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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현 기자]
▲ AI생성 이미지
ⓒ 오마이뉴스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2025년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탄소중립기본법 체계 정비, 교육부의 햇빛이음 온라인릴게임 학교 확대, 제4차 국가환경교육계획(2026~2030) 수립까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정책의 설계도를 펼쳐보면, 0~5세 영유아를 위한 칸은 어디에도 없다. 교육부의 2026년 업무계획에서 기후·환경교육은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설계되어 있다. 햇빛이음학교는 초 바다이야기게임방법 등학교 이상이 대상이며, 학교 단위 탄소중립 실천 프로그램도 초·중·고에 한정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제4차 국가환경교육계획은 유아기후환경교육관 설치를 명시하고 있으나, 이는 체험관 확충에 그칠 뿐 유치원·어린이집의 일상 교육과정이나 교사 역량 강화와는 연결되지 않는다.
이 현상은 기후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육부의 민주시민교육 추진 릴게임예시 계획은 초등학교 이상을 전제하고, 통일교육은 통일교육 지원법이 초·중등교육법상의 학교만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유치원·어린이집은 법적 근거 자체가 부재하며, 교육과정상으로도 초등학교부터 본격화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초등학교 이상이 대상이다. 다문화교육은 영유아 대상 프로그램이 일부 존재하지만 체계적 교육과정이라기보다 단발성 체험활동에 가깝다. 정부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가 범교과적으로 추진하는 거의 모든 핵심 의제에서 영유아는 구조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아직 어리다"는 전제가 정책 설계의 출발점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달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연구 결과는 정반대를 말한다. 환경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의 기초는 영유아기에 형성되며(Pramling Samuelsson & Kaga, 2008), 자연 손오공릴게임예시 과의 초기 경험이 이후 환경적 태도에 장기적 영향을 미친다는 종단 연구가 축적되어 있다(Chawla, 2007; Wells & Lekies, 2006).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긴 시간을 살아갈 세대가, 발달적으로 가장 민감한 시기에 있는 세대가, 정책적으로 가장 늦게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영유아는 태어난 순간부터 이 사회의 시민이다. 교육받을 권리,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할 권리, 정책적 고려의 대상이 될 권리는 나이와 무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UN 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26호(2023)는 기후 위기가 아동의 생존, 건강, 놀이, 교육, 참여 등 모든 권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며, 연령을 이유로 이들을 정책에서 배제하는 것은 아동 권리 협약의 취지에 반한다고 하였다. "어리다"는 것은 보호의 이유이지, 배제의 근거가 아니다.
①누리과정에는 '기후'가 없다?
현행 누리과정(2019 개정)은 '자연탐구' 영역에서 "주변의 동식물에 관심을 가진다", "궁금한 것을 탐구하는 과정에 즐겁게 참여한다"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기후변화', '지속가능발전', '탄소중립' 같은 용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환경부 소관의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환경교육 대상에 포함하고 있으나, 누리과정이나 표준보육과정에 기후·환경교육의 구체적 내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아 법률의 취지가 현장에서 실현될 경로가 사실상 부재하다.
문제는 단순히 단어의 부재가 아니다. 교육과정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은 교사 양성과정에서 다뤄지지 않고, 교사 연수 체계에 포함되지 않으며, 기관 평가 지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교육과정의 빈 칸은 교사 역량의 빈 칸으로, 다시 현장 실천의 빈 칸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부재를 낳는다.
