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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의 중국인은 영령 말라야와 달리 현지 출생자가 많았고 중국을 떠난 지 여러 대가 되는 집안도 많았다. 현지화된 퍼라나칸과 새로 온 중국인을 네덜란드인과 자바인이 대하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자바에서는 정치적 소속감이 복잡한 문제였다. 네덜란드인들은 현지 출생 중국계알라딘릴게임오락실
주민들에게 서쪽을 바라보도록 가르쳤는데, 새로 온 이주자들은 모든 중국계 주민에게 중국을 향한 애국심을 고취하려 들었다. 한편 현지인 민족주의자들은 인도네시아란 이름으로 장차 만들어질 나라에 모든 사람이 충성을 바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계 학교의 역할은 어떤 것이 될 것인가? 아버지에게 주어진 숙제였다.
[역주신천지게임
: 중국인의 동남아 이주는 14세기부터 하나의 뚜렷한 현상이었다. 19세기에 이주가 급증하자 초기 이주자의 자손과 신규 이주자들 사이에 상당한 문화적 차이가 나타났다. 초기 이주자의 자손을 퍼라나칸이라 부르는데, 현지인과의 혼혈이 많고 현지 문화와의 융화 경향도 있었다.]
수라바야에서도 얼마 후 이포에서도 우리 주변에는 비-중국계 주민중외신약주가
들이 있었고, 학까인, 광둥인, 호키엔인 등 중국인들도 우리를 다소 이질적 존재로 보았다. 아버지가 학교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손하고 친절하게 대해줬으나 어머니는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까 걱정하신 것이다.
아버지도 중국에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같았다. 그러나 진정한 중양귀비예시
국, 고전문학과 유가사상의 중국을 자라나는 내게 당신이 가르쳐줄 수 있다는 엉뚱한 자신감을 품고 계셨다. 우리 문화유산의 핵심 내용을 내게 전수해 주기만 하면 제대로 된 중국인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그래서 중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동안 내가 영어 학교에 다녀도 괜찮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아버지는 영문학을 매우 좋릴게임다빈치
아했는데 십대 들어서야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셨다. 아들인 나는 형편대로 일찍 그 언어를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셨다. 중국과 영국의 문학 전통을 겸비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되고 현대세계에 더 잘 적응하는 길이 되리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어머니는 여기 동의하지는 않아도 아버지 뜻에 그냥 따르셨다. 어차피 머지않아 중국으로 돌아갈 테니 어떻게 하든 큰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일본의 중국 침략으로 부모님의 계획이 몽땅 무너져버린 것은 내가 일곱 살 때 일이었다. 이포에서 그냥 지내기로 결정할 때 그분들은 전쟁이 오래갈 것도, 일본군의 말라야 점령으로 이어질 것도 예상하지 못하셨다. 일본군이 영국군을 물리치고 전선을 버마-인도 방면으로 확장하면서 말라야의 여러 인구집단은 일본 지배 아래 크게 달라진 운명을 맞았다.
일본인들은 주민을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으로 구분하던 영국인의 분류 방식을 자기네 분할통치 정책에 활용했다. 말레이인은 외래집단들로부터 보호받을 원주민이었다. 인도인에게는 대영제국으로부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라고 부추겼다. 중국인은 일본의 적이거나, 일본이 통제하는 난징의 왕징웨이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한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간주했다. 중국인과 일부 말레이인과 인도인, 그리고 많은 유라시아인은 영국의 귀환에 대한 희망을 지키며 지하운동을 몰래 지원하기도 했으나 점령정책은 각 인구집단 사이의 의심과 불신을 고착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역주 : 현재 말레이시아 인구 중 57.3%가 말레이계, 22.9%가 중국계, 6.6%가 인도계로 집계되고 있다. 중국계와 인도계 인구는 18세기 이후 영국인의 정책에 따라 늘어났다.]
[역주 : ‘유라시아인(Eurasians)’은 아시아인과 유럽인의 혼혈 자손을 말한다.]
우리는 전쟁에서 살아남았고 영국인이 말라야로, 국민당이 난징으로 돌아오자 부모님은 다시 귀국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가 귀국을 기다리는 동안 중국 북부에 내전이 다시 일어났으나 부모님은 개의치 않았다. 드디어 중국으로 떠난 것은 애초의 계획보다 10년 뒤였다. 나는 난징의 국립중앙대학에 입학해 외국어문학과에서 공부했다.
부모님은 내가 전후(戰後) 중국에서 쓸모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그분들 바라시던 것과 좀 다른 모습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그분들은 알고 계셨다. 그래도 몇 년간 대학에서 중국인 교수님들과 동료 학생들 틈에서 지내다 보면 그런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아버지는 낙관하셨다. 어머니는 그처럼 속이 편하지 못하셔서 내가 쓸모있는 길이 무엇일지 걱정하셨다. 외국에서 공부한 배경을 이용해서 외교관이 되는 것이 그분에게 최선의 희망이었다.
나를 중국인으로 만들 것으로 그분들이 생각한 시간은 결국 주어지지 않았다. 스탈린의 러시아를 쳐다보다가 후에는 자기 전통을 거칠게 비판한 그 중국을 내가 떠날 때, 나는 그런 신중국이 원하는 종류의 인간도 아니었고 아버지가 바라신 유용한 시민이 될 종류의 인간도 아니었다. 아버지가 사랑하신 중국의 모습은 중국사회가 겪은 백 년의 시련을 견뎌내지 못했다. 부모님은 민족주의의 승리를 희망하며 난징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했으나 그 희망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해 겨울 아버지가 건강에 큰 문제를 겪었다. 어머니는 학교가 제공해주는 생활조건 아래 한 차례 더 겨울을 지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포에 돌아갈 것을 주장하셨다. 부모님이 말라야로 떠나신 9개월 후인 1948년 연말, 난징정부에 더 희망이 없는 상황이 되어 나도 대학 공부를 포기하고 그분들 뒤를 따랐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독립전쟁이 계속되었고 1948년에는 영국이 말라야 공산주의자들에게 군사행동을 시작하면서 “긴급사태”가 펼쳐졌다. 내 인생의 그 단계는 그렇게 전쟁과 얽혀 있었고, 전쟁을 정상 상태로 여기게 될 정도였다.
[Wang Gungwoo, 〈Home is Not Here〉(2018)에서 김기협 뽑아 옮김]
김기협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