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백석 시가 실려 있고 백석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1990년대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대학원생 때 백석 시를 처음 읽고 나서 일제 강점기 한국문학에 대한 내 인식은 확 변했다. 그래서 식민지 모더니즘을 공부하고 이후에도 화두로 삼을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렇게 만든 백석 시들은 ‘정주성’이나 ‘여승’ 같은 민족주의 경향의 시들보다는 사랑과 북방의 음식에 대한 시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것은 바로 저 구절이 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였다. 그는 사랑과 감각의 천재라 할까.



정본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백석 시집 1백석 지음, 고형진 엮음, 문학동네(2007)


사실 나는 이 구절을 고르면서 약간 망설였다. 푹푹, 나타샤, 당나귀, 응앙응앙으로 이어진 어휘들이 만든 이 시구는 너무 귀엽고 에로틱하고 그래서 감각의 황홀경을 그리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 구절이 나오기 전에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 황금성게임랜드 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또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라 썼다. 역시 멋있고 큰 공감도 가지만 여기서 그는 아직 ‘천재’까진 아니다. 개결한 문청이라면 누구라도 쓸 수 있을 거 같은 시구 아닐까. 그런데 바로 여기서부터 세계가 다르게 열리고 어느새 외로움과 분기는 백경릴게임 다 날아갔다.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라니. 사랑의 상상과 열린 감각이 더러운 세상을 진정 초극해버렸다.
김일성주의자들에게 곤경을 겪었다는 이유로 반대편의 순문학주의자들이 그를 받든다 어쩐다 해도, 또 ‘시인연’하는 이들이 외려 시에 대해 경원하게 만들었을 때도, 백석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지와 감각이 함께 출 게임몰 중한 시인은 사람 곁의 사람 아닌 것, 국수와 대구탕, 또 여우, 노루, 당나귀도 잘 그렸다. 하물며 나타샤에 대해서야.
천정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천정환 l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지성사와 문화정치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융합인문학을 추구한다. ‘숭배 애도 적대’, ‘근대의 책 읽기 야마토게임하기 ’ ‘대중지성의 시대’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 등을 썼다. 기자 admin@slotmeg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