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여수순천사건 이후 패퇴한 여수14연대 반란군이 지리산 일대로 들어가 빨치산이 태동합니다. 지금은 ‘비정규 무장병력’이라는 뜻의 빨치산이라고 부르지만, 당시의 용어는 공비, 즉 ‘공산당 도적’이었습니다. 빨치산은 6.25전쟁 내내 국군을 괴롭히면서 대한민국 존립을 위협했습니다. 전선의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후방의 빨치산 토벌을 위해 별도의 야전사령부를 설치해야 했을 정도입니다. 무려 1만 회가 넘는 교전을 벌였고, 사망자가 2만 명이 넘는,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문 게릴라전이었습니다. 이런 빨치산사이에서 전설적 인물로 불린 것이 이른바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입니다. 그런데 이 이현상의 최후는 지금 우주전함야마토게임 까지도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오늘은 이현상의 비참한 최후를 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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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은 1905년 9월 27일 당시엔 전북, 지금은 충남인 금산군 군북면 외부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알라딘게임 부친 이면배는 면에서 가장 부농으로 면장까지 지낸 유지였습니다. 이현상은 중앙고보에 다니던 1925년, 스무 살 나이로 박헌영의 조선공산당 창설에 참여했고, 1927년 고려대 법대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법과에 입학한 뒤 지하 공산당 활동을 계속했습니다.
해방 후 박헌영의 남로당에서 연락부장, 간부부장 겸 노동부장으로 있다가 남로당 주요인물 바다이야기사이트 수배령이 내려지자 월북했지만 1948년 김일성 북로당의 결정으로 다시 남한으로 내려왔습니다. 48년 10월 여수순천사건에 관여한 뒤 11월 지리산으로 들어가 빨치산 지도자가 됐고, 월북을 시도하다 6.25전쟁이 터지자 남하 명령을 받고 낙동강 전선에 배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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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면서 마산,창령 전선의 인민군 2만 3천명은 졸지에 포로가 됐고, 만여 명은 지리산으로 쫓겨 들어갔습니다. 이들이 전부터 있던 영,호남 빨치산들과 합류하면서 지리산,덕유산,오대산,소백산,속리산 일대에는 빨치산이 무려 만 5천명, 38 황금성오락실 선 바로 북쪽인 양구,평강,곡산,양덕 일대에 만 명이나 될 만큼 세력과 규모가 커졌습니다.
그중에서도 따뜻하고 은신처가 많은 지리산은 빨치산의 왕국이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오대산까지 후퇴하던 이현상도 남로당 출신 이승엽의 지령을 받고 다시 지리산으로 들어가 이른바 조선인민유격대 남부군 총사령관이 됩니다. 빨치산 사이에 이현상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고, 휴전 두 달 전인 1953년 5월 미군이 이현상을 생포하거나 시신을 인도하는 사람에게 쌀 1천 파운드의 현상금을 내걸었다는 기사가 남아있는데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2억원에 가까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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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출귀몰하던 이현상의 최후는 갑작스럽게 찾아옵니다. 53년 7월27일 휴전이 이뤄지자 남한 빨치산들은 퇴로도 없이 고립되는 운명에 처합니다. 그리고 이현상의 가혹한 최후를 재촉한 것은 대한민국이 아닌 바로 김일성이었습니다. 휴전이 되자마자 8월부터 김일성은 박헌영과 남로당계 5만 명에 대한 피의 숙청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피바람은 빨치산에도 불어왔습니다.
빨치산 내부에는 남부군 못지않은 전투력을 과시하던 전북도당이 있었습니다. 전북도당 위원장 방준표는 모스크바 유학파이자 교사 출신 인텔리였습니다. 전남도당 위원장 박영발도 모스크바 유학파이자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 즉 전평 간부 출신 엘리트였습니다. 이들은 남로당 출신이지만 6.25 때 북한군이 호남을 점령하자 북로당에 의해 도당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북로당계가 돼 있었습니다.
