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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누군가(somebody)’라는 사실, 더 많은 관심 속에서 보고 듣는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의견은 멈추고 과도한 활기로 눈이 멀고 귀가 먹게 된다.” <자의식> 존 업다이크

오하이오 러스트 벨트 출신의 미국 부통령 J.D. 밴스는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에서 로스쿨 시절, 로펌 면접을 보기 위해 최고급 식당에 갔던 경험을 회고했다. 당당하고 유쾌하게 보여야 할 취업 자리였다. 웨이터가 마실 와인을 물었고, 생전 처음 보는 메뉴가 등장했다. 칼과 포크는 아홉 개나 되는데 어떤 것을 써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메뉴를 훑어보니 뭘 주문할지 감이 상한가예상종목
오지 않았다. 탄산수를 뜻하는 ‘스파클링 워터(sparkling water)’를 보고 반짝이는 물이라니 허세스럽다 느꼈지만 식당 분위기에 압도되어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아 한 모금 마시고는 뿜어버렸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그들만의 세계’에서 밴스는 단순한 긴장이 아니라 계급과 자기 정체성, 사회적 자본의 차이를 느끼는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 ‘머저리’ 같아후순위채권
보일 거란 생각에 화장실에서 애인에게 전화해 테이블 매너와 포크 사용법을 물었고, 누가 볼까 봐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관찰하고 바라보는 인식을 자의식(self-consciousness) 혹은 자기의식이라고 한다. 자의식은 자신의 눈에 비친 해저터널수혜주
나를 의식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대상으로서의 나를 의식하는 것 둘 다를 의미한다. 자의식이 강할 경우 외모나 행동뿐 아니라 생각이나 감정까지도 남들이 꿰뚫어볼까 걱정하며, 혼자 걷는 길에서도 누군가의 눈길이 계속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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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는 또 다른 나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두손봉을 오르겠다는 ‘호수’에게 “”라고 말한다. 못 올라간다고 아무도 관심 없으니까 괜히 유난 떨지 말라는 것이다. ‘미지’는 ‘호수’에게 핀잔을 주듯 ‘자의식 과잉’이라STX팬오션전망
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생각이 많아 보이거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쓴다고 여길 때 이 표현을 쓴다. ‘호수’는 10대 시절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화상과 난청 등을 겪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결함’을 밝히지 않으려는, 수면 아래 ‘미친 듯이’ 갈퀴 질을 하는 고고한 백조 캐릭터로 그려진다.
자의식 과잉은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과도하게 의식하는 상태를 말한다. 타인의 눈을 통해 스스로를 계속해서 살펴보기 때문에 ‘문제없이’ ‘좋게’ 보이려 애를 쓰지만, 혼자 있을 때조차 부자연스럽거나 긴장되어 있을 때가 많다. 회의 시간에 반대 의견을 말하려다 바보 같아 보일까 봐 입을 닫거나, 헬스장에서 남들이 ‘운동 못 하네’라고 할까 봐 숨이 차도 러닝머신 속도를 멈추지 못하고 달리는 것, 신경 써 차려입은 옷이 과한 것 같아 자꾸 숨거나 쭈뼛거리게 되는 것, 남들 이야기에 한마디 얹고 싶다가도 사람들이 쳐다보자 민망해서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외부 시선으로 나 감시하기
정신분석에서는 자의식을 타자의 시선을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감시하는 구조로 설명한다. 자의식은 내 상태를 알아차리고 반성하는 건강한 자기인식(self-awareness)과 다르다. 프로이트는 규범과 금기를 내면화한 초자아가 현실 속의 자아와 갈등을 일으킬 수 있음에 주목했다. 자의식의 핵심은 나를 관찰하고 평가하는 가혹한 박해자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그 박해자는 타인일 수도 있고, 내면화된 나 자신일 수도 있다. 타인의 시선에 노출된다는 것은 일상 속 감시와 평가의 위험을 갖는다. 언제든 비판과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로널드 랭은 자의식이 강한 사람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역할을 연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재미없는 농담에 억지로 웃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정말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냉정해진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 실제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되고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봐 공포에 질려 있다. 타인의 시선을 과하게 신경 쓰며 위축된 모습과 행동을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거꾸로 화려한 옷과 과시적인 태도, 큰 목소리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사람도 자의식 과잉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속적으로 의식하며 일부러 허세를 부리거나 강박적으로 자기 자랑을 하는 것 또한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느라 여념이 없는 원인을 ‘자의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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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는 자, 과연 누구인가?
자의식이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흥미와 관심을 갖고 주목해서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지의 서울’ 속 ‘미지’와 ‘호수’가 산을 오르던 청소년기는 실제로 자의식이 가장 고양된 시기이다. 타인이 항상 주시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인한 수줍음과 당혹감, 수치심은 청소년기 특징 중 하나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엘카인드는 1979년 ‘상상적 청중’(imaginary audience)이라는 개념을 통해 마치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듯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향성에 대해 연구했다. 자의식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불안을 동반하여 특정 관계, 상황, 계급적 맥락을 통해 나타난다. 다음은 내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간단한 버전의 자의식 테스트다.

