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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웰 메이드' 작품을 서울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2025 리:바운드(Re:Bound) 축제'가 막을 올렸다. 개막작은 지난 16일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된 제주오페라연구소의 창작오페라 '해녀 수덕'. 느린 행동으로 놀림당하던 소녀 수덕이 고된 바다의 세계 속에서 최고의 해녀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며 지역 여성의 삶과 공동체 정신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이 작품에서는 실제 9년 차 현직 해녀 전유경 씨가 사회자로 등장해 각 장면의 맥락을 설명하며 관객과 호흡을 나눴다. 본인 경험을 바탕으로 해녀들이 서로의애널리스트리포트
안전을 지켜보며 일하는 '물벗' 문화를 설명하는 식이었다. 제주 해녀라는 문화적 아이콘을 통해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공동체 정신과 인간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오페라를 통해 그 가치를 되살리는 것이 의도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리:바운드 축제'는 지역 창작자와 공연단체들에는이미지스 주식
정성들여 만든 작품을 보다 큰 무대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서울 관객들에게는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개성을 지닌 공연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주목받으며 대표적인 지역 공연예술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축제 기간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15개로 연극, 뮤지컬, 무용, 전통예술 등 장르가 다채롭다. 가장 큰 특징은 '지역 김한결
이야기가 예술이 되는 무대'라는 주제로 지역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창작극의 부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제주 4·3 사건과 밀양아리랑, 포천 농악 등 각 지역의 기억과 무형유산이 무대 예술의 언어로 새롭게 재탄생한다.
'해녀 수덕' 이후로는 일제강점기 민족의 아픔을 무대 위로 불러낸 연극 '비욘드 아리랑'이 오는 22~23일 무대에 오른배당금주식
다. '그날의 영화, 오늘의 무대에서 다시 태어나다'라는 부제를 단 이 작품은 1926년 나운규 감독의 무성영화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다. 강원 정선을 배경으로 일제의 압제 속에서 탄생한 민족 예술의 상징을 연극과 영화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되살려낸다.
또 10월 31일부터 이틀간 제주 4·3 사건을 다룬 연극 '낭땡부자클럽
이로 확 쳐불구정 허다'가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된다. 동굴을 먼저 차지하고 있던 한 사람은 바깥세상과 단절하고 혼자 살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제주 4·3 사건의 소용돌이를 피해 동굴로 숨어 들어왔다. 동굴 속에서 마주한 두 인물을 통해 분단과 화해, 기억의 윤리를 탐색하는 작품으로 도슨트 버전을 결합해 전시처럼 해석하는 독창적 구조를 선보인다.
다음달 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진행되는 밀양아리랑예술단의 '날 좀 보소'는 지역 청소년 단원들이 참여해 세대 간 전승의 의미를 더한다. 아리랑의 가락과 전통놀이를 엮어 우리 소리의 생동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첫 곡 '고향의 봄'은 한국인의 정서가 깊이 깃든 아리랑 가락을 바탕으로 밀양의 포근한 봄의 정취와 생동감 넘치는 감성을 표현했으며 관객들에게 옛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위안과 공감을 선사한다.
다음달 7~8일 구로창의아트홀에서는 '0.75 청년시대'가 관객과 만난다.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 0.75명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청년들의 꿈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작품이다. 지훈은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투자 실패로 많은 빚을 떠안아 아버지 집에, 유진은 결혼생활의 실패로 어머니 집에 얹혀산다. 소개를 통해 지훈과 유진이 만나 공통된 가치관과 관심사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1990년대 경남 거제를 배경으로 한 이들의 풋풋한 첫사랑과 용기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오는 11월 8일 오류아트홀에서는 포천 아트밸리 가노예술단의 창작마당극 '우리를 살게 한 소리, 가노'가 열린다.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전통 농악으로 희망을 이어간 송경남 어르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죽어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송경남 어르신은 가족을 위해 채석장에서 거대한 돌산을 부수며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새마을 농민대회에서 우승하며 전통의 가치를 인정받은 후 마침내 1988년 서울올림픽 축하공연 무대에 선다.
축제의 마지막은 11월 1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낭독극 '망고나무 만세 & 고등학생 일상'이 장식한다. '망고나무 만세'는 장개석(장제스)과 함께 대만으로 건너온 주인공 황지건이 곧 대륙을 탈환하리라는 희망이 점차 사라지자, 어쩔 수 없이 대만에 정착해 가정을 이루고 장남 황리무를 위해 망고나무를 심는 내용이다. '고등학생 일상'은 공부도 잘하고 잘생긴 그러나 폭력적인 부친 아래 성장해 역시 급우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린정핑을 중심으로 한 급우 39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리:바운드는 총 9개 공연장에서 열린다. 강북문화예술회관, 예술의전당, 구로아트홀, 노원문화예술회관 등이 지역 예술단체의 창작공간으로 변모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의전당이 공동 주관하며 '대한민국은 공연중' 캠페인과 연계해 지역 공연예술의 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을 둔다.
[김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