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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활자를 이용한 대량 인쇄술을 발명한 인물은 유명한 독일인 요하네스 구텐베르크(1398~1468)다. 하지만 그의 인쇄술로 오늘날 책의 모습을 만든 최초의 '출판인'은 이탈리아의 알도 마누치오(1449∼1515)다. 그는 베네치아에 '알디네 인쇄소'를 세우고 그리스·로마 고전과 이탈리아 문학의 걸작을 옥타보(8절판) 문고본(포켓북)에 찍어냈다. 소수 귀족이나 학자의 독서대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장식품이었던 책이 비로소 한 손에 들고 읽을 수 있는 대중적인 매체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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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치오를 소개하는 국내 첫 전시 '천천히 서둘러라'가 인천 연수구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28일부터 열린다. 마누치오와 그의 아들 파올로, 손자 알도 2세에 이르기까지 마누치오 가문이 인쇄한 책 49점을 포함해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한 고서적·판화 53점을 모은 전시다.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불리는 '폴리필로의 꿈' 등 출판인 마파워로직스 주식
누치오의 손길이 닿은 희귀본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알도 마누치오의 초상화.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제공


인문학자이자 교사였던 마누치오는 당대의 출판물이 수량적으로 부족하고 오류가 가득한 점을 안타까워하다 45세 때 보성파워텍 주식
출판업에 뛰어들었다. 요한 폰 슈파이어와 니콜라 장송 등 유명 출판인들이 활동하던 베네치아에 인쇄소를 세우고 고전과 문학·학술서 134종을 대량 인쇄했다. 세계 최초로 이탤릭체 활자를 유행시켰고, 세미콜론 등 문장 부호와 쪽번호를 도입했으며, 무엇보다도 누구나 들고 다닐 수 있는 '8절판형' 책을 최초로 만들어내 유럽 출판계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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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치오는 교정과 편집을 도맡은 편집자이기도 했다. 당대 최고의 인문학자들과 교류하며 고전 속 오류가 없는지 꼼꼼히 점검했다. 문헌에 있어서 완벽주의자였던 마누치오 덕에 알디네 인쇄소의 출판물은 '신뢰의 상징'이 됐다. 유럽 곳곳에서 그의 책을 따라 한 모조품이 등장할 정도였다. 전시 제목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는 알디네 인쇄소의음식료관련주
구호였다. 발 빠르게 변화를 일으키되 원칙을 잃지 않은 마누치오의 삶을 대변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제안으로 로마 국립중앙도서관과 베네치아 국립마르차나도서관이 적극 호응해 완성됐다. 르네상스의 '진면목'이 미술에만 있지 않음을 알리고 싶은 이탈리아 측의 의지가 읽힌다. 스테파노 캄파놀로 로마 국립중앙도서관장은 "마누치오는 인쇄와 출판을 통해 평화를 추구한 위대한 출판인이었다"면서 "의사소통의 수단이 급변하는 시대에 그를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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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