② 교육과정 한 줄이 바꾸는 것
스웨덴은 2018년 개정된 유치원 교육과정(Lpfö 18)에 지속가능발전을 핵심 가치로 명시했다. 교육과정 전문(Fundamental Values)에 "교육은 민주적 형태로 이루어져야 하며, 아이들이 시민 생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을 기르는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Skolverket, 2018). 이것은 별도의 '환경교육 시간'이 아니라, 유치원 생활 전체를 관통하는 범교과적 원칙이다. 스웨덴에서는 Grön Flagg(녹색깃발)라는 인증 제도가 작동하고 있어, 전국 약 1200곳 이상의 교육기관(유치원·학교 포함)이 아이들과 함께 기후·에너지·생물다양성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핀란드는 한 발 더 나아간다. 2022년 국가핵심교육과정(National Core Curriculum for ECEC)은 "모든 활동은 생태적·문화적·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의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에코소셜 소양(ecosocial knowledge and ability)'을 교육과정의 핵심 역량으로 포함시켰다. 핀란드의 Luonnossa kotonaan(자연 속의 집) 프로그램은 날씨와 관계없이 매일 수 시간씩 야외에서 활동하는 자연기반 유치원 네트워크로, 전국 3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Vihreä lippu(녹색깃발, Eco-Schools 핀란드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적용되는 7단계 지속가능성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물론, 교육과정에 명시되어 있다고 해서 모든 현장에서 곧바로 실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핀란드에서도 지속가능성 교육의 현장 구현에는 기관 간 편차가 있다는 연구가 있으며(Furu & Valkonen, 2021), FNAE 공식 자료에서도 '기후'라는 단어 자체는 ECEC 교육과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교사가 움직일 수 있는 방향과 근거가 교육과정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것조차 없는 우리와는 출발선이 다르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기후·환경교육이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육과정 문서 수준에서 일상 교육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세 가지 있다. 교육과정에 명시적 근거가 있다는 것, 교사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역량 지원 체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유치원 단위에서 작동하는 인증·평가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 세 가지 모두 없다.
결정적 차이가 하나 더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모두 영유아 교육·보육 체계가 일원화되어 있다. 스웨덴은 1996년, 핀란드는 2013년에 ECEC 소관을 교육부로 통합했다. 그래서 기후교육을 도입할 때도 하나의 경로로 모든 기관에 적용된다.
③ 같은 다섯 살, 다른 기후교육
같은 나이, 같은 동네에 사는 다섯 살 아이 두 명이 있다. 한 아이는 유치원에, 다른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닌다. 두 기관은 같은 누리과정을 적용하지만, 아이들이 매일 생활하는 물리적 환경은 같지 않다.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이 격차는 그대로 반복된다.
유치원은 교육시설로 분류되어 학교시설 기준이 준용되지만, 어린이집은 복지시설로 분류되어 별도의 시설 기준이 적용된다. 특히 가정어린이집은 소규모 주거 공간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환기·냉난방·실외 공간 등에서 유치원과 차이가 크다. 폭염이 잦아지는 여름, 마당에 나가지 못할 때 대체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의 질과 규모가 기관 유형별로 크게 다르다. 기후적응형 시설 기준이 도입되더라도,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이를 충족할 재정 지원 방안이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기후적응에서도 국공립과 민간의 격차가 재생산된다.
④ 탄소중립에도 격차가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탄소중립 사회 이행을 위한 교육과 홍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 교육은 실질적으로 초·중·고 학교 중심으로 설계되어 영유아 교육기관은 사실상 포함되지 않고 있다. 초·중·고에는 환경교과서가 있고, 학교 건물에는 에너지 효율 기준이 적용되며, 대학에는 ESG 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전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는 기후 관련 교육과정도, 탄소중립 시설 기준도, 교사 연수 과정도 부족하다.
이 격차는 교육 격차인 동시에 시설 격차이기도 하다. 박창현 외(2022)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유치원·어린이집의 실내외 환경 기준은 면적·안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에너지 효율, 자연채광, 생태적 놀이환경 같은 미래환경 대응 요소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 자체가 취약 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이중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다.
⑤ 통합 이후 무엇을 올려놓을 것인가
박창현, 김근진, 정다솔(2025)은 유보통합의 핵심이 행정적 통합이 아니라 '질적 전환'에 있다고 지적하며, 유보통합의 재개념화를 주장한 바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바로 이 질적 전환의 내용이 되어야 할 의제다. 체계를 하나로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로 만든 체계 위에 무엇을 올려놓을 것인가가 본질적 질문이다.
그러나 현재 유보통합 시범사업의 논의 구조에서는 이러한 교육 내용 혁신의 방향이 부재하다. 행정 통합의 속도에 교육 내용의 비전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핀란드가 2013년 ECEC 소관을 사회복지부에서 교육문화부로 이관하고, 이후 교육과정을 단계적으로 개편하여(2016, 2018, 2022) 에코소셜 소양·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핵심 가치로 삽입해 간 것은, 거버넌스 통합이 교육 내용 혁신의 경로를 연 사례다.