53년 8월 26일 전북도당 위원장 방준표 주도로 제5지구당 조직위원회가 개최돼 이현상에 대해 출당 및 모든 지위를 박탈한다는 결정서 9호를 채택합니다. 반당,반국가 종파분자 박헌영,이승엽의 잔재를 청소하기 위해 남한 빨치산의 모든 실패를 이현상이 책임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남부군과 각 도당을 모두 관할하던 제5지구당은 해체되고 이현상은 평당원으로 강등돼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 빗점골에 은신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9월 6일 이현상의 7인조 호위병 중 김은석,김진영이 생포되면서 이런 사실이 우리 군경에 알려졌고, 21일 제5지구당 유격대 부책 문남호가 장안산 방면 전북도당으로 이동하다 생포될 때 소지한 결정서 9호와 10호를 통해 거듭 확인됩니다.
그리고 휴전협정 조인 50일 후인 9월 17일 이현상은 지리산 쌍계사 의신리 빗점골에서 사살됩니다. 당시 나이 48세였습니다. 이현상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다음날인 9월 18일입니다. 김용식 경사가 지휘하는 서남지구 전투경찰사령부 수색대가 오전 11시 5명의 빨치산들의 시신과 함께 이현상의 시신을 발견합니다. 군경이 수년 동안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지리산 골짜기마다 이 잡듯이 뒤져도 찾지 못했던 이현상이 마침내 시신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시신은 방부 처리돼 서울로 이송됐고 동향인 정치인 유진산 등이 찾아와 시신을 확인했습니다. 창경궁과 도로변에서 바지만 입힌 채 유품과 함께 시민들에게 시신이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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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현상이 도대체 언제 누구에 의해 사살된 것인지 사실관계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군과 경찰의 설명이 서로 달랐고, 양측의 설명에는 모두 허점이 있었습니다. 전공 다툼이 계속되자 당시 신문에는 ‘이현상은 죽어서도 말썽’이라는 기사까지 실렸습니다. 53년 12월 1일까지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아 군경 합동 관계자 회의가 열려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은 정부가 경찰의 공로로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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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현상이 정말 우리 군이나 경찰에 의해 사살된 것인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설적 빨치산 토벌대장으로 당시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차일혁 총경입니다. 그는 친척들도 인수를 거부한 이현상의 시신을 섬진강에서 화장해 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차일혁 총경은 ‘총알이 정확하게 뒤에서 가슴까지 관통한 것으로 볼 때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쏜 것 같다’는 시신 최초 발견자 김용식 경사의 보고를 토대로 빨치산 내부에서 이현상을 죽였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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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지리산 빨치산 출신으로 전향해서 6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1988년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남부군’으로 공전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태입니다. 이태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이현상의 시체를 부검한 남원 이동외과병원 군의관은 이현상의 목에 8발의 총상이 있었고, 근접사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사후 확인사살이거나 목을 떼어내기 위해 목둘레에 대고 집중사격을 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근거로 이태는 이현상이 교전하다 사살된 것이 아니라 김일성의 지시로 방준표와 박영발의 명령을 받은 빨치산 호송원이 뒤에서 이현상을 사살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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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이 김일성에게 특별히 미움을 샀을 것으로 보이는 역사의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47년 여름 남로당 간부부장이던 이현상이 소련 공산당 최고당학교에 유학하러 가는 길에 평양에 들렀습니다. 북로당 중앙간부부장 이상조가 환영연을 베풀었는데 참석자들이 거나하게 취하자 ‘조선인민 최고 지도자가 누구냐’라는데 화제가 모아졌습니다. 실권은 소련을 등에 업은 실권을 차지했지만 남로당원들은 자신들이 조선 공산주의의 정통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죠. 그런데 북로당 중앙간부부장 이상조와 선전부장 김창만이 정치적 중앙은 평양이고 김일성이 최고 지도자라고 떠들어댔다고 합니다.
