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품귀 현상이 계속된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운행을 멈춘 채 서 있다. /사진=뉴스1중국발 요소수 품귀 여파가 지속되면서 산업계 곳곳에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비상사태 국면은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물류 체제에 영향이 불가피해서다. 고운임 추세도 이어지고 있어 자칫하면 육·해로가 모두 막히는 악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POSCO)가 요소수 부족에 따른 운송사 운행 차질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내수 출하방식을 조정키로 했다. 최근 일부 고객사들에 이메일을 보내 "이달엔 제품의 제철소 내 이송과 수출재 이송에 집중하는 배차 운용계획을 수립했다"고 발송한 것.이에 대해 포스코측은 "요소수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계약 운송사 보유 차량 약 2000대 중 40%(800여대)의 운행이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하루 1만6000톤 규모의 제품 운송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며 출하방식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긴급하게 필요한 제품이 있거나 운송 차질로 판매에 영향이 큰 제품의 경우 별도로 알려주면 출하가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면서 "물류대란을 대비하기 위해 보관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자재를 우선 확보하길 권장한다"고 밝혔다.포스코는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는 일반 차량 가동을 높이고 해송·철송 등 타 운송수단으로 전환해 제품 출하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도 "요소수 품귀 현상과 관련해 현재까지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는 상태지만, 운송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응책을 마련하게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가전업계도 공급망 차질을 걱정하고 있다. 생활가전 배송차량 중 대부분이 디젤엔진을 사용해 요소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해운 운임상승과 운임 지연 등으로 바닷길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업계의 불안감이 더욱 크다는 후문이다. 실적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4분기는 가전 매출을 끌어올리는 성수기다.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할인행사가 진행되는 블랙프라이데이(11월 넷째 주 금요일)부터 연말까지는 한 해 최대 쇼핑 대목이다. 국내 가전업계의 4분기 매출은 평소보다 30%가량 높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운임 상승 문제는 선박 업체와 선제적 협의를 진행하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요소수 부족 사태의 경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각 기업이 마땅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택배업계는 요소수 공급난이 즉각적인 '택배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장기화될 경우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본사와 택배기사들의 갈등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기름값이 급격히 오른 가운데 요소수 대란까지 겹치며 택배기사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소수 재고가 부족하거나 교체주기가 임박한 기사들이 '웃돈'을 주고 요소수를 구입하는 상황이다. 택배기사 A씨는 "이미 기름값이 폭등해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의 앞자리가 바뀐 상황"이라며 "지금은 웃돈이라도 내면 요소수 어떻게든 살 수는 있는데 나중엔 아예 구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올까 그게 더 걱정이 크다"고 털어놨다.화물트럭에선 노조의 성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형 화물트럭은 주행거리 300~400km 마다 요소수를 채워야 해 보충 주기가 매우 짧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지난 1일 성명서에서 "요소수 품귀현상에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노동자에게 대부분 비용이 전가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요소수가 이후 정상적으로 유통돼도 이 시기 낮아진 소득을 메우기 위해 화물노동자는 밤낮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요소수 생산중단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내 요소수 판매 1위 업체인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요소수 생산공장 가동이 이달 말부터 멈추게 된다"며 "원료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