유보통합이 간판만 바꾸는 행정 효율화에 그칠 것인지,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영유아 교육의 질적 도약을 이끌 것인지는, 지금 논의 테이블에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올려놓느냐에 달려 있다.
⑥ 지금 필요한 것 - 함께 연대해요!
UN 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26호(2023)는 기후 위기가 아동의 생존, 건강, 놀이, 교육, 참여 등 모든 권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며, 각국은 기후 정책의 전 과정에서 가장 취약한 아동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UNICEF의 아동 기후위험지수(CCRI)는 전 세계 약 10억 명의 아동이 극도로 고위험 수준의 기후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고한다. 영유아는 탄소 배출 책임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생리학적 취약성과 성인 중심의 사회 구조로 인해 기후 재난의 충격을 가장 먼저, 가장 깊게 감당해야 하는 집단이다(박창현, 2025).
이러한 인식 위에서, 부분적인 제도 보완이 아니라 영유아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영유아보육법, 유아교육법, 탄소중립기본법 및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에 영유아를 최우선 보호 대상으로 명문화하고, 영유아 관련 시설을 국가 필수 기후 인프라로 지정해야 한다. 현재 이 법들에는 영유아를 기후 재난의 독립적 취약 계층으로 정의하는 조항이 없다.
둘째, 누리과정에 기후·환경감수성을 범교과적 원칙으로 명시해야 한다. 별도의 영역을 신설할 필요는 없다. 스웨덴·핀란드처럼 교육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가치로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명시하고, 급식·소비·놀이환경 등 기관 운영의 모든 과정이 곧 교육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셋째, 데이터 기반의 기후 안전 운영 매뉴얼을 도입해야 한다. 현재의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을 넘어, 싱가포르처럼 열지수 기반의 실외활동 제한 기준과 호주처럼 기후 재난 시 아동 인계절차를 의무화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넷째, 탄소중립 유치원·어린이집 통합모델을 시범 도입해야 한다. 미국의 보육시설 기후 회복력 구축 이니셔티브(Building Child Care Resiliency Initiative)처럼 영유아 교육기관을 기후 회복력을 갖춘 필수 인프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저소득투자기금(LIIF: Low Income Investment Fund)은 전미유아교육협회(NAEYC)와 함께 보육시설의 고효율 냉난방, 태양광 설비, 그늘 구조물, 친환경 야외놀이 공간 조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고효율 단열, 열회수 환기장치, 재생에너지 설비, 생태 놀이환경을 갖춘 기후적응형 시설 모델을 설계하고, 사립유치원,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그린 리모델링 금융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다섯째, 기후 취약 계층 아동을 위한 기후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기후 위기는 평등하지 않다. 저소득층의 온열질환 발생률은 고소득층 대비 약 2.8배 높고, 반지하·노후주택 거주 아동은 폭염과 침수의 피해를 중첩적으로 입는다. 에너지 바우처를 넘어 주거 환경 개선(단열 시공, 제습 등)을 포함하는 입체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며, 장애 아동과 이주 배경 아동을 위한 다국어 재난 정보 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
여섯째, 유보통합의 흐름에 맞추어 범부처 영유아 기후·환경 건강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영유아의 기후 위기 대응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행정안전부의 업무가 중첩되는 영역이다. 각 부처에 흩어진 기후 데이터, 아동 건강 데이터, 시설 안전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기후 위기 상황에서 일관된 돌봄 연속성 지침을 내릴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기후위기는 영유아에게 먼 미래의 추상적 위협이 아니다. 폭염으로 야외놀이를 못 하는 아이,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쓰고 등원하는 아이,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기도 전에 실내에 갇히는 아이는 이미 오늘의 현실이다. 아이를 어떻게 더 낳게 할 것인가를 넘어, 태어난 아이들을 이 기후 환경 속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지키고 건강하게 키워낼 것인가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 이 현실에 정책이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책의 실패이자 세대에 대한 책임의 방기다.