나는 다른 사람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을까?

□ 사람들이 나를 살펴보고 평가하고 있다고 느낀다.

□ 실수하면 남들이 계속 기억할 것 같아 걱정된다.

□ 옷차림,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신경 쓰인다.

□ 사람 많은 공간에서는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진다.

□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남들도 눈치채고 있을 것 같다.

□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느낄 때가 많다.

□ 최근 누군가 앞에서 긴장해서 제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못한 적이 있다.

6개 이상: 다른 사람을 많이 의식하는 편입니다. 불편감을 줄이는 자의식 완화 연습이 필요합니다.

3~5개: 특정 상황에서 자의식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내면의 시선을 점검해보세요.

2개 이하: 자의식에 대한 자기조절이 잘 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나의 감정과 시선에 집중하세요.




존 다이크의 ‘자의식’ 표지. 아마존닷컴


자의식 과잉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
‘자의식’이라는 책을 쓴 소설가 존 업다이크는 마음이 감시받지 않은 채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의식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검열하고 평가하는 자의식을 걷어내려면, 온통 바깥을 향하고 있는 시선을 돌려 나의 내면에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자신을 더 신경 쓰느라 생각보다 나를 보고 있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내가 느끼는 시선은 나의 상상일 수 있다.
자의식이 비대해질수록 실수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커진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나의 작은 실패를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기보다 스스로 ‘조금 실수해도 괜찮다’는 태도를 갖는다. 당황하여 하던 말과 행동을 갑자기 멈추고 싶어도 큰일 나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하고 싶은 말을 천천히 마무리하거나 정리한다. 자율성과 여유를 갖게 되면 남의 기준과 인정에 나를 맞추지 않아도 행동과 표현에 자신감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자의식이 강해질 때 내가 내면화하여 반복하는 문장이 있는지, 과거의 경험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보면 좋다.

생각해볼 질문들

1. 최근에 나 자신을 의식하며 하고 싶은 것을 멈춘 순간이 있나요?

2. 나는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있을 때 유독 자의식을 느끼나요?

3. 자의식이 올라올 때, 나는 내 안에서 어떤 말을 스스로에게 반복하고 있나요?


오늘의 용어: 자의식(self-consciousness)

자의식은 자신을 바라보는 인식이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내면화한 인식 상태를 말한다. 자의식이 강할수록 자신을 꾸미거나 통제하려는 강박이 커지고 자기비판과 부정적 자아감을 갖게 되며, 자신이 적절하게 행동하지 못할까 봐 불안을 느낀다. 정신의학자 로널드 랭은 ‘분열된 자기’(1960)에서 자의식을 참 자기와 거짓 자기의 ‘내적 정체성’의 분열로 설명하며, 존재론적 불안정으로 인한 대인관계의 위축과 정신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자기 인식은 자기 조절과 반성을 가능케 하지만, 과도한 자의식은 내면의 감시자를 낳고 자유로운 행동을 억제한다. 자의식을 어떻게 경험하고 다루는지에 따라 자기표현의 가능성도 달라진다.


노은정의 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은?

개인이 느끼는 일상의 정서와 감정에는 무의식적인 모순과 억압된 기억, 문화적 압박과 사회적 이데올로기가 뒤섞여 있습니다. 때문에 잘 이해하기는 어려웠던 마음을 돌보는 일은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모호하고 낯선 마음에 하나씩 이름을 붙여보는 노은정의 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https://www.hani.co.kr/arti/SERIES/3316?h=s)을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에서 만나보세요!

노은정 두번째마음 심리상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