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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요즘은 단연 ‘공항’ 이야기가 많습니다. 새만금에 지으려던 국제공항 때문이죠. 전북 안에서도 “짓자”와 “짓지 말자”는 의견이 부딪치던 사안인데, 최근 예상치 못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2025년 11월이면 착공할 것으로 예상했던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사업이 법원의 기본계획 취소 판결로 제동이 걸린 겁니다. 2025년 9월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는 새만금 신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 선고공판에서옵션투자전략
“이 사건 계획은 계획재량을 일탈한 것으로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등 시민 1297명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재판부가 시민들 손을 들어준 겁니다.
환경단체 ‘항소 포기’ 외침에도 결국 ‘항소’
재판부가 이렇게 판결한 이유는 △국토교통부가 새만금 신공항 이동평균선
계획을 수립하면서 조류 충돌 위험을 부실하게 평가했을 뿐 아니라 평가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사업지 내 서식하는 법정 보호종 조류 및 인근 서천갯벌의 보존에 미치는 영향도 부실하게 조사하고 구체적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을뿐더러 △사업 비용편익비가 0.479에 불과해 사실상 경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신공항 건설로 달성하려는 공익(지역균형발전)이 침주식전문가추천
해될 공익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는 겁니다.
판결 직후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공항을 바라던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단체들은 거세게 항의했고, 반대해온 환경·시민단체는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국토부는 9월22일 항소를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북도와 협의체를 구성해 소송에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도 이릴게임환수율
미 1심 판결 일주일여 뒤인 9월19일 “새만금 국제공항 착공에 일말의 지연도 있어서는 안 된다. 집행정지 결정부터 항소심까지 빈틈없이 대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기업 유치와 올림픽 유치 등 지역 발전의 핵심 기반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환경단체는 “항소를 포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새만금테마주
은 “(김 도지사가) 새만금 신공항이 전북 지역 경제를 살릴 국제공항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강요하며 국토교통부에 항소를 압박하고 있다”며 “사기극을 멈추고, 생태가 공존할 수 있는 생명과 존엄의 정치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김관영 도지사와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게 신공항 사업을 두고 공개 토론회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새만금 국제공항 조감도. 전북도 제공


공항 건설이 불발된 것이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라는 점도 전북 지역 사회가 요동치는 이유입니다. 그동안 전북에서 추진한 공항의 역사는 지난하기만 했습니다.
환경훼손·경제성 모두 낙제점
첫 시도는 전주와 가까운 김제공항이었습니다. 1996년 교통개발연구원의 타당성조사를 거쳐 1998년 개발계획이 확정됐고, 2002년에는 480억원을 들여 용지 매입과 착공까지 이뤄졌습니다. 당시 전북 지역 사회가 ‘국제공항 현실화’라는 기대감에 들떴던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내부에서부터 문제가 터져나왔습니다.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지역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진행한 혈세 낭비 공항”이라는 비판을 제기하며 공항 건설 반대 운동을 벌였습니다. 이후 감사원이 “항공 수요를 과대 예측했다”며 경제성 부족을 지적했고, 사업은 2003년 최종 불발됐습니다.
김제공항 무산 이후 전북은 기존 군산공항의 확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2006년부터 군산 미군 비행장을 공동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2010년에는 정부와 미군이 국제선 취항 합의각서 체결 문제를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협의 의제로 올렸습니다. 그러나 미군 비행장을 빌려 쓰는 군산공항을 두고 미군 쪽이 안보 문제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면서 사업은 추진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추진한 곳이 ‘새만금’입니다. 2016년 국토부 제5차 공항개발중장기종합계획에 반영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고, 2019년에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포함돼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됐습니다. 이후 사업계획이 조금씩 지연되기는 했지만,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져만 갔습니다. 2024년 사회간접자본(SOC) 적정성 검토에서도 ‘적정’ 판정을 받으면서 2029년 개항이 가시화됐습니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회원들이 2025년 9월11일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인용판결에 기뻐하고 있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제공


이 과정에서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온 곳은 바로 시민들이었습니다. 2021년 5월 지역의 40개 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을 출범하고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반대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소송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공동행동은 환경훼손과 경제성, 그리고 주한미군 영향력 확산 우려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이 사업으로 저어새·도요새 등 멸종위기 59종을 비롯한 철새 24만여 마리가 여객기에 치일 가능성이 커지고, 수라갯벌 등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겁니다. 경제성과 관련해서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지역 공항 중 10개 공항이 수요가 없어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공항을 더 짓겠다는 계획은 수십조원의 혈세를 토건 자본에 바치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새만금 국제공항 부지가 기존 군산공항과 1.3㎞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점을 우려했습니다. 주한미군이 북한,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만금 국제공항을 활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법원이 ‘공항 사업’에 제동 건 첫 사례
전북에서 공항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주민들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30년의 세월과 ‘새만금’이라는 이름이 더해지면서, 기대와 우려가 함께 떠오릅니다. ‘하늘길’은 전북 정치권의 오랜 단골 메뉴이기도 합니다. 공항 관련 논의는 늘 선거철마다 부활했습니다. 주민들은 교통 오지라는 자조 속에서, 반복되는 기대와 실망을 경험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개발 일변도로 진행된 새만금 사업에 제동을 건 첫 사례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국토부와 전북도가 항소를 결정한 만큼, 공항의 운명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앞으로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도민들의 기대와 우려가 다시 교차할 전망입니다.
전주(전북)=천경석 한겨레 기자 1000pr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