덧붙이는 글
▲ AI생성 이미지
ⓒ 오마이뉴스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2025년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탄소중립기본법 체계 정비, 교육부의 햇빛이음 온라인릴게임 학교 확대, 제4차 국가환경교육계획(2026~2030) 수립까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정책의 설계도를 펼쳐보면, 0~5세 영유아를 위한 칸은 어디에도 없다. 교육부의 2026년 업무계획에서 기후·환경교육은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설계되어 있다. 햇빛이음학교는 초 바다이야기게임방법 등학교 이상이 대상이며, 학교 단위 탄소중립 실천 프로그램도 초·중·고에 한정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제4차 국가환경교육계획은 유아기후환경교육관 설치를 명시하고 있으나, 이는 체험관 확충에 그칠 뿐 유치원·어린이집의 일상 교육과정이나 교사 역량 강화와는 연결되지 않는다.
이 현상은 기후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육부의 민주시민교육 추진 릴게임예시 계획은 초등학교 이상을 전제하고, 통일교육은 통일교육 지원법이 초·중등교육법상의 학교만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유치원·어린이집은 법적 근거 자체가 부재하며, 교육과정상으로도 초등학교부터 본격화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초등학교 이상이 대상이다. 다문화교육은 영유아 대상 프로그램이 일부 존재하지만 체계적 교육과정이라기보다 단발성 체험활동에 가깝다. 정부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가 범교과적으로 추진하는 거의 모든 핵심 의제에서 영유아는 구조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아직 어리다"는 전제가 정책 설계의 출발점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달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연구 결과는 정반대를 말한다. 환경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의 기초는 영유아기에 형성되며(Pramling Samuelsson & Kaga, 2008), 자연 손오공릴게임예시 과의 초기 경험이 이후 환경적 태도에 장기적 영향을 미친다는 종단 연구가 축적되어 있다(Chawla, 2007; Wells & Lekies, 2006).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긴 시간을 살아갈 세대가, 발달적으로 가장 민감한 시기에 있는 세대가, 정책적으로 가장 늦게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영유아는 태어난 순간부터 이 사회의 시민이다. 교육받을 권리,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할 권리, 정책적 고려의 대상이 될 권리는 나이와 무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UN 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26호(2023)는 기후 위기가 아동의 생존, 건강, 놀이, 교육, 참여 등 모든 권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며, 연령을 이유로 이들을 정책에서 배제하는 것은 아동 권리 협약의 취지에 반한다고 하였다. "어리다"는 것은 보호의 이유이지, 배제의 근거가 아니다.
①누리과정에는 '기후'가 없다?
현행 누리과정(2019 개정)은 '자연탐구' 영역에서 "주변의 동식물에 관심을 가진다", "궁금한 것을 탐구하는 과정에 즐겁게 참여한다"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기후변화', '지속가능발전', '탄소중립' 같은 용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환경부 소관의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환경교육 대상에 포함하고 있으나, 누리과정이나 표준보육과정에 기후·환경교육의 구체적 내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아 법률의 취지가 현장에서 실현될 경로가 사실상 부재하다.
문제는 단순히 단어의 부재가 아니다. 교육과정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은 교사 양성과정에서 다뤄지지 않고, 교사 연수 체계에 포함되지 않으며, 기관 평가 지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교육과정의 빈 칸은 교사 역량의 빈 칸으로, 다시 현장 실천의 빈 칸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부재를 낳는다.
