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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한 비장(秘藏)이 창고에서 나왔다. 7인의 수장가들이 감추고 아껴온 예술품은 고려와 조선 시대, 근대를 거쳐 올해 간송미술관 전시실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 예술품은 간송 전형필이 일제강점기를 피해 구매하거나, 그의 뜻인 문화보국(文化保國)에 동참한 이들이 만든 것이다.
간송미술관은 17일부터 11월30일까지 가을 기획전 ‘보화비장(寶華秘藏)-간송 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을 연다. 이번 전시는 간송 전형필이 근대 수장가들과 교류하며 어떤 예술을 수집하고 보존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로, 7인의 수장가들에게 바치는 헌정의 의미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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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간송미술관 관장은 “간송은 일제강점기 때 본인이 드러나는 걸 극도로 피해야 해서 당시 ‘돈은 많지만, 그냥 구입하는 사람’ 정도로 알려졌다”며 “이번 전시는 간송 컬렉션을 이루는 숨은 비장 7인의 수장 내력과 수장문화의 맥락을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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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의 ‘대팽고희’. 간송미술문화재단


◆추사의 유려한 붓글씨와 영국 변호사의 고려청자 사랑=전시는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7인의 근대 수장가의 소장품 26건 40점을 공개한다. 송은 이병직, 희당 윤희중, 운미 민영익, 위창 오세창, 석정 안종원, 송우 김재수, 영국의 존 갯즈비가 그 주인공이다. 이크린앤사이언스 주식
가운데 국보 4건, 보물 4건이 포함됐다.
1층 전시실에는 송우 김재수의 숭고재(崇古齋) 모음과 희당 윤희중의 적고각(積古閣), 송은 이병직의 고경당(古經堂) 작품이 전시된다. 수장가 중 유일한 외국인인 영국 변호사 존 갯즈비의 고려자기 컬렉션도 함께 선보인다. 송은 이병직이 모은 작품 중 추사 김정희가 말년에 남긴 대팽고회(大烹高會)우주일렉트로 주식
는 원숙미와 따듯함이 공존한다.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나물/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촌 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자 으뜸가는 즐거움’이라는 글귀가 담겼다. 화목한 가정에서 행복을 느꼈던 추사를 상상할 수 있다.



국보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간송미술문화새해유망주
재단


갯즈비는 일본 도쿄에서 주로 활동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고미술품을 수집했다. 그는 고려청자를 가장 아꼈으며, 1937년 간송에게 소장품을 넘기며 “본래 나라로 돌아가 기쁘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 간송미술문화재단


그가 남긴 고려자기 아홉 점은 전시의 으뜸이다. 국보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청자기린유개향로’, ‘청자오리형연적’,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 등을 비롯해 보물 ‘백자박산향로’, ‘청자음각환문병’ 등이 한자리에 놓였다. 이 아홉 점의 가치는 약 300억원으로 추정된다.



혜원 신윤복의 ‘나월불폐’. 간송미술문화재단


◆조선 시대 산수화와 민화, 나라를 향한 무궁화도=2층 전시실에는 중국 상하이를 중심으로 서화를 모은 민영익의 천심죽재(千尋竹齋), 간송의 스승이기도 한 오세창의 천죽재(天竹齋), 안종원의 경묵당(耕墨堂) 작품이 전시된다. 조선 시대 화가 단원 김홍도가 만년에 그린 ‘단원산선일품첩’과 혜원 신윤복이 그린 ‘나월불폐’가 함께 걸렸다. 특히 나월불폐는 보름달 아래 강아지 한 마리가 얌전히 앉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겸재 정선의 ‘금강산 8폭’도 진경산수화의 전경을 드러낸다.



심산 노수현 ‘무궁화’. 간송미술문화재단


이번 전시에서 처음 소개되는 작품은 간송의 아내 심산 노수현이 1946년에 그린 ‘무궁화’다. 노수현이 간송에게 선물한 이 작품은 왼쪽 상단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애국가 후렴구가 새겨져 있다. 일제강점기 속에서 예술로 나라를 지키려 했던 간송의 신념과 독립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위한 헌화로 읽힌다.
전 관장은 “이번 전시는 간송이 당대 수장가들과 함께 민족의 정수라 여긴 작품을 선별·수집한 과정을 조망하는 자리”라며 “근대 수장가들의 안목을 통해 간송 컬렉션을 새롭게 읽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는 사전 예약 후 관람할 수 있으며 해설프로그램은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운영된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5000원이며, 미취학 아동과 국가유공자 등은 할인 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