어요. 만약에 여름편만으로 끝났다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예술영화에 그쳤을수도.
영화 '여행과 나날'에서 앞서가는 여관 주인장(왼쪽)을 따라 주인공이 눈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둘은 한밤의 잉어 서리를 나서는데 그 잉어 몸값이 어마어마해요. 비싼 잉어, 그 맛은 과연 어떨지. 두 사람이 과연 잉어로 한 상 거하게 차렸을까요./엣나인필름
‘여행과 나날’이 크게 기지개를 펴는 구간은 후반부 겨울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평론가의 유품인 사진기를 들고 떠난 여행, 마치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그대로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를 화면으로 되살려놓은 듯한 마을. 거기서 주인공은 지도 밖 여관을 찾아가고 “곰방와, 스미마셍, 고멘쿠다사이”를 외치다 주인장을 만납니다. 정체가 뭔지 짐작이 안 가는 주인장은 주인공을 맞더니 글을 쓴다는 말에 “나는 역시 유머가 있는 드라마가 좋더라”라고 말합니다. 처음 부산국제영화제 시사 때 저는 이 대사에 귀가 번쩍했답니다. 직전에 ‘어쩔수가없다’를 봤기 때문인 거 같아요. 오호, 주인장, 뭘 좀 아시네 싶었는데 이어지는 말씀은 마치 박찬욱 영화를 옮겨놓은듯 하더군요. “근데 웃기기만 하면 그것도 재미없지. 좋은 작품은 얼마만큼 인간의 슬픔을 그려내느냐에 달렸어. 유머야 누구나 할 수 있지.” 그러면서 “그럼 알아서 자요”라는 주인장의 인사에 이어지는 화면에선 소리없이 날리는 눈이 지붕 위로 하염없이 쌓이고. 겨울편에선 이 장면처럼 쌓이거나 날리는 눈을 자주 보여주는데 그대로 멈춰세우고 싶을 만큼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다음날 아침. 강에서 잡아온 잉어로 손수 아침밥을 해준 주인장이 이런저런 대화 끝에 또 말합니다. “행복한 이야기를 써봐. 좋은 일이 갑자기 생기거나 갑자기 부자가 되거나.” 그러나 바로 잘라버리는 주인공. “그건 불길해요.” 천생 작가의 답이네요.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고 “옆마을에 비단잉어가 잔뜩 있다”는 주인장의 말에 두 사람은 밤길을 지나 잉어 서리를 나섭니다. 뜰채를 들고 “괜찮은가?” “괜찮으세요?” 서로 물어보며 옆마을로. 나중에 드러나지만 비단잉어가 잔뜩 있다는 옆마을 연못엔 주인장만 알고 주인공은 모르던 사연이 있습니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하는데. 그 사연과 경찰 출동의 전말은 직접 보시고 확인을.
영화 '여행과 나날'은 야마가타현에서 촬영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군요./엣나인필름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은 세상에서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꿈 속의 여정 같은 영화, ‘여행과 나날’은 일본 미야케 쇼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심은경이 주연한 올해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 수상작입니다. 나중에 주인공이 스스로에게 묻듯 던진 질문이 있었어요. 어렵게 서리해온 문제의 잉어, 한 마리에 천만원쯤 하는 잉어가 꽁꽁 얼어 죽어버리자 비싸면 맛도 좋을까라며 꼬치로 굽다가 말하거든요. “이 눈 속에서 결국 우리는 뭘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러게요. 우리는 올 한 해 뭘해온 걸까요. 지도 밖의 길을 찾으려, 종내 알 수 없는 답을 찾으려 어딘가로 다니긴 다닌 거 같은데. 지난 일 년이 제게 어떤 답을 줬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며,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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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세상의 창이고 호수이며 거울. 여러분을 그 곁으로 데려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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