② 교육과정 한 줄이 바꾸는 것
스웨덴은 2018년 개정된 유치원 교육과정(Lpfö 18)에 지속가능발전을 핵심 가치로 명시했다. 교육과정 전문(Fundamental Values)에 "교육은 민주적 형태로 이루어져야 하며, 아이들이 시민 생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을 기르는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Skolverket, 2018). 이것은 별도의 '환경교육 시간'이 아니라, 유치원 생활 전체를 관통하는 범교과적 원칙이다. 스웨덴에서는 Grön Flagg(녹색깃발)라는 인증 제도가 작동하고 있어, 전국 약 1200곳 이상의 교육기관(유치원·학교 포함)이 아이들과 함께 기후·에너지·생물다양성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핀란드는 한 발 더 나아간다. 2022년 국가핵심교육과정(National Core Curriculum for ECEC)은 "모든 활동은 생태적·문화적·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의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에코소셜 소양(ecosocial knowledge and ability)'을 교육과정의 핵심 역량으로 포함시켰다. 핀란드의 Luonnossa kotonaan(자연 속의 집) 프로그램은 날씨와 관계없이 매일 수 시간씩 야외에서 활동하는 자연기반 유치원 네트워크로, 전국 3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Vihreä lippu(녹색깃발, Eco-Schools 핀란드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적용되는 7단계 지속가능성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물론, 교육과정에 명시되어 있다고 해서 모든 현장에서 곧바로 실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핀란드에서도 지속가능성 교육의 현장 구현에는 기관 간 편차가 있다는 연구가 있으며(Furu & Valkonen, 2021), FNAE 공식 자료에서도 '기후'라는 단어 자체는 ECEC 교육과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교사가 움직일 수 있는 방향과 근거가 교육과정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것조차 없는 우리와는 출발선이 다르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기후·환경교육이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육과정 문서 수준에서 일상 교육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세 가지 있다. 교육과정에 명시적 근거가 있다는 것, 교사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역량 지원 체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유치원 단위에서 작동하는 인증·평가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 세 가지 모두 없다.
결정적 차이가 하나 더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모두 영유아 교육·보육 체계가 일원화되어 있다. 스웨덴은 1996년, 핀란드는 2013년에 ECEC 소관을 교육부로 통합했다. 그래서 기후교육을 도입할 때도 하나의 경로로 모든 기관에 적용된다.
③ 같은 다섯 살, 다른 기후교육
같은 나이, 같은 동네에 사는 다섯 살 아이 두 명이 있다. 한 아이는 유치원에, 다른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닌다. 두 기관은 같은 누리과정을 적용하지만, 아이들이 매일 생활하는 물리적 환경은 같지 않다.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이 격차는 그대로 반복된다.
유치원은 교육시설로 분류되어 학교시설 기준이 준용되지만, 어린이집은 복지시설로 분류되어 별도의 시설 기준이 적용된다. 특히 가정어린이집은 소규모 주거 공간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환기·냉난방·실외 공간 등에서 유치원과 차이가 크다. 폭염이 잦아지는 여름, 마당에 나가지 못할 때 대체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의 질과 규모가 기관 유형별로 크게 다르다. 기후적응형 시설 기준이 도입되더라도,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이를 충족할 재정 지원 방안이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기후적응에서도 국공립과 민간의 격차가 재생산된다.
④ 탄소중립에도 격차가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탄소중립 사회 이행을 위한 교육과 홍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 교육은 실질적으로 초·중·고 학교 중심으로 설계되어 영유아 교육기관은 사실상 포함되지 않고 있다. 초·중·고에는 환경교과서가 있고, 학교 건물에는 에너지 효율 기준이 적용되며, 대학에는 ESG 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전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는 기후 관련 교육과정도, 탄소중립 시설 기준도, 교사 연수 과정도 부족하다.
이 격차는 교육 격차인 동시에 시설 격차이기도 하다. 박창현 외(2022)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유치원·어린이집의 실내외 환경 기준은 면적·안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에너지 효율, 자연채광, 생태적 놀이환경 같은 미래환경 대응 요소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 자체가 취약 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이중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다.
⑤ 통합 이후 무엇을 올려놓을 것인가
박창현, 김근진, 정다솔(2025)은 유보통합의 핵심이 행정적 통합이 아니라 '질적 전환'에 있다고 지적하며, 유보통합의 재개념화를 주장한 바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바로 이 질적 전환의 내용이 되어야 할 의제다. 체계를 하나로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로 만든 체계 위에 무엇을 올려놓을 것인가가 본질적 질문이다.
그러나 현재 유보통합 시범사업의 논의 구조에서는 이러한 교육 내용 혁신의 방향이 부재하다. 행정 통합의 속도에 교육 내용의 비전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핀란드가 2013년 ECEC 소관을 사회복지부에서 교육문화부로 이관하고, 이후 교육과정을 단계적으로 개편하여(2016, 2018, 2022) 에코소셜 소양·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핵심 가치로 삽입해 간 것은, 거버넌스 통합이 교육 내용 혁신의 경로를 연 사례다.