이현상은 처음에는 듣고만 있다가 나중에 참다 못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그 사람은 조선 국토와 인민으로부터 떨어져 외국에서 성장했고 외국 공산당에 입당해 외국의 이익을 위해 투쟁한 것 아니냐. 박헌영은 그 사람보다 15년이나 일찍, 그것도 국내에서 일제의 혹독한 탄압 속에 투쟁했다. 김일성은 본명이 김성주라고 하는데 언제부터 왜 김일성이 됐는지 명백하지 않고 투쟁경력도 불투명한데가 많다. 어떻게 박헌영을 제쳐놓고 외국에서 갑자기 나타난 경력 불명자를 최고 지도자로 인정하겠는가’.
그러자 이상조, 김창만이 술상을 치고 이현상에게 달려들었다는 것입니다. 이 내용은 남로당 지하총책을 지낸 박갑동의 저서 ‘박헌영’에 상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1998년 5월 30일 방송된 SBS ‘토요미스테리극장‘에는 신비로운 에피소드 하나가 소개됩니다. 1953년 9월 강원도 삼척에 살던 한 여인이 깊은 산중에서 나무를 하다가 배낭을 메고 권총을 든채 쫓기는 행색의 한 남자와 마주칩니다. 겁에 질린 여인에게 먹을 것을 달라던 남자는 없다고 하자 다시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날 밤 여인의 꿈에 또 다른 낯선 남자가 나타납니다. ’나는 이현상이라는 사람이다. 당신이 낮에 만난 이북 놈이 나를 죽였다. 나는 그놈을 믿었는데 억울하게 죽었다. 그 놈을 본 것은 오직 당신 뿐이니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 원통함을 풀어달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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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꿈을 이틀 연속 꿨지만 누구에게 얘기하지 못하고 살던 이 여인에게, 손자가 7살이 된 87년에 또 그 남자가 꿈에 나타났습니다. ’당신이 세상에 알리지 못한다면 옆에서 자고 있는 저 손자에게 이 사실을 말해 달라‘고 얘기하자, 이 여인이 마침내 그 손자에게 해마다 한번씩 이 꿈 얘기를 해줬다는 것입니다. 이현상이라는 이름을 잊을 수 없게 된 이 손자가 고등학생이 돼서 논술 대비를 하려고 소설 태백산맥을 읽다가 이현상이 실존인물임일 알게 되고 마침내 SBS 제작진에 이 내용을 제보하면서 방송에 소개된 것입니다.
제작진은 이 내용을 방송으로 제작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할머니가 그 남자를 만난 것이 1953년 9월로, 이현상이 죽은 때와 일치한다. 그리고 이현상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던 할머니가 손자에게 설명해준 그 남자의 인상착의가 이현상과 일치한다. 또 삼척은 지리산에서 북으로 넘어갈 때 거쳐야 하는 루트라는 점도 사실과 일치한다.
꿈 얘기를 100% 믿을 필요는 없지만 베일에 가려있는 이현상의 죽음과 관련해 흥미로운 진술의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현상은 죽을 때 줄이 선 미제 군복 바지에 농구화를 신고 있었습니다. 주머니에서는 일기와 한시가 적힌 수첩도 나왔습니다. 한시에는 ‘지리산에 풍운이 일어 기러기떼 흩어지니 / 남쪽으로 천리길 검을 품고 달려왔네 / 오직 한 뜻, 한시도 조국을 잊은 적 없고 / 가슴에는 철의 각오, 마음에는 피가 끓네.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비뚤어진 이념에 사로잡혀 수많은 인명을 살상했지만, 자신은 조국을 위해 몸 바친다는 생각으로 살았던 이현상, 그러나 결국 김일성에게 배신당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이현상이 사살된 후 지리산 빨치산은 와해됐습니다. 산짐승 같이 살아가다 얼어죽고 굶어죽고 병에 걸려 죽어갔습니다. 김일성의 지령대로 이현상을 숙청한 방준표와 박영발도 넉달 뒤인 1954년 1월 자결하거나 수류탄으로 자폭해 죽었습니다. 이 땅의 수많은 청춘과 지식인들이 공산주의 사상에 속아 빨치산이 되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키고 결국은 허망하게 죽어간 것입니다. 기자 admin@seastorygame.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