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자들이 태평양 해저 지역인 ‘클래리언-클리퍼턴대’ 조사 과정에서 채찍오징어 종으로 추정되는 한 오징어의 특이 행동을 포착했다. 위키미디어코먼스 제공


포식자를 피해 숨은 걸까, 먹이를 유인하기 위한 위장이었을까?
최근 과학자들이 태평양 해저 4000ｍ 지점에서 심해 오징어가 이전에 기록된 적 없는 특이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오징어는 자신의 몸 대부분을 퇴적물에 파묻고 촉수만 내놓은 채 ‘물구나무’를 선 모양새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알레한드로 메히아-사엔스 박사 등 영 바다이야기예시 국 국립해양학센터 연구진이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 해저 지역인 ‘클래리언-클리퍼턴대’(Clarion-Clipperton Zone, CCZ)를 조사하던 중 채찍오징어 종으로 추정되는 오징어의 새로운 행동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관찰 내용을 담은 논문은 지난 11월25일 생태학술지 ‘에콜로지’(Ecology)에 공개됐다.
연구진은 지난 2023 바다이야기 년 3월 원격조종 잠수정으로 수심 약 4100ｍ 지점을 살펴보던 오징어의 모습을 포착했다. 처음엔 진흙 속에서 삐져나온 오징어의 촉수만을 보고, 심해 평원에 흩어져 있는 해면이나 커다란 관벌레라고 여겼지만 이내 몸의 특징과 움직임을 보고 오징어의 일종임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메히아-사엔스 박사는 “오징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영상을 수없이 반복해서 봤다. 야마토통기계 그리고 마침내, 카메라가 포착한 물체가 헤엄치는 오징어로 변하는 순간을 발견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분명 오징어였지만, 아주 아주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3년 3월 북동태평양 심해 수심 4100m에서 원격조종 잠수정이 포착한 채찍오징어 바다이야기하는법 의 특이한 행동. 몸 전체를 퇴적물 속에 파묻고 촉수를 내놓고 있다. 메히아-사엔스/에콜로지 제공


심해 오징어가 진흙 안에 몸을 숨긴 사례는 지금껏 보고된 적이 없을뿐더러, 거꾸로 처박혀 촉수만 내놓은 모습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문어나 갑오징어, 혹은 얕은 바다에 사는 오징어 종에서 바다신2게임 간혹 진흙으로 몸을 덮거나 파묻는 행동이 관찰된 적이 있지만, 심해 오징어에서는 기록된 적이 없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 동물이 채찍오징어 신종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오징어는 도대체 왜 물구나무를 서고 있었을까. 연구진은 이 오징어가 산호나 관벌레, 해면동물처럼 위협적이지 않은 심해 생물을 모방해 자신을 ‘위장’했을 것으로 봤다. 먹이가 부족한 심해에서는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진흙에 몸을 숨겨 촉수만 내놓으면 포식자인 부리고래의 눈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먹이인 갑각류에게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어 등 다른 두족류 동물은 다른 종을 모방하는 데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얕은 바다에 사는 흉내문어는 다른 종의 문어나, 바다뱀, 쏠배감펭처럼 몸을 변형시키는 사례가 관찰된 바 있다. 미국 국립자연사박물관 두족류 큐레이터였던 마이크 베키오니 박사는 “오징어가 이렇게 몸을 거꾸로 묻은 채 행동하는 사례는 처음”이라면서 “(그 행동이 어떤 목적이든) 굉장히 멋진 관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과학자들이 이 오징어의 흥미로운 행동을 포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곳이 심해 채굴 대상 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오징어가 포착된 ‘클래리언-클리퍼던대’는 멕시코에서 하와이까지 뻗어있는 파쇄대로, 평균 수심이 4000~5000ｍ에 이르고 면적은 600만㎢에 달하는데 니켈, 코발트, 구리 등 희귀 금속이 풍부한 망간 단괴가 대량 매장되어 있어 심해저 채굴 논쟁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연구진은 영국 정부가 주도하는 심해 채굴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탐사 프로그램 도중 해당 장면을 목격했다. 이번 관찰은 심해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오징어 종이 서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메히아-사엔스 박사는 “이제 우리는 새로운 종뿐 아니라, 새로운 행동까지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