유보통합이 간판만 바꾸는 행정 효율화에 그칠 것인지,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영유아 교육의 질적 도약을 이끌 것인지는, 지금 논의 테이블에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올려놓느냐에 달려 있다.
⑥ 지금 필요한 것 - 함께 연대해요!
UN 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26호(2023)는 기후 위기가 아동의 생존, 건강, 놀이, 교육, 참여 등 모든 권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며, 각국은 기후 정책의 전 과정에서 가장 취약한 아동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UNICEF의 아동 기후위험지수(CCRI)는 전 세계 약 10억 명의 아동이 극도로 고위험 수준의 기후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고한다. 영유아는 탄소 배출 책임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생리학적 취약성과 성인 중심의 사회 구조로 인해 기후 재난의 충격을 가장 먼저, 가장 깊게 감당해야 하는 집단이다(박창현, 2025).
이러한 인식 위에서, 부분적인 제도 보완이 아니라 영유아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영유아보육법, 유아교육법, 탄소중립기본법 및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에 영유아를 최우선 보호 대상으로 명문화하고, 영유아 관련 시설을 국가 필수 기후 인프라로 지정해야 한다. 현재 이 법들에는 영유아를 기후 재난의 독립적 취약 계층으로 정의하는 조항이 없다.
둘째, 누리과정에 기후·환경감수성을 범교과적 원칙으로 명시해야 한다. 별도의 영역을 신설할 필요는 없다. 스웨덴·핀란드처럼 교육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가치로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명시하고, 급식·소비·놀이환경 등 기관 운영의 모든 과정이 곧 교육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셋째, 데이터 기반의 기후 안전 운영 매뉴얼을 도입해야 한다. 현재의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을 넘어, 싱가포르처럼 열지수 기반의 실외활동 제한 기준과 호주처럼 기후 재난 시 아동 인계절차를 의무화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넷째, 탄소중립 유치원·어린이집 통합모델을 시범 도입해야 한다. 미국의 보육시설 기후 회복력 구축 이니셔티브(Building Child Care Resiliency Initiative)처럼 영유아 교육기관을 기후 회복력을 갖춘 필수 인프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저소득투자기금(LIIF: Low Income Investment Fund)은 전미유아교육협회(NAEYC)와 함께 보육시설의 고효율 냉난방, 태양광 설비, 그늘 구조물, 친환경 야외놀이 공간 조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고효율 단열, 열회수 환기장치, 재생에너지 설비, 생태 놀이환경을 갖춘 기후적응형 시설 모델을 설계하고, 사립유치원,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그린 리모델링 금융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다섯째, 기후 취약 계층 아동을 위한 기후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기후 위기는 평등하지 않다. 저소득층의 온열질환 발생률은 고소득층 대비 약 2.8배 높고, 반지하·노후주택 거주 아동은 폭염과 침수의 피해를 중첩적으로 입는다. 에너지 바우처를 넘어 주거 환경 개선(단열 시공, 제습 등)을 포함하는 입체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며, 장애 아동과 이주 배경 아동을 위한 다국어 재난 정보 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
여섯째, 유보통합의 흐름에 맞추어 범부처 영유아 기후·환경 건강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영유아의 기후 위기 대응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행정안전부의 업무가 중첩되는 영역이다. 각 부처에 흩어진 기후 데이터, 아동 건강 데이터, 시설 안전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기후 위기 상황에서 일관된 돌봄 연속성 지침을 내릴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기후위기는 영유아에게 먼 미래의 추상적 위협이 아니다. 폭염으로 야외놀이를 못 하는 아이,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쓰고 등원하는 아이,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기도 전에 실내에 갇히는 아이는 이미 오늘의 현실이다. 아이를 어떻게 더 낳게 할 것인가를 넘어, 태어난 아이들을 이 기후 환경 속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지키고 건강하게 키워낼 것인가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 이 현실에 정책이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책의 실패이자 세대에 대한 책